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WC 인제니어 컬렉션은 F1 트랙에서 AMG와 호흡을 맞췄다. 출처=IWC

자고 나면 생기는 뉴 미디어의 홍수 속에 용케 살아남은 라디오처럼, 시계도 날고 기는 스마트 기기의 거센 도전과 유혹을 다 뿌리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이유를 수치나 도표 같은 자료를 들어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시계의 타고난 DNA로부터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많은 시계들이 모험과 도전의 아이콘이 된 것도 악조건 속의 항해와 비행, 등반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로 고안되고 발전을 거듭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말하자면 시계에게 있어 모험심은 원초적 본능과 같다. 이런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줌으로써 더 열렬한 지지를 얻는 시계 16점을 꼽아보았다. 단, 순위나 가격과 상관없이 알파벳 순서로 나열했다.

 

1.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01

▲ 출처=브라이틀링

브라이틀링은 ‘전문가를 위한 장비(Instruments For Professionals)’를 추구하는 곳이다. 브라이틀링이 간판 모델인 내비타이머를 발명한 것은 1952년의 일. 내비타이머는 내비게이션과 타이머 기능을 결합한 시계로 비행 시 필요한 여러 가지 계산(거리 환산, 곱셈, 나누기, 환율 계산, 평균 속도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회전형 슬라이드 룰을 갖췄다. 60년간 꾸준히 생산된 내비타이머는 현재 생산중인 모든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중 최고령 모델인데, 놀랍게도 데뷔 초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이는 파일럿과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이 시계를 격하게 아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내비타이머가 큰 전기를 맞은 건 고성능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브라이틀링 칼리버 01에 의해서였다. COSC 크로노미터 공식 인증을 받은 이 무브먼트와 이로 인해 가능한 70시간 이상의 파워 리저브, 양방향 회전 베젤은 이 시계를 찬 사람만의 자부심이다. 43mm 사이즈의 블랙 다이얼과 레드 초침, 금장의 B 날개 로고는 내비타이머의 특별함을 말하는 듯하다. 바 혹은 숫자 인덱스에 적용된 디테일도 특유의 깊이를 더한다.

무브먼트 브라이틀링 01  기능 시, 분, 초, 날짜, 크로노그래프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레더  가격 1000만원대

 

2. 해밀턴 카키 네이비 프로그맨 46mm

▲ 출처=브라이틀링

최고의 가성비를 지닌 시계를 찾는 사람의 촉수에 이 시계가 걸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해밀턴 카키 네이비 프로그맨 46mm는 견고한 티타늄 케이스와 100bar(1,000m) 방수 기능, 포화 잠수 조건에서 내부와 외부 압력을 같게 하는 헬륨 밸브를 갖춘 전문가 수준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200만원도 채 되질 않는다. 케이스 백의 스쿠버 다이버 디자인이 마치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듯하다. H-10 칼리버는 지상에서뿐만 아니라 수중에서도 유용한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할리우드 절친인 해밀턴의 시계답게 스토리텔링도 풍부하다. 카키 네이비 프로그맨은 해밀턴이 미 해군 특공대(frogmen)를 위해 만든 전설적인 다이버 워치이자 1951년 영화 <프로그먼>에 등장한 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세계 정상급 프리 다이버인 피에르 프롤라(Pierre Frolla)의 손목 위에서 빛을 발한 시계들은 1951년 모델과 마찬가지로 군용 물통을 모티프로 한 인상적인 크라운 보호 장치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감각적인 컬러의 단방향 회전 베젤과 블랙 컬러를 배경으로 한 3면 컷팅 모양의 야광 핸즈, 그 끝을 빨간색으로 강조해 가독성을 높인 초침 핸드 등 다이버 워치다운 면모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무브먼트 H-10  기능 시, 분, 초, 날짜  케이스 티타늄  스트랩 러버  가격 188만원

 

