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죽어가는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것은 물론 성장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M&A를 즐기는 것처럼 한화그룹은 M&A로 성장한 국내 대표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일명 ‘죽은 기업도 살리는 M&A’ 능력을 보여주는 한화그룹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화그룹은 금융과 화학을 중심으로 화약제조‧방산, 건설, 유통‧레저,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한화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합산 매출기준으로 화학 57%, 화약제조‧방산 26%, 건설 9%, 유통‧레저 3%, 에너지 2%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화그룹은 비금융 부문에서 화학업과 방산업의 DNA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 2014년 말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인수를 통해 화학과 방산업을 더욱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빅딜’이 성사됐던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그룹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하반기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로 폭락하는 시기였으니 이러한 시선이 존재할 법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독박’을 썼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당시 ‘빅딜’은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한 수익성 침체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한화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한화케미칼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상이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이 보강됐으며 경영효율성, 산업 내 위험분산효과는 물론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인수로 안정적인 방산부문이 확대되는 등 그룹 변동성이 완화됐다. 최근에는 한화디펜스(예 두산DST) 인수를 통해 방산업 분야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 화학·방산 빅딜과 조용히 성장하는 금융업

한화그룹이 화학과 방산업 등 비금융 분야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한화그룹의 비금융계열사의 총자산은 2015년 말 기준 43조9810억원, 금융계열사 총자산은 118조9550억원으로 금융계열사들의 규모가 오히려 크다.

2015년 매출액은 비금융 28조8320억원, 금융 23조5320억원으로 이는 2014년 대비 각각 77.96%, 13.55% 오른 수치다. 비금융계열사들의 매출액이 금융계열사 대비 큰 폭으로 오른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한화그룹의 ‘빅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한화그룹의 ‘빅딜’은 신의 한수로도 표현되는데 이는 한화그룹 전체의 외형성장은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1~2014년 한화그룹의 화학부문 내 석유화학 및 태양광사업의 실적저하로 그룹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화학계열사 편입은 그 흐름을 바꾼 것만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문별로 보면 이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그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화학부문 뿐이라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그러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화학부문의 외형성장과 실적증가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한화는 한화케미칼의 지분 36.5%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 내 주력 사업인 화학부문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태양광도 한화케미칼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궁극적으로 김 회장이 (주)한화의 가치 상승을 추구한다면 한화생명보험의 역할도 중요하다. 2015년 말 기준 한화생명보험의 자본총계는 8572억원으로 비금융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3910억원)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주)한화는 한화생명보험 주식 3058만5795주를 주당 6540원에 매각해 2000억3100만원을 확보했다. 또 이 자금은 고스란히 한화건설에 상환전환우선주(RCPS)형식으로 출자됐다.

한화그룹이 지난 2010년부터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후 화학, 방산업 등을 강화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융계열사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주)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생명보험 주식을 매각해 한화건설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김 회장의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식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화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은 해소된다. 작년 말 기준 한화건설은 한화생명보험 지분 24.9%를 보유한 1대주주, (주)한화는 한화생명보험 21.7%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현재 한화건설과 (주)한화는 한화생명보험 지분을 각각 28.40%, 18.15%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사가 보유한 한화생명보험 총지분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한화는 한화건설의 지분 93.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의 관심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강화된 화학·방산업은 물론 금융업에 대해서도 기존의 ‘성장’이라는 관점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또 다른 이름 ‘M&A 그룹’

한화그룹의 성장과 최근 미묘한 지분이동을 한 가지로 해석한다면 단연 인수합병(M&A)이 언급된다. 한화그룹은 M&A로 성장한 국내 대표그룹으로 그만큼 셈법에 능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또한 국내 대표 M&A그룹으로 꼽히지만 한화그룹의 M&A는 일명 ‘죽은 기업도 살리는 M&A’라 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의 전신인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은 제2차 오일쇼크 당시 석유화학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프라스틱공업을 인수해 경영하던 한화그룹의 품에 안겨 지속성장을 이뤘다.

또 한화그룹은 1972년 성도증권(현 한화투자증권), 2002년 신동아화재해상보험(현 한화손해보험)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보험)을 인수했다. 특히 대한생명은 한화그룹에 인수될 당시 누적손실이 2조3000억원에 달했으나 인수 6년 만인 2008년 누적손실을 해소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큐셀의 전신인 독일 큐셀은 지난 2012년 파산 당시 누적 영업적자가 4600억원에 달했으나 최근 4분기 연속 흑자를 보이는 등 분명 개선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M&A에 있어서 인수대상 기업이 영위하는 해당산업의 전망은 물론 인수가격 등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M&A 이후 문화적 융합이라 할 수 있다. 각 나라별, 산업별, 기업별로 각기 다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비록 인수기업이 인수대상기업을 품에 안더라도 문화적 융합이 이뤄지지 않아 잡음이 발생하고 이는 전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특유의 포용과 융합의 문화로 그 어렵다는 M&A를 수월하게 성사시킴은 물론 이를 통해 외형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러한 한화그룹의 특징을 두고 김 회장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김 회장의 스타일은 화끈하고 의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그룹 총수로서 수만 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분명하다.

물론 김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존재한다. 한화그룹의 성장을 통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것으로 김 회장의 이런 이미지를 덮어줄 필요는 없다. 다만, 김 회장이 기업가로서 한 그룹의 사회적·경제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M&A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저돌적인 모습은 위기를 핑계로 움츠러드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분명 배워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