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행보는 그 자체로 글로벌 ICT 업계 전체의 이슈로 여겨진다. 모바일 혁명의 선두에서 세상을 바꾸는 그들의 혁신에 모두가 마법처럼 매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스티브 잡스라는 특별한 CEO의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과, 하드웨어 기술력이 사용자 경험을 불어넣는 새로운 방법론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

애플의 현재, ‘어려움’

애플은 최근 2016 회계연도(FY) 제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은 505억6000만 달러(58조1100억 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2.8% 하락한 수치라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아이폰 판매는 5129만대에 그쳐 16.2%나 내려갔다.

공을 들였던 중국시장에서의 부진과 13년만의 아이폰 매출 역성장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4분기 연속 7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했지만 이번에는 30% 이하로 내려갔다. 여기에 팀 쿡 CEO의 카리스마 부족과 조직의 혁신부재가 연결되며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다.

중국을 넘어 인도시장을 향해 진격하는 애플의 행보도 무거운 편이다. 리테일 스토어를 설립하려는 팀 쿡의 야망은 현지 규제당국의 반발에 부딪쳤으며, 이는 당분간 애플이 인도에서 의미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전체 시장을 살피면 먹구름은 더욱 진해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사상 최초로 한 자릿수로 예상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존재감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본에 충실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이 성공하고 프리미엄에 모듈식 스마트폰을 연결해 나름의 파격적인 수를 내었던 LG전자의 G5가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프리미엄의 연속적인 생명연장 가능성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샤오미를 넘어 오포와 비보처럼 기술상향표준화의 앙팡테리블이 극적인 반격을 가하는 지점도 눈에 들어온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는 매출 기준 점유율 4.1%로 4위, 비보는 2.8%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스마트폰의 경우 모든 플레이어가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률 90% 이상을 가져가고 있으며,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도 단말기 자체로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의식한 전략적인 대응이 확인되며, 이를 바탕으로 당장의 스마트폰 성적으로 애플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애플의 고민,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에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실체가 어떤 방법론을 보여줄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으로 판을 예상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및 그 외 다양한 초연결 인프라를 사용자 경험적 측면에서 판단한다면 애플은 어디쯤 와 있을까? 그 구체적인 대상이 스마트카, 혹은 스마트홈일 수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도래하는 큰 판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애플의 현 상황이 고무적이지 않다. 가장 중요한 판을 움직이는 동력은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인수하며 전문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애플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비롯해 전체 생태계를 관통할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하다.

사생활 침해에 있어 애플은 기본적으로 다른 경쟁자들과 다른 스탠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사생활 침해를 경계하는 기본적인 기업문화와 더불어,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를 기점으로 수익을 올리는 애플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판을 벌였다기보다는 하드웨어인 아이폰에 iOS의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태생이 소프트웨어인 구글 및 페이스북에 비해 사생활 침해를 ‘걱정’해도 실제적인 타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는 애플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강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이르러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이유로 애플은 과거의 자신들과 타협하며 현재와 미래의 자신들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구글이 구글홈, 아마존이 알렉사 등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제고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던 애플이었다. 그런 이유로 애플이 최근 ‘차등 사생활(differential privacy) 기술’에 집중하는 대목이 중요하다. 필수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애플과 적절히 타협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차등 사생활 기술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경쟁자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에 비해 필연적으로 성과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애플의 진짜 위기를 아이폰 매출 편중 및 감소, 중국 및 인도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 여부’에서 말하는 주장도 많다.

▲ WWDC 2016. 출처=애플

애플의 상황...우리는 어떻게?

최근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위기일발이다. 최근 중국 업체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아이폰6 시리즈가 베이징 일대에서 판매 중단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서점인 아이북스와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즈가 현지에서 철퇴를 맞은 가운데 애플 입장에서는 심각한 악재다. 물론 이번 판매 중단은 애플의 즉각적인 항소로 광범위한 피해는 막았지만, 사실 더 큰 위협은 중국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스마트폰, 나아가 포스트 아이폰의 미래를 찾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프로젝트로는 1차적으로 카플레이(CarPlay)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구글 안드로이드오토가 지도 문제를 이유로 국내 서비스 런칭이 어려운 상태에서, 카플레이는 현대기아차의 쏘나타에 탑재되고 추후 제네시스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이러한 현지밀착형 서비스가 미래 플랫폼의 가능성을 잡아내면 나름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통신사 광고비 갑질 논란에 휘말리는 등, 현지밀착형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소 정치적이고 민감한 문제에 있어 애플은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이는 자동차의 문제를 떠나 가상 및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동력이 포함된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다음’을 향해 달려가는 애플의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 인프라를 긴밀하게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애플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삼성디스플레이처럼 OLED 부품으로 접근하는 등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어려워지는 애플에 적극적인 테스트 베드’를 제공해 그 과실을 공동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