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교통 O2O 전략의 최신작인 카카오드라이버가 여전히 휘청이고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 런칭 후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기존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애먼 대리운전기사들만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가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나와 눈길을 끈다.

▲ 출처=카카오

대리운전기사, 새우등 터진다?
카카오드라이버를 둘러싼 논란은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대리운전업계에 뛰어들기 전부터 불거진 바 있다. 기존 업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들은 카카오의 대리운전업계 진출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판교 카카오 본사 앞에서 카카오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카카오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가 내세우는 수수료 정책 등 몇몇 지점에서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카카오의 진출을 환영한다"며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업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이 고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카카오와 대리운전기사들의 협력이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일정정도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되자 기존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업계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업계가 대리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유료셔틀버스에서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을 배제하는 한편, 최근에는 카카오드라이버 기사들을 적발해 퇴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리운전업계는 몇몇 '연합'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종로에서 이용자가 대리운전을 요청할 경우 연합의 다양한 대리운전업체를 통해 근처의 기사에게 '콜'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대리운전기사는 이러한 콜을 받기 위해 보험료 및 수수료, 나아가 해당 시스템의 비용까지 부담하며 영업을 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기존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콜'을 받은 대리운전기사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한 기사가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콜을 잡아 현장으로 이동했는데 기존 업계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며 "그 즉시 명단에 이름이 적혀 다른 '연합'에 그 명단이 공유되면 퇴출되는 방식이며, 우리 사이에서는 살생부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기존 대리운전업계는 전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문자를 보내 카카오드라이버 기사 퇴출 사실을 알렸다는 말도 나온다. 전국대리사협회는 20일 '대리업체, 카카오기사 퇴출소동 중단하라' 성명을 통해 "업자들은 연합 회의를 개최하고 공지문자를 통해 카카오드라이버 사용 기사들을 퇴출시키고, 셔틀버스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대리운전기사협회

셔틀버스 운영도 논란이다.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셔틀버스는 기존 대리운전업계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이러한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실 이 지점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셔틀버스는 매우 필요한 서비스지만, 현행법상 버스운송사업자가 아니면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셔틀버스를 운행해도 불법이며 대리운전업계도 당연히 불법이다. 어차피 불법인 상태에서 기존 업계에서 유연하게 활용됐던 수단이 논란거리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드라이버 런칭 후 카카오는 대리운전업계의 '갑질'을 예상했거나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대처에만 나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카카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업계의 카카오대리운전 기사 핍박은 말 그대로 업계 내부의 문제며, 무작정 셔틀버스를 운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이 심해지자 카카오는 20일 강영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대리운전업계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법적인 대응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카카오대리운전 사용법. 출처=카카오

인식의 간극, 살펴야 할 상황
카카오는 O2O 전략을 핵심으로 삼는 한편,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콘텐츠 확충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광고수익 기반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중심은 O2O 전략에 집중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드라이버의 성공은 매우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O2O 전략 중 사용자 데이터를 가장 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수익을 노리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카카오의 O2O 역량을 증명하는 중요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순조로웠다. 우버가 실패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기존 생태계 플레이어와의 협력을 끌어내어 카카오택시를 반석에 올렸고,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서는 불합리한 대리운전업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여론전까지 영악하게 끌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리운전업계의 경우 플레이어의 세분화가 심한 상태에서 기존 업계의 반발도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대리운전'앱'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기존 시장에 침투한 대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가를 받을 위험도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를 둘러싼 논란에 카카오가 이례적으로 강경대응을 천명한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이 싸움은 카카오 입장에서도 매우 '절박'하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상황에서 강공 모드까지 전제한 상태에서 기존 플레이어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동시에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한 '플러스 알파'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기존 업계가 '전화'로 하던 일을 '모바일 앱'으로 하는 것 이상의 사용자 경험이 나와줘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스타트업과의 협력 가능성과 더불어 다양한 카카오 파생 O2O 전략과 시너지를 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일종의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