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든파이브 툴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수난의 역사를 지닌 가든파이브가 위례신도시와 문정지구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회생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2010년 첫 개장이후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고 흡수인구가 적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SRT(수도권고속철도) 수서역 하반기 개통에 이어 위례 신도시와 문정 법조 타운의 입주가 내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유입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서울 동남부의 중심상권으로 부상하면서 가든파이브의 회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가든파이브 수난시대 멈췄나?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영세상인 이주대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서울시가 이주대책으로 무려 1조 3000억원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한 곳이지만 지난 6년간 상인들의 생계는 악화일로였다. 애당초 가든파이브의 8370여개의 상점 가운데 6097여개가 청계천 이주 상인들을 위한 현재는 단 81명의 청계천 상인들만이 임차하고 있어 얼마나 '민생고'에 시달려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이 감독하고 SH공사가 주연으로 맡았던 가든파이브.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가든파이브의 설립 목적은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자리를 잃은 이주상인들에 대한 서울시의 ‘보상’이었다. 이에 청계천 상인 6만여명 중 이주 의사를 보인 6097명에게 가든파이브 특별분양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2010년 6월 개장 당시 입주한 청계 상인은 1028명에 불과했다.

▲ 텅빈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보상’은 커녕 오히려 높은 분양가를 제시했고, 청계천 상인과 맞지 않는 상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7600억원으로 계획했던 공사비용이 1조3000억원으로 늘면서 분양가가 두 배 이상 상승해 상인들이 입주를 포기했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입점했던 상인들도 얼마지나지 않아 줄줄이 퇴점한 것. 굴뚝 산업을 주로 하는 청계천 상인에게 맞췄다기보다는 최근 추세인 첨단지식 산업에 맞는 고급화된 아파트형 공장으로 만들어 적응할 수 없는 작업환경을 조성했고, 상권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사업을 총괄했던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분양률(임대포함)은 85%다.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개업을 안한 곳까지 합친 분양률이라는 설명이다.

▲ 텅 빈 자리에 명세서만 남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 "그래도 내년엔 좋아지겠지" 실낱 희망

지난 21일 오후 2시. 지하철 8호선 문정역 4번출구에서 나와 가든파이브를 찾았다. 개장 만 6년이 지난 지금 초창기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가든파이브 옆 세곡지구 단지 주민들의 왕래가 이어지고 근처 위례신도시엔 단지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문정 법조타운 개발도 순항 중이어서 주변 개발호재들로 한참 주목받은 지역이 됐기에 상권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계속 흘러나온다. 다시 활기를 찾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연면적이 코엑스몰의 6~7배에 이르는 거대 복합 쇼핑 문화 공간에 비해 가든파이브 매장 내 분위기는 썰렁했다. 가든파이브 라이프동의 테크노관·리빙관 1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 복합쇼핑몰인 Enter-6로 만들어 국내 외 캐쥬얼, 슈즈멀티샵, 아웃도어, 화장품, 잡화, 식음료 매장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지난해 여름 폐점하고 현재는 천막을 치고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 썰렁한 분위기의 라이프동 테크노관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일부층도 공터로 남아 활용되지 않고 있다. 오피스가구들을 정리하지 않아 그대로 널부러져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자물쇠로 굳게 잠긴 곳은 뜯어보지 않은 명세서가 바닥에 흩어져 있다. 말그대로 여전히 '유령상가'를 방불케 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라이프동의 패션관과 영관은 손님을 간간히 찾을 수 있었다. 여성 의류, 악세사리, 신발, 식음료, 전문식당 등이 자리 잡았는데, 영관 10층의 CGV 영화관이나 6층에 어린자녀가 놀 수 있는 코코몽키즈랜드, 저층에 자리잡은 커피전문점들은 나름대로 붐볐다.

▲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지만 간간히 손님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하지만 이곳도 양극화가 심했다. 여전히 일부 층은 한산한 느낌이 들고 평균 10명 내외수준의 손님이 지나다녔다. 상인들의 수가 손님보다 많아보였다. 그러나 여성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P씨는 “주중보다는 주말에 손님이 많다”라며 “빚으로 생계유지를 하고 있는데 주변 개발이 마무리되면 유동인구가 늘어 장사여건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근심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양극화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해 상권을 활성화 하겠다는 SH공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대형유통업체 입점으로 기존 상인들의 장사는 더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

연말에는 현대백화점 아울렛이 들어선다.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내 테크노관(지하 1층~지상 2층)과 리빙관(지하 1층~지상 4층) 등 총 3만1천㎡(8개층, 9400평)에 조성될 계획.

NC백화점에 이어 대형상업시설이 또 들어서면 기존의 영세상인들을 두번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작년 서울시 및 SH공사는 인테리어비를 지원하면서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입주 등 상가 활성화에 적극 나선 바 있다. 대기업을 유치해 상권을 살리겠다는 의도였지만, 기존 영세 상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소상공인은 "NC백화점 들어오고 상권이 더 죽었던 것처럼 아울렛 입점 시 그쪽으로 인구가 흡수돼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서KTX, 위례신도시, 문정지구 갖춰지면 "상권 얼굴 필 것"

이처럼 가든파이브 상가가 장기간 침체돼 있다 보니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 쇼핑문화 공간인 '가든파이브'가 생기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문정지구 위례신도시의 입주 그리고 SRT(수도권고속철도) 수서역 하반기 개통으로 회생찬스를 맞고 있다. 여기에 내년 법조타운 입주가 시작되면 유입인구의 급증이 예상되면서 상인들의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 주변개발로 가든파이브의 상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선종필 상가레이다뉴스 대표는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가든파이브를 이용할 확률이 높고 수서역 KTX개통이라던지 문정지구 일대가 개발되고 있어 자구적 노력만 있다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 역시 "이미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라며 "문정법조타운과 위례신도시가 자리잡고 수서KTX가 개통되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례신도시는 4만50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며 문정법조타운 등 대규모 개발 마무리 단계가 머지 않아 이들 지역 주민들의 쇼핑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가든파이브는 서울 동남권의 중심축인 송파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분당-수서 간 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우수한데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분당선 복정역과도 인접해 있어 아울렛 출점에 따른 집객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곡 1지구 주민 K씨는 “주말에 영화를 보거나 이마트 때문에 들리는데 가든파이브에 초창기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든파이브 D공인업소 관계자는 "나빠지지 않고 좋아질 일만 남았다“라며 ”아직까지 관망세지만 주변 개발로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사람이 붐비게 되면 상가공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SH공사는 현재 가든파이브 구제책으로 연말까지 현대아울렛 입점과 가든파이브 툴관에 양재 오토갤러리를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대형상가가 들어오면 집객효과 클 것"이라며 "청계천 상인들이 나간 가든파이브 툴관에 오토갤러리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