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지난 6~7년간 소셜 미디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술에 푹 빠져 살아왔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관심사가 급격히 바뀌어 버렸다. 지난 수십년간 기술을 이끌어 왔던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규모만큼이나 미래 산업으로 인공지능이나 로봇산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학문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다. 이젠 의료, 기술, 금융 등에서 기술발전을 이루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술이 인공지능이다.

최근엔 컴퓨터가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하고 시각지능도 어느 정도 갖추게 되면서 상점이나 공공시설 또는 슈퍼마켓에서 바퀴로 굴러다니면서 안내를 맡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집안에서도 사람의 질문이나 지시에 따라 조잘조잘 대답하고 간단한 가전 장비들을 작동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나 창업가들은 인공지능기술과 로봇기술을 가까운 미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믿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기술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실리콘 밸리에만 19개 업체가 자율자동차 기술을 개발 중이고 로봇의 특수용도를 개발하는 기업도 6개나 있다고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CBI에 의하면 인공지능에 대한 벤처 투자금이 2011년엔 1.45억달러 정도였는데 비해 2015년엔 6.81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면 소셜미디어 산업에 투자하던 자금은 급속히 줄어버렸다. 물론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기업은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모바일 서비스 기업의 선두주자인 구글도 아마존이 개발해서 절찬리에 팔고 있는 인공지능 가사 도우미 ‘에코’를 모방해서 구글 ‘홈’을 연내에 출시한다고 공시까지 한 상태이다. 이젠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은 말로써 조작되는 가사 지원 ‘에코’나 ‘홈’이 도맡아서 처리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들도 실리콘 밸리에 진출해서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하여 강력한 센서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모바일 통신장비에 치중했던 지역의 잠재력을 인공지능이나 로봇 쪽으로 재설정하려는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비즈니스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인공지능의 미래비전이 궁금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3개월 동안 인공지능의 미래를 현실적 시각으로 평가해 보기 위해서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의 혜택과 위험을 분석해 보는 워크샵을 네 차례에 걸쳐 가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인공지능의 발전에 미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졌다. ‘인공지능기술이 법률과 지배구조 관점에서 시사하는 점’ ‘공공의 이득을 위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안전과 제어방법’, 그리고 ‘미래에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의미’란 주제들을 내걸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인정보보호, 규제, 안보나 보안, 법률, 연구개발 활동에 결합시키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공공사업의 발전과 함께 정부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훌륭한 지렛대가 된다고 본다.

뉴욕에서 개최된 마지막 워크샵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백악관 경제자문단장인 제이손 퍼먼(Jason Furman)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부상을 합리적이지만 방어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설명했다. 우선 산업혁명 이후의 자동화 기술이 계속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역할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증거가 희박하다고 전제를 깔았다. 동시에 낙관론자들이 말하듯이 안심할 만한 수준도 아님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의 기술발전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노동인력의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노동인력에 미치는 기술적 변화를 폭넓게 검토하여 대책을 수립 중이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고르게 분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선택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단계별로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조치를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뛰는 팀웤 플레이

문제는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일자리 파괴능력을 갖게 되느냐에 달렸다.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모두가 목격했듯이, 현재 인공지능기술은 좁은 영역에서 특수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인간을 넘어서는 역량을 뛰어넘기도 하지만 인간지능이 보여주는 바와 같은 일반적인 학습 적응능력은 지니고 있지 못하다. 다시 말하면 기계지능은 한 가지를 학습하면 한 가지만 알지만 인간지능은 한 가지를 배우면 열 가지 스무 가지 유사한 영역에 응용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역은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당장의 사례만 보아도 의료건강 진단에서부터 이미지 인식과 음성인식 영역까지 상당한 기술진전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을 능가할 만큼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한계를 말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는 연구자들이다. 기술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직관력이나 암묵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계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인간의 두뇌 추리력을 능가하는 판단력을 갖추려면 인간두뇌의 작동 로직보다 뛰어난 로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지 모른다. 그래서 근거 없는 낙관론에 매달려 단기간 내에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MIT교수인 경제학자 데이비드 아토(David Autor)는 ‘폴라니(Polanyi)의 모순’에 근거하여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흉내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발달해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로봇이 곁에서 대신 도와줌으로써 숙련공의 역량을 더 높여주게 되어, 전체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단위 노동자당 소득이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간이 인공지능 기계와 대결하는 게 아니고 기계와 함께 경주를 하는 팀웍 플레이를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즉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인간이 떠맡을 일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영역 밖에서 패러다임을 바꾼다

반면 인간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믿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역량을 사람의 능력이란 프레임 속에 가두면 기계가 처리하기 힘든 일들이 많지만, 사람이 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급속히 비즈니스가 뒤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건물벽면 도장 로봇장치만 해도 그렇다. 이 로봇이 개발되기 이전엔 도장공들이 아파트 벽면에 줄을 걸고 매달려 아파트 벽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새겼다. 그러나 벽면도장 로봇은 건물에 도장 로봇을 매달아 아파트 벽면 위에 예쁜 그림이나 글자를 자동으로 새길 수 있다. 즉, 건물도장 로봇은 밧줄 타는 도장공의 암묵지가 없이도 더 훌륭한 벽화를 그려낼 수가 있다. 이렇듯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동방식과 달리 전혀 다른 프레임에서 일을 완성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 기업들이 많은 돈을 투자해서라도 비즈니스 프레임을 뒤엎을 만한 아이디어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백악관은 인공지능 워크샵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종합해서 연말에 정부의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자문단장인 퍼먼은 정부의 역할로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확대, 대학의 기술개발 인력 양성과 해외 고급기술자들의 미국 내 정착 유도, 인공지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인력의 재교육 시스템 마련, 기술개발 경쟁에서 대중소기업들 간의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조성,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오남용 방지대책 수립, 그리고 사이버보안이나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동 사이버 방어체계를 수립하는 일들을 중요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 인공지능 알파고 폭풍이 휩쓸고 간 이후에 미래창조과학부는 발 빠르게 민간기업들을 옥죄어 7개 대기업이 합자 투자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을 추진해 왔다. 7월 중에 법인을 설립하고 9월 무렵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술동향을 살펴보아도 훌륭한 인공지능 시스템 없이는 기업이나 정부가 미래에 닥칠 문제들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틀림이 없다. 기왕 만든 연구기관인 만큼 정말 희망대로 세계에 도약할 만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 사회가 떠안게 될 각종 산업기술과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비법들을 만들어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