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검찰에서 A 회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데요. 그 회사와 저희 VIP가 관계가 조금 있는 모양입니다. VIP는 관련 의혹이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회사 차원에서 이 의혹을 확실하게 털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세요. 해당 의혹이 회사와 관련된 사업적 의혹인 경우인가요? 아니면 VIP의 개인적 관련 의혹인가요? 만약 회사와 관련된 사업적 의혹이라면 회사 홍보팀이 창구가 되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VIP의 개인적 의혹이라면 회사 홍보팀이 창구 역할이 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종종 국내 기업들에서 VIP가 오너인 경우 VIP의 아주 개인적 의혹에도 회사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오너 개인과 법인의 이슈를 분리하지 않는 관행입니다. 그 개인이 오너이기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정상적인 관여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특히 질문과 같이 자사 이슈가 아니고 VIP가 현재 조사 대상인 A 사와의 개인적 관여 의혹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회사 차원의 개입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홍보팀이나 관련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사실 “이번 이슈는 VIP 개인 이슈입니다. VIP가 이슈 관리 대행사를 고용하시면서 개인적으로 대응하세요. 저희 회사 차원에서는 개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VIP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회사 차원에서는 가능한 그런 경우 VIP에게 ‘침묵’을 조언해야 합니다. 사법적으로 의혹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실제 사법기관의 조사를 위한 요청을 받기 전까지는 침묵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합니다. 일부 언론 기사를 통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해도, 개별적 대응과 장황한 해명 보다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낫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조언해야 합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VIP는 사법기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받고 변호사 선임준비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그 의혹이 단순 의혹으로 끝난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사법기관에서 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출두 요청을 해오는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회사의 홍보팀입니다. 기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고 취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의혹에 대해서 우리도 무언가 확실하게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해명하자’는 충정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해명 활동은 더욱 더 사법기관의 주목을 끄는 밑밥이 되곤 하니 문제입니다. 마치 “여기 좀 더 봐주세요. 저희 VIP는 아무 잘못이 없는걸요?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법적 문제는 법적인 절차와 대응을 통해 푸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적인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적인 절차와 대응을 통해 푸는 것도 기본입니다. 이해관계자 관점에서도 기본은 동일합니다. 고객과 관련된 이슈는 고객을 중심으로 푸는 것이 맞습니다. 직원은 직원을 중심으로, 언론은 언론을 중심으로, 거래처는 거래처를 중심으로 푸는 것이 기본입니다.

문제가 커지거나 장기화되는 경우는 고객과 관련된 이슈를 관리한다고 언론을 동원하는 경우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관리하기 위해서 검찰과 법원을 동원하는 경우입니다. 거래처를 관리하기 위해서 다른 이해관계자를 활용하는 경우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고도 하지요. 접근 방식이 잘못된 케이스들입니다.

사법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라도 의혹 선상에 올라 있다면 ‘침묵’하십시오.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별반 얻을 것이 없습니다. 홍보팀은 일단 뒤로 빠지고, 법무팀이나 VIP가 고용한 로펌이 대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십시오. 관련 이슈에 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 하나하나 관리하면서 전반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하는 포지션을 선택하십시오.

무조건 나가서 떠들며 소리 지르는 것이 홍보팀의 역할은 아닙니다. 전략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하이 프로파일할 것인지, 로우 프로파일할 것인지를 고민해 선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선 대응에 있어 스스로 통제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VIP에게 조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VIP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오는 기자들에게는 어떤 답을 해야 하는가? VIP인 내가 억울해 미치겠는데, 이 억울함을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 VIP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출두 요청을 받았는데 이 경우 출두 당시 기자들에게는 무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어떤 절차에 따라 현장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어떤 모습으로 청사에 입장해야 하는가? 이런 절실한 질문들에 대해 적절한 답변과 조언 그리고 활동 지원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이는 곧 동중정(動中靜)의 준비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