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운동으로 시작된 일과는 진료 마감과 함께 끝난다. 하지만 나의 밤은 이제 시작되는데, 이것이 ‘나 홀로 라이프’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TV 시청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환자진료와 병원경영으로 지친 머릿속의 스트레스를 풀어낼 때 ‘개그’가 한몫한다. 빼놓지 않고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바로 <개그콘서트>인데, 시청의 즐거움을 한층 높이기 위해 한잔 ‘똑!’이 필요하다.

몸짱 한의사가 술이라니 웬 말인가 싶지만, 나는 술을 마실 때도 건강을 챙길 줄 아는 남자다. 또 많이 마시기보다는 건강에 좋은 안주를 요리 삼아 곁들이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깊어가는 이 여름, 나만의 특급레시피를 공개한다.

 

술, 건강하게 마신다면 건강지킴이 ‘막걸리’

막걸리는 우리 전통 민속주다.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지역특산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한 여행지에 우연히 막걸리의 깊은 맛에 빠진 이후로 ,나의 워너비 술은 막걸리가 되었다. 누군가는 그래봤자 술 아니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걸리의 효능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리라.

우선 변비로 고생한다면 막걸리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무려 500배가 더 많이 들어있다. 비만 예방과 염증억제 효과도 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밝혀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종양 크기를 줄이는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어찌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슈퍼 푸드와 함께 춤을, 아니 술을 ‘낫또’

막걸리가 아무리 몸에 좋은 술이라고 해도 술일진데 어찌 안주가 낫또일까 의문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단언컨대 낫또는 최고의 술안주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알겠지만 낫또는 일본 전통 발효식품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다이어터들이 즐겨 먹지만, 정작 맛있게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살을 빼기 위해 억지로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맛이 없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하지만 혼자남 최종원은 워낙 식성이 좋아서 ‘그 맛없다는 낫또를 맛있게 먹는 걸 해낸다’(매운맛을 즐긴다면, 겨자를 듬뿍 넣어보자. 다진 청양고추를 살짝 넣어도 역한 맛을 줄일 수 있다). 낫또는 알려진 대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맞다. 여기에 단백질, 칼슘, 비타민 철분까지 풍부하니 세계적으로 꼽히는 슈퍼푸드 반열에 오를 만하다. 또 평소 장트라블타로 고생한다면 강력추천 낫또 되시겠다. 낫또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바실리스균은 변비와 설사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자 유산균이다. 물론 낫또 하나만 먹는다면 심심하고 밍밍할 수도 있다. 다소 끈적이는 질감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곧 소개할 짝꿍 안주들을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잠 못 드는 밤, 비가 내리면 장어구이와 생강을 만나요

막걸리 안주에 낫또도 희한한데, 장어라니 하는 사람들. 일단 한번 잡숴봐! 그 맛이 예술의 전당감이다. 최고의 보양식으로 알려진 장어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몸에 좋은 식재료다. 그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될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입증되어 왔다. 우선 허약한 사람의 체질을 개선해 건강하게 해준다. 어디 그뿐이랴, 당뇨 예방, 시력 증진, 간 기능 개선, 폐 기능 강화, 빈혈 개선 등 알면 알수록 놀랍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고 귀한 식재료라고 한들 조리하기 어려우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어렵지 않게 조리해서 맛있게 먹기로. 우선 장어는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온라인 마트에서 주문하기로 한다. 말끔하게 손질된 장어 한 마리가 정성스레 문 앞까지 배달되는 고마운 세상.

우선 나는 최대한 간결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에, 잡내를 제거하는 청주의 도움을 받아 쪄냈다. 실리콘 찜 틀에 올려 끓기 시작한 물에 넣어 5분이면 충분하다. 이때 소주잔 한잔 분량의 청주를 끓는 물에 넣어주면 끝난다(물론 이는 개인적인 견해로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아내가 담근 양파효소와 간장, 설탕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고창 여행에서 사온 복분자 술을 한 스푼 정도 더하는 것은 나만의 비법이다(귀찮다면 조리된 장어를 마트에서 주문하면 된다^^).

이제 빠질 수 없는 화룡점정, 생강 되시겠다. 장어와 생강은 식궁합이 좋은 식재료인데, 생강 특유의 살균작용으로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와 더불어 장어에 남겨진 비린내까지 잡는다. 또 마지막 한 입에 생강채를 살짝 씹어주면 양치한 듯 양치안한 양치한 것 같은 개운함을 준다.

아, 오늘밤 막걸리 한 잔에 온 세상을 얻은 듯한 행복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