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뉴칼레도니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딱 이렇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짙푸른 바다가 보이고, 그 위를 거대한 크루즈선이 떠다닌다. 문밖을 나가면 쉽게 만나는 희귀동식물은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냈다. 은밀한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으로 전세계 부유층 사이에서만 입소문이 났던 곳. 만약 천국이 있다면 뉴칼레도니아의 모습을 띄고 있지 않을까.

뉴칼레도니아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인기 드라마‘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푸른 바다, 곳곳에 펼쳐진 산호섬 등 아름다운 풍경은 누나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준표 보다 더. “신혼여행은 꼭 뉴칼레도니아로 가야지.”“프로포즈를 내가 찜한 곳에서 한번 더 받아야지.” 미지의 세계는 여심을 설레게 했고, 최고의 여행지는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유럽 거부들의 은밀한 휴양지
사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뉴칼레도니아를 찾는 여행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설이 좋지 않아서? 볼 게 없어서? 아니다. 정반대다. 너무 좋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 외부에 소개가 많이 되지 않았다.

유럽의 부유층에게 입소문을 탔지만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는 그들의 특성상 일반인에 공개하기를 꺼려 했다. 처음 몇몇 사이에 시작된 분위기는 암묵적인 동의 속에 유지됐던 것이다. 그렇게 유럽인들에게만 알려졌던 신비의 섬 뉴칼레도니아는 일본의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로맨스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책 발간 이후 매년 3만명에 가까운 일본인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한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의 해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앙스바타 해변을 비롯해 석호와 산호초로 둘러싸인 그랑드 떼르, 야자수가 아닌 소나무가 뒤덮고 있는 일떼뺑 등 크고 작은 섬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말이 있을까. 정말 천국이 있다면 뉴칼레도니아처럼 생겼을까. 궁금하면 떠나자. 열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속 시원한 답을 내려줄테니.

뉴칼레도니아는 국토의 60% 이상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섬 전체는 자연이 만들어 낸 하나의 예술품이다. 그래서일까. 뉴칼레도니아를 찾기 위해선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에서 떠난다면 말이다. 서울과 뉴칼레도니아의 국제공항이 있는 누메아를 연결하는 직항편이 있지만 비행 시간이 길다.

무려 10시간. 오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꼬박 반나절의 시간이 지나야 지상천국에 도착할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에서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에 이어 3번째로 큰 섬나라다. 프랑스령으로 곳곳의 도심에선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바게트처럼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지형의 뉴칼레도니아는 연평균 24도로 일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므로, 언제 이곳을 찾든지 상관없이 푸른 하늘과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본섬인 그랑드 떼르를 중심으로 일데뺑과 로열티 군도인 리푸, 마레, 우베아 등 크고 작은 섬들의 면적은 총 1만8575㎢. 그랑드 떼르는 지상 최대의 석호와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고, 라군은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입과 눈 그리고 몸이 편안한 곳
천혜의 자연환경에 별다른 즐길거리가 필요없는 곳. 각 섬의 매력만으로도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산지에서 갓 딴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 일과를 프랑스산 와인으로 끝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 풍부한 해산물에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라고 해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곳이 뉴칼레도니아다.

뉴칼레도니아에서만 잡히는 왕새우는 천사의 새우라 불리며, 달콤한 맛과 통통한 살 때문에 일본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고급 식재료다. 일부 일본 여행객들은 왕새우와 킹크랩을 실컷 먹기 위한 미식 여행 장소로 뉴칼레도니아를 선택한다고 한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볼거리로 눈을 돌리기 마련.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색다른 매력을 풍긴다. 지역별로는 크게 세 군데로 나눌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수도인 누메아는 ‘남태평양의 작은 니스’라 불린다. 프랑스 작은 해안도시를 연상하게 하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게 뻗은 해변에서 한가로이 선탠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는 이들은 참다운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항구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요트가 빽빽하게 정박해 있고, 별장형의 크고 작은 집들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번화가에 있는 광장에선 저녁만 되면 현지 토산품을 파는 작은 가판들이 열리고 작은 공연들이 이어져 소소한 즐거움이 흥을 돋운다.

누메아 필수 방문지는 멜라네시아인들의 삶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치바우 문화센터. 멜라네시안 유화 정책으로 뉴칼레도니아의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치바우를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세운 이곳은 건축물 자체가 소나무 숲 같은 형상으로 꾸며져 있다.

