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면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한강 공원의 잔디밭에 앉아서 따끈따끈한 치킨과 시원한 맥주를 함께 즐기던 ‘공원 치맥’이 서울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가 공원이나 어린이 놀이터에서 음주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지역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어린이들이 많은 지역에서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부어라 마셔라 한다면 눈살이 찌푸려질 것이다. 하지만 즐겁게 맥주 한 잔씩 하던 여름밤의 추억이 사라져서 아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공원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것과 달리 뉴욕 맨해튼에서는 그 정반대의 움직임이 있어서 흥미롭다. 뉴욕 맨해튼의 허파라고 불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술을 마시면 운이 나쁠 경우 경찰서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범죄’에 해당됐다.

1979년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에드 카치가 뉴욕시의 만연한 범죄와 부랑자들을 막기 위해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센트럴 파크뿐만 아니라 모든 공원, 이를 넘어서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경범죄로 벌금을 내거나 운이 나쁘면 구치소까지도 가야 하는 사안이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앞의 계단에 앉아서 병맥주를 마신다거나 벤치에 앉아서 맥주캔 하나를 따서 마신다면 이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이므로 불법에 해당됐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불법이기 때문에, 공원 인근에 있는 작은 야외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려면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마셔야 한다. 이곳에서 맥주를 주문한 후 이를 들고 공원 잔디밭에 들어가서 마신다면 불법이 된다.

각종 공연과 행사가 펼쳐지는 여름밤 뉴욕의 공원에서는 이 법을 피해서 혹은 아예 무시하고 음주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무료 오페라 공연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치킨과 맥주와 비슷하게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포장해오고 와인이나 맥주를 들고 와서 즐겼다.

저녁이 아닌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많은 낮에 공원을 찾는 젊은이들은, 와인병을 들고 오는 대신 빈 플라스틱병에 와인이나 맥주를 담아서 마치 음료수인 것처럼 마시기도 했다. 혹은 갈색 종이봉투에 술병을 담아 마셔서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술인지 음료수인지 모르게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2016년 3월 1일부터 뉴욕 맨해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뉴욕시에서 과도한 경범죄 항목들로 인해 지나치게 인력이 낭비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경범죄의 범위를 축소한 것이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시에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로 벌금을 내거나 기소된 사람들은 무려 160만명이나 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살인이나 폭력 등 심각한 범죄들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경찰 인력이 상대적으로 사소한 일에 얽매였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요일 아침에는 레스토랑이나 바(Bar)에서도 술을 팔 수 없었던 법도 완화될 예정이다. 뉴욕에서는 과거 1920년대 시행됐던 금주령의 여파로 일요일에는 낮 12시 이후에만 레스토랑에서 술의 판매가 가능했다.

뉴요커들이 흔히 하듯이 11시쯤 레스토랑에서 가서 ‘선데이 브런치’를 먹으면서 무제한 칵테일을 주문해서 마셨다면 이미 법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레스토랑에서 이를 어기고 술을 판매하거나, 아예 ‘브런치 칵테일’이라는 이름으로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프로모션까지 하는 마당이라서, 법의 완화는 오히려 뒤늦은 감도 있다.

존재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종종 지키지 않거나 혹은 그런 법이 있는지도 모르는 법규 중의 하나는,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춤을 추도록 하는 곳에서는 ‘캬바레 라이센스’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 댄서들이 공연을 하는 곳인 캬바레의 허가증이 있어야만 술집에 온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술을 한 잔 하고 흥에 겨워 이 허가증이 없는 술집에서 춤을 췄다가는 술집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법도 머지않아 앞의 두 법규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