3.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AMG

▲ 출처=IWC

IWC와 AMG라니. IWC와 메르세데스-AMG의 전략적 제휴를 상징하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니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IWC와 AMG의 엔지니어들은 정밀 공학에 대한 혁신과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제니어는 엔지니어들이 최고의 권위를 누리던 시대인 1950년대에 탄생했다. 그들은 초창기 50년 동안 셀프 와인딩 시스템을 놓고 과학적 실험을 거듭했고, 검사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철통 같은 충격 방지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내부 연철 케이스가 장착되어 80,000A/m에 이르는 항자기성 특징을 지니고, 수심 120m까지 방수도 가능하다. 초강도지만 가벼운 소재인 티타늄을 사용한 인제니어 컬렉션에는 강한 충격과 진동, 가속과 급정거부터 급격한 온도 변화와 도처에 작용하는 자기장까지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레벨의 기술력이 동원되곤 한다. 이런 특징을 지닌 인제니어 오토매틱 AMG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레이서는 물론 온 누리의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에게 더없는 낭보라 할 것이다. 42.5mm 케이스와 IWC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80110,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이 장착된 이 오토매틱 워치는 티타늄 브레이슬릿과 소프트 밴드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무브먼트 80110 칼리버  기능 시, 분, 초, 날짜  케이스 탄화붕소 세라믹  스트랩 러버, 다이나미카(Dinamica®)  가격 미정

 

4. IWC 마크 XVIII 어린 왕자 에디션

▲ 출처=IWC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의식’있는 어린 왕자가 우리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해 인기를 끌었던 빅 파일럿 워치 어린 왕자 에디션과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어린 왕자 에디션은 미세하게 바뀐 다이얼과 송아지 가죽 스트랩으로 변신했고, 파일럿 워치 마크 XVIII 어린 왕자 에디션이 새로 합류했다. 어린 왕자 이름으로 런칭되는 시계들은 나이트 블루 다이얼과 베이지색 퀼트 스티칭을 장식한 송아지 가죽 스트랩으로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특징을 지녔다. 뒷면에는 어린 왕자 에디션만의 표식이 담겨 있다. 파일럿 워치 마크 XVIII 어린 왕자 에디션은 디자인과 기능적인 면에서 클래식한 파일럿 워치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선명한 구조의 다이얼은 조종석 계기판처럼 가장 중요한 것만을 남겼다. 3단 날짜 창을 없애고, 심플한 데이트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는 등 가독성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자기장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내부 연철 케이스와 기압 강하에 대비해 단단히 고정된 전면 글래스 등에서도 파일럿 워치다운 일면을 볼 수 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 30110 칼리버로 동력을 얻고, 42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무브먼트 30110 칼리버  기능 시, 분, 초, 날짜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레더  가격 535만원

 

 5.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클래식

▲ 출처=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는 순수하지만 강렬한, 정중동의 시계다. 전통과 격식을 갖춘 모습에 놀라운 반전이 있다. 한 번의 터치로 케이스를 돌리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뒷면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하지만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니다. 애초에 리베르소는 폴로 경기 중에 손상될 수 있는 다이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양면 시계였다. 물론 시계의 뒷면은 언제든 앞면이 될 수 있다. 뒷면이 맞춤 제작을 통해 사람들이 꿈꾸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첫선을 보인 1931년부터 지금까지, 리베르소의 반전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기하학적인 케이스, 가드룬 장식,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그리고 레일웨이 미닛 트랙은 흐르는 세월과 덧없는 유행을 비웃는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앞면 다이얼에는 중앙의 기요셰 패턴과 외곽의 수직 브러시 마감 등 세심한 텍스처 가공이 되어 있다. 리베르소 클래식의 여러 모델에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를 넣어 사용자 중심 설계를 더한 부분도 높이 살 대목이다. 3가지 사이즈의 스틸 소재로 선보이는 리베르소 클래식 시계의 뒷면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인그레이빙 등 수공예 작업을 할 수 있다.