파리 퐁피두센터와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이름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 아트빌리지, 예술관, 미술관 등 전시 시설과 함께, 남태평양 일대에서 발간된 대다수 도서들도 잘 정리돼 있다. 건축 당시부터 극찬을 받은 문화센터에서는 카낙이라고 불리는 현지 원주민과 멜라네시아인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연이 마련돼 그들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운영한다.

서핑, 수영 등 마린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프랑스의 해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앙스바타 해변을 찾으면 된다. 해변에 다다르면 다양한 고급 레포츠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스노쿨링, 윈드서핑이 사계절 가능하고 제트스키를 타고 섬 주변 관광도 가능하다. 골프 마니아라면 ‘티나’ ‘우엥기’ ‘덤베아’ 등 훌륭한 시설을 갖춘 국제 규모의 골프장을 찾으면 된다.

다음은 일데뺑이다. ‘남극의 소나무섬’ ‘남태평양의 숨은 보석’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야자수가 그득해야 할 남국의 섬을 소나무가 뒤덮고 있다. 어느 휴양지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 일데뺑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것 중 하나가 오로 베이에 위치한 내추럴 풀. 일데뺑의 대표 리조트인 르메리디앙 일데뺑의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이곳은 신이 천사들을 위해 만든 수영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 깊지 않은 물길에 발을 담근 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수면과 같은 높이의 바위들이 바다를 막고 있어 맑은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자연적으로 수영장이 형성됐다. 바위 너머 부서지는 파도와 내추럴 풀 주위를 울타리처럼 둘러싼 고대 소나무, 따뜻하게 비추는 태양, 그리고 투명한 바다를 만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치 천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국립공원 블루리버파크도 꼭 둘러봐야 할 관광지다. 공원 내에 흐르는 강이 푸르게 보여 ‘블루리버파크’라 이름 붙여진 이 공원은 쥐라기 시대의 자연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 세계 각국 사람들이 다큐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국조인 카구를 비롯한 많은 조류가 살고 있다.

날지 못하는 새 카구는 뉴칼레도니아에서만 볼 수 있어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를 모은다. 카구는 1년에 알을 하나만 낳아 번식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과거 천적이 없던 카구는 문명의 유입과 함께 프랑스인들이 데려온 사냥개에 의해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1980년 이후 체계적인 사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는 6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이밖에 세계에서 가장 큰 비둘기종에 속하는 노뚜, 게코 도마뱀, 칼레도니아 까마귀 등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블루리버파크는 건림과 우림이 섞여 있어, 울창한 산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는 아로카리아 소나무, 아마존에서나 볼 수 있는 맹그로브 숲, 수천 년 이상 수령의 카오리 나무는 블루리버파크만의 자랑이다. 이곳에선 루사 사슴과 과일 박쥐 및 멧돼지를 사냥해 보는 이색적인 체험도 가능하다.

주변에 있는 ‘포레 누와예’는 물 속에 잠긴 숲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59년 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야떼 호수 속에 반쯤 잠긴 고사목 숲을 말한다. 이 곳은 비가 온 직후 그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고사목의 운치를 더해 기막힌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 사랑·우정·행복이 묵직
누구와 함께 하든 먹고, 보고, 즐기다 보면 사랑이 싹트기 마련이다. 연인도 좋고, 가족도 좋다. 이성 친구와는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 있다. 서로를 돌아보며 행복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뉴칼레도니아만의 매력이다.

세미정장·구두는 꼭 챙겨가라

에어칼린 항공은 인천-누메아 직항노선을 주 2회(매주 토요일, 월요일)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약 9시간 30분 정도.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한국여권 소지자는 9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통용되는 화폐는 퍼시픽 프랑으로 현지 공항 환전소나 시내 환전소에서 환전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유로화로 환전해 나가는 것이 편리하다.

의류를 챙길 때에는 세미정장과 구두를 꼭 챙겨야 한다. 섬나라 여행이라고 반바지 반팔티만 갖고 갔다면 반쪽짜리 여행이 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카지노를 이용하는데 복장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팁문화가 없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점.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선물을 다시 줘야 한다는 게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8월말 가면 태평양게임 대잔치는 덤

뉴칼레도니아를 찾을 계획이 있다면 8월 말에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오세아니아 체육인의 만남의 장인 태평양게임이 8월 27일~9월 10일 보름간 개최되기 때문이다.
4년마다 개최되는 스포츠 행사로 태평양 국제 대회 중 최대 규모이며 22개국, 5000명의 운동선수와 진행요원이 참가한다. 남태평양의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막식, 폐막식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