▲ 로컬스티치 공동 업무공간의 모습. 출처=로컬스티치

홍대 앞, 번화한 로터리에서 모퉁이를 돌아 들어오면 조금은 한적한 동네에 ‘로컬스티치’가 있다. 카페 같기도 하고 작은 호텔 같기도 한 건물에 들어서면 털이 북실한 강아지가 먼저 반기며 뛰어나온다. 회의실과 옥상의 부엌을 제외한 방들은 각각 도어락으로 잠겨 있어 호텔인가 싶다. 거실로 쓰는 공용 공간의 벽에는 강아지에게 밥을 준 시간이 ‘차곡차곡’ 적혀 있다.

한국 유일의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를 운영하는 김수민 대표를 만났다. 디자이너 출신인 김 대표는 처음 숙박시설로 ‘로컬스티치’를 운영했다. “여느 호텔들처럼 호텔 예약 사이트나 여행사를 통해서 무작위로 집객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가장 반응이 좋은 집단이 따로 있었어요.”

그의 말처럼 로컬스티치를 좋아해준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서울에 장기간 머물면서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 장기 휴가를 맞아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외국인 등 ‘노마드’라 불리는 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 그는 이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 로컬스티치의 개인 주거 공간. 출처=로컬스티치

“전 세대에 걸쳐 주거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요. 살기가 ‘팍팍’해지고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불황기에 기존 대기업 중심의 고용시장 시스템이 구직자들을 다 수용하지 못했던 거죠.” 구직 대신 창업을 택한 젊은이들은 사무실 비용을 부담스러워 했고 서울 시내에도 사무실 공유 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생겨났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 안에서 혹은 도시 간을 ‘흘러 다니며’ 능동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기 시작했구요. 이제 같이 어떻게 일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코워킹 스페이스나 작은 오피스를 임차해 창업을 하지만 주거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그들 다수가 안정적이고 질 좋은 주거 환경도 보장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공동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을 함께 제공하는 로컬스티치에서는 밤을 새워 일한 뒤라도 입주자는 전담 셰프가 만들어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다른 입주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는 이처럼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서 구성원들이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현재 입주사는 7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코워킹-코리빙 공간 이용자와 함께 식음료, 헬스케어, 지역 비즈니스 등도 적용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로컬스티치’ 외에 자영업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내일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자 인터뷰>

소셜솔루션 컴퍼니 ‘프리키’ 김태훈 대표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요. 워낙 일을 즐기기 때문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죠.” 국내 IT 대기업 출신인 김 대표는 창업을 하고 코워킹 스페이스와 개인 사무실을 주로 이용해 왔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주거비용과 사무실 임대료가 부담이 됐다. 무엇보다 신경 쓸 것들이 많으니 온전히 일에 몰두할 수가 없었고,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과거보다 개인화, 파편화된 사회의 대안 주거 형태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즈니스 미팅도 ‘로컬스티치’에서 하는데 외부인들도 공간에 대해 신기해 하고 반응이 좋다.

 

모바일 앱 빌더 ‘가이드북’ 조아라 한국지사 대표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가이드북’의 한국 지사를 책임지고 있다. IT 관련 업종인 데다 한국 지사는 규모가 작아 코워킹 스페이스로 ‘로컬스티치’를 이용한다. 이제는 직원들이 늘어났지만 단독 사무실보다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개방성이 더 좋다. 조 대표도 직접 공간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였던 적이 있을 만큼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