무브먼트 965 칼리버  기능 시, 분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악어가죽  가격 1060만원(라지 사이즈 기준)

 

6. 융한스 마이스터 텔레미터

▲ 출처=융한스

가성비만으로 융한스의 시계를 다 설명할 수 없다. ‘Made in Germany’만의 깊이도 그 중 하나이다. 융한스는 1930년 생산된 첫 번째 마이스터 모델을 필두로 새로운 시계 제조의 장을 열고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정교한 무브먼트를 전제로 하는 ‘마이스터’ 컬렉션은 1936년 J80 칼리버부터 코트 드 제네브(Cote de Genève: 반복되는 원형으로 만든 줄무늬 패턴) 장식이 있는 J80/2 칼리버와 1951년부터 1960년까지 생산되어 크로노미터 공식 인증을 갖고 있는 J82 칼리버까지, 융한스가 독일 출신임을 상기시켜주는 의미심장한 컬렉션이다. 지난 2014 바젤월드에서 처음 선보인 새로운 마이스터 텔레미터 컬렉션은 1951년에 출시된 구 모델을 복각해 만든 제품으로, 전통과 기능을 결합한 다이얼 구도나 최상의 가독성을 보장하는 완벽한 비율이 압권이다. 기존 J88 칼리버에서 40.4mm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에 J880.3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변화했고, 거리를 측정해주는 텔러미터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탑재되어 보다 정확한 속도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무브먼트 J880.3 칼리버  기능 시, 분, 초, 크로노그래프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 레더  가격 360~378만원

 

7. 론진 애비게이션 워치 타입 A-7

▲ 출처=론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다이얼과 파격적으로 큰 사이즈 덕분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애비게이션 워치 타입 A-7의 원형은 1930년대에 개발되어 미국 공군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타입 A7이다. 타입 A7은 비행사들이 두꺼운 글러브를 착용해도 쉽게 시간을 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돌출된 크라운이 장착된 빅 사이즈의 워치였다. 블랙 다이얼 위의 큰 화이트 숫자들은 약한 빛이나 흔들리는 환경에서도 금세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포석. 다이얼이 기울어진 디자인도 비행사가 따로 팔을 움직이거나 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도 쉽게 시간을 읽기 위해서였다. 애비게이션 워치 타입 A-7은 이 전통을 잘 계승해 발전시켰다. 49mm 사이즈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는 론진에만 있는 컬럼 휠 무브먼트, L788 칼리버가 장착되어 있다. 스타트, 스톱과 리셋 투 제로의 다양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돌출된 크라운의 싱글 푸시-피스 세트를 눌러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매끄러운 원형 다이얼의 바깥쪽에 있는 타코미터와 시와 분을 나타내는 브레게 핸즈가 시계를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

무브먼트 L788 칼리버  기능 시, 분, 초, 날짜, 크로노그래프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악어가죽  가격 600만원대

 

8. 몽블랑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콴티엠 컴플릿 바스코 다 가마

▲ 출처=몽블랑

먼저 이 시계에 표현된 남십자성과 바스코 다 가마의 연결고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497년 11월 4일,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의 선단이 아프리카 대륙 서남단의 세인트 헬레나 해안에 도착했다. 며칠 후 3척의 포르투갈 선박이 희망봉을 큰 아치 모양으로 돌아 모셀베이에 도착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이듬해인 1498년 5월 20일 인도 영토인 말라바 해안의 캘리컷 근처에 도착했고, 이로써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 뱃길로 인도에 도착한 첫 유럽인이 되었다. 바스코 다 가마로부터 영감을 얻은 몽블랑은 새로운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컬렉션의 정확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1497년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보았던 남반구의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재현했다. 남십자성은 알파, 배타, 감마, 델타가 밝고 눈에 띄며 감마 별은 섬세한 붉은빛으로 그려졌다. 문페이즈는 블루 래커를 칠한 아름다운 별자리에 구멍을 내고 그 아래로 금빛의 돌아가는 디스크가 밤하늘의 달을 표시한다. 이 스페셜 에디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월과 일을 각기 다른 창에 나타내고, 분침과 같은 중심으로 회전하는 중앙축의 핸드로 현재의 날짜를 가리키는 디스플레이다. ‘풀 캘린더’ 또는 프랑스어로 ‘콴티엠 컴플릿(Quantième Complet)’으로 불리는 이 디스플레이는 종합적인 캘린더 정보를 나타내고 때로 수동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 몽블랑은 날짜를 읽기 쉽도록 끝에 작고 붉은 초승달 모양을 그려 넣는 위트도 잊지 않았다.

무브먼트 MB 29.16 칼리버  기능 시, 분, 초, 날짜, 요일, 문 페이즈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랩 악어가죽   가격 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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