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한 영화가 개봉하면서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인터스텔라>였다. 특히 IMAX 상영관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의 상당량을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광풍이 불었다. 몇 주 후 상영될 영화의 티켓이 동이 나자 일부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암표까지 등장했다. 멀티플렉스가 생겨난 이후 이러한 예매 전쟁은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이런 열풍 속에서 <인터스텔라>는 결국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극장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극장들은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진화를 시도했다.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해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그 결과 다양한 영화관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요약하면 ‘대형관’과 ‘특별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극장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3대 필수 요소가 있다. 바로 스크린(Screen), 사운드(Sound), 시트(Seat) 등 3S다. 영화를 볼 때 극장이 가정이나 다른 곳과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3S이다. 극장 진화의 방향은 이 3S가 핵심이었다. 때로는 개별 요소의 장점을 극대화해, 때로는 각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진화시켜 ‘대형관’과 ‘특별관’ 형태로 나타났다.

‘스크린’, 즉 시각적인 부분을 극대화한 대형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IMAX를 들 수 있다. IMAX는 Eye Maximum의 준말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의 영상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사운드에도 더욱 많은 공을 들여 일반 영화관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IMAX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극장 사업자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전용관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CGV가 IMAX사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개별 극장들도 스크린을 극대화한 대형관 개발에 뛰어들었다. CGV는 2009년 CGV영등포에 ‘스타리움’이라는 영화관을 개관했다. 이 영화관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으로 등재됐다. 곧 롯데시네마가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하며 ‘스타리움’보다 한 뼘 큰 크기의 ‘슈퍼플렉스G’를 선보이며 세계 최대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곧바로 중국 극장업체로 넘어갔다. 국내 메가박스는 ‘M2’라는 대형관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운드’를 강조한 사운드 특화관들도 속속 생겨났다. ‘THX’, ‘돌비 애트머스’, ‘소닉티어’, ‘오로3D’ 등 특별한 오디오 시스템을 도입한 영화관들이다. 상영관별로 일부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이들 상영관은 확실히 일반 영화관과는 차별화되는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사운드가 중요한 블록버스터나 음악 영화들이 개봉할 때면 관객들은 어느 영화관에서 최고의 사운드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지 정보 교환에 몰두하기도 한다.

‘시트’의 경우 초기에는 편한 의자를 설치하는 것으로 진화해 갔다. CGV의 ‘골드클래스’, 롯데시네마의 ‘샤롯데’, 메가박스의 ‘부띠크M’ 등이 프리미엄 의자를 설치한 영화관들이다. 고객들은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이런 프리미엄 영화관에서 기꺼이 영화를 본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CGV는 ‘템퍼시네마’라는 침대형 영화관을 선보였다. 영화관 내에 세계 최초로 리클라이닝 침대를 도입한 극장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 입장할 때 광고 시간 등을 감안해 다소 늦게 입장하는 게 대부분인데, 템퍼 시네마는 이런 고객의 관행마저 바꿔놓았다. 많은 고객들이 영화 시작 전 미리 입장해 침대의 포근함을 경험하곤 한다.

특별관을 말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4DX’와 ‘스크린X’, 스피어X’ 등이다. 이 특별관들은 이미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새로운 행태의 영화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의 토종 문화 기술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