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카드 'Re:Frame 카드' 모음(출처=신한카드)

자고로 예뻐야 된다. 사람의 외모 이야기가 아니다. 신용카드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때마다 점원, 직장동료, 연인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에 괜히 우쭐해진다.

실제로 신용카드포털 카드고릴라가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신용카드 선택 시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이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질문에 82.8% ‘그렇다’고 답했다. 신용카드 업체들이 카드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로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삼성카드는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현대카드는 모던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3사의 신용카드 플레이트 디자인과 철학을 살펴봤다. 

‘빅데이터 활용 고객관점 구현’ 신한카드

신한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의 핵심은 ‘고객관점’이다. 소비자의 개성을 담은, 소비자가 돋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코드나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코드나인 시리즈의 디자인 개발은 네덜란드와 국내 디자인 전문컨설팅사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신한카드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이 착수됐다. 데이터는 성별에 따라 9개, 총 18개의 스타일로 세분화됐다. 각 스타일을 상징화한 디자인이 플레이트 위에 구현됐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혜택과 소비패턴을 시각화 시킨 셈이다.

신한카드는 ‘리얼라이프의 재구성’(Re:Frame)을 디자인 콘셉트로 채택했다.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플레이트 테두리에 사각형 프레임으로 표현했다.

▲ 삼성카드 '숫자카드' 모음 (출처=삼성카드)

사용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지픽과 퀵리드 방식을 도입했다. 이지픽은 프레임 안쪽으로 홈을 만들어 지갑 속 여러 장의 카드 중 쉽게 알아보고 꺼낼 수 있도록 한다. 플레이트에 카드 인식 방향을 표기해 가맹점의 편리도 고려했다. 비자카드가 개발한 퀵리드 방식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의 카드는 카드번호 16자리가 중앙에 1줄로 나열돼 있다. 반면 퀵리드는 우측 상단에 4자리씩 4줄로 배열했다. 카드 뒷면에 있는 유효성확인코드(CVC) 3자리 숫자도 앞면에 표기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업체는 코드나인 시리즈를 통해 지난 2014년 ‘굿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시각·매체 분야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을 받았다.

‘쉽고 편하고 꾸밈없는’ 삼성카드

삼성카드는 대표상품인 숫자카드에 지나친 꾸밈이나 과장없이 담백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카드 혜택을 사용하고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플레이트 전면에 혜택 내용을 표기해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카드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쉽고, 편하고 꾸밈없는 실용이다. 숫자카드 디자인의 특징은 카드를 사용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카드 플레이트 표면의 활용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대표 혜택과 카드의 이름인 숫자를 간결하게 표시했다.

삼성카드는 색상을 통한 시각적인 요소와 함께 플레이트 표면 상에 커팅기법을 활용해 숫자를 표현했다. 카드를 만졌을 때 촉각적인 요소를 보다 강화한 것이다.

▲ 현대카드 '코팔 플레이트 카드' (출처=현대카드)

삼성카드는 지난 4월 온라인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전용카드 탭탭(taptap)을 출시했다. 탭탭의 디자인을 맡은 삼성카드 디자인센터는 ‘일렉트로 머메이드’(Electro Mermaid)라는 새로운 용어를 개발해냈다. 전설 속 인어의 비늘에서 착안해 탭탭을 디자인했다. 디지털의 다변성을 표현하고 밝고 화려한 색상을 조합해서 젊은층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플레이트만으로도 삼성카드만의 실용적인 부분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에 반영했다”며 “화려함 보다는 담백하고 심플하게, 꾸밈 보다는 실용을 중시하고 있는 상품의 특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정태영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 현대카드

“현대카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착수할 때는 변하지 않은 루틴이 있다. 많은 패턴과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느낌을 토론하는 과정이다”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디자인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경영으로 현대카드의 부활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그는 취임과 동시에 ‘현대카드M’에 1억원의 디자인 개발 비용을 투자했다. 당시 카드 디자인 개발 비용이 20만원 내외로 책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현대카드는 그의 진두지휘 아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간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한다. 모서리가 둥근 타사 카드에 비해 좀 더 날카롭고 모나게 만든다. 전면에는 카드명 같은 핵심정보를 제외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걷어냈다.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 신한, 삼성, 현대카드 플레이트 디자인 비교(출처=각사)

신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카드가 눈에 띈다. 새로운 플레이트 소재인 코팔을 도입했다. 코팔은 구리 합금 신소재로 강도가 높고 무게감이 있으며 가공하기 용이하다. 현대카드는 코팔이 구리 합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구리는 기원 전 6세기 무렵 리디아(현재 터키)에서 처음 등장한 동전의 주 원료다.

코팔 플레이트는 40회가 넘는 정교한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완성된 플레이트는 0.82mm의 두께로 견고함을 갖췄다. 재료에 인위적인 마감을 최소화했다. 현대카드는 코팔 카드 전용 직접회로(IC)칩을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자사 프리미엄 카드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해냈다고 업체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