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옛 것과의 갈등이 생기곤 한다. 이러한 갈등이 깊어지면 다툼이 되고 규모가 커지면 전쟁이 되기도 한다. 치과의 역사는 재료의 발달과 함께 했는데 새로운 재료의 등장은 논란과 갈등을 만들기도 했다. 그중 무엇보다 큰 갈등이 만들어 치과의 역사 속에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기록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아말감의 등장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말감이란 충치 제거 후 생긴 치아의 구멍을 메우는 가장 오래된 재료이다.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금속인 수은과 은, 주석, 구리 등의 아말감 합금 가루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수은과 아말감 합금 가루가 혼합되면 아말감화가 진행되어 지점토처럼 가소성 있는 재료가 된다. 이것을 충치 제거 후 생긴 구멍에 다져 넣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화되어 단단하게 굳는다.

역사 속에 아말감의 등장은 중국 당나라(AD 618~907) 시대이다. 문서로 기록된 치과용 아말감의 가장 빠른 기록이다. 현대적 아말감이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1800년도이다. 1833년에 프랑스에서 크로크루 형제가 미국으로 아말감을 가져왔다. 초창기의 아말감은 수은과 순수은의 조합으로, 아말감 반죽 내의 수은이 금속 성분과 완전히 결합하지 못해 아말감 반죽 내의 수은이 남아있는 문제가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초기의 제형이 고온이었다는 점이다. 최초의 유럽 제조법은 2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치아에 직접 적용해야 했다. 뜨거운 납을 입 안에 넣고 견디는 차력사라도 이것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말감의 성질에 대한 이해도의 부족으로 경화 시 생기는 수축과 팽창으로 인해 치아의 구멍에 메운 아말감이 탈락하거나 치아를 조각내는 일도 있었다.

기존 미국에서의 충치 치료는 금박을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아주 얇게 편 금박을 충치 제거 후 생긴 구멍에 조금씩 다져 넣어 충천하는 방법이다. 순금을 이용한 굉장히 고가의 진료였기에 서민들이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초기의 아말감은 수은에 은화를 갈은 가루를 이용했기에 재료를 구하기 쉬웠으며 저가로 치료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자격자나 일부 치과의사들에 의해서 널리 쓰이게 되어, 1844년에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뉴욕주 북부에서 행해진 충치 치료의 50%가 아말감을 사용했다고 한다.

미나마타병으로 유명한 중금속인 수은의 위험성은 이때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아말감이 수은을 이용한 합금이라는 것을 숨기고 왕실의 금속 대용물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이러한 수은의 위험성과 무자격자와 일부 치과의사의 저가 치료의 확대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최초의 미국치의사 협회는, 아말감을 비정상적인 진료라고 규정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아말감 사용은 비정상적인 치료임을 인정하는 서약을 강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에 따르지 않는 회원은 제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듯이 이미 큰 물결이 되어버린 아말감의 사용의 금지는 오히려 치과의사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1850년 아말감 결의안을 철회하고 1856년에는 미국치과의사 협회가 와해되는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1차 아말감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후 아말감을 옹호하던 치과의사들이 1859년 미국치과협회를 조직했다.

1차 아말감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 결과 더 향상된 아말감 합금이 개발되었으며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아말감은 더 발전되고 술식 또한 개선되었다. 그리고 더욱 더 대중적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1926년 앨프리드 슈토크라는 독일의 화학자가 아말감 사용자의 소변 속 수은 농도를 제시하며 수은 독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로 인해 제2차 아말감 전쟁이라 불리는 아말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그 당시 각종 실험으로 인해 수은 중독에 걸려 있던 슈토크는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며 수은의 위험성과 아말감의 제조 및 시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치과의사협회는 아말감의 사용을 고수했으며 그 대신 1932년 최초로 아말감의 표준 규격이 제정되었다.

그 후 한동안 아말감의 문제는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 실험에서 이빨에 아말감 치료를 한 양(Sheep)에서 수은이 뇌 등 장기로 이전됐다는 논문이 발표되자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미국의 방송에서 아말감 속 수은 독성에 대해 다루어 제3차 아말감 전쟁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아말감의 문제를 검토했으나 사용을 금지할 만큼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몇 국가에서는 수은을 이유로 아말감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고, 앞으로 환경적 이유로 수은의 사용을 제한하는 추세인 만큼 이 전쟁은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 자료 : 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 강건일의 과학일기 제 33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