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 브리야 사바랭(1755~1826) 미식예찬 中 -

 

일본 여성지 ‘마이나비 우먼’는 일본의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간의 3대 기본욕구(식욕·수면욕·성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욕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6%는 ‘수면욕’, 39.8%는 ‘식욕’이라고 답했다. ‘성욕’은 전체 4.2%에 불과했다. 

‘먹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생존을 위해 먹는다’고 하기보다는 먹는 즐거움으로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고,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끊임없이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극대화시키는. 그 이름도 아주 자극적인. 푸드 포르노(Food Porno)다. 푸드 포르노는 음식의 맛에 집중하기보다 뚜렷한 색감과 과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해 보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한다. 
        
푸드 포르노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Rosalind Coward)가 1984년 집필한 여성의 욕망(Female Desire)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저자는 본문을 통해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음식 관련 콘텐츠의 자극은 포르노(성적(性的)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간이 흐르고 식욕에 대한 관능적(官能的) 접근으로 해석되며 강한 시각적 요소를 통해 식욕을 자극하는 일종의 마케팅으로 승화됐다.

아시아 식재료를 유럽에 공급하는 스웨덴 식품업체 ‘CT Food’는 자사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통해 푸드 포르노 마케팅을 전개했다. CT Food는 네티즌들이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의 사진을 올리면, 그에 해당하는 요리법을 댓글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수많은 소비자들과 소통했고 이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먹방’ 혹은 ‘쿡방’으로 구현했다. 네티즌들은 개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에 열광했다. 콘텐츠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그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번쯤 따라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모 치킨업체는 인터넷 방송에서 언급된 자사의 메뉴가 포함된 레시피를 실제로 활용해 매출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요리연구가나 요리사들을 등장시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을 화면에 담았다. 급기야는 유명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그 안의 재료들을 이용해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매주 주제를 바꿔 특정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 출처= 현대백화점 페이스북

한편, 다수의 유통업체들도 푸드 포르노를 마케팅에 적용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페이스북 페이지에 ‘#군침유발‬PROJECT’라는 제주로 영상 게시물을 고정적으로 업로드하며 현대백화점 각 지점에 입점한 식품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본 영상은 메뉴의 조리 과정, 그리고 플레이팅(음식을 접시에 보기 좋게 놓는 것)을 클로즈업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푸드 포르노다.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SNS 계정에 이마트 식품브랜드 ‘피코크’와 ‘노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업로드하며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수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푸드 포르노 마케팅은 특정 식품 브랜드를 포함해 식품 자체에 대한 관심을 소비 증가로 연결시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요리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서 카레 요리가 소개된 다음 날, 부산지역 이마트의 카레와 돼지 목살의 매출이 전날에 비해 각각 43%, 82% 증가했고 고등어·꽁치 통조림을 이용한 요리가 소개된 다음날에는 고등어·꽁치 통조림 매출은 전날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 출처= 아프리카 먹방 BJ 벤쯔 방송화면 캡쳐

식품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 일련의 마케팅은 분명히 소비 진작의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는 점점 똑같아지며 소비자들에게 식함함으로 다가서는 푸드 콘텐츠의 패턴, 억지 ‘먹방’을 가장해 방송 출연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학성(加虐性) 논란 등은 본질을 잃은 ‘진짜 포르노’처럼 여겨지며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미래 산업이라고 여겨지는 ‘식품 산업’은 변화하면서도 끊임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양분으로 성장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푸드 포르노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마케팅적 발상과 응용이 그렇듯, 변화하지 않으면 일시적 현상으로 잊혀지거나 의도와는 다르게 와전되고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제 푸드 포르노 마케팅도 조금 더 정제된 관점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