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예약 주문이 일주일 만에 32만 5000대를 넘기면서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미국 연간 전기차 판매량의 10배를 넘기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폭발적인 주문을 연일 받아내고 있는 테슬라에 대해 업계에서는 “혁신 아니면 사기”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 테슬라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우려와 기대가 섞여있다.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테슬라가 완전하게 성공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혁신’이기에 성공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을 선언했을 때 세계의 이목이 모인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주로 선택하는 것은 리튬이온 2차 전지의 각형과 파우치형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18650’으로 불리는 원통형 리튬이온 소형 2차 전지를 선택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기에 배터리 생산 업체들과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테슬라는 이 원통형 전지 7000여개를 연결해 자체 아래쪽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은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무게 중심이 아래로 가도록 배터리를 배치한 것은 역발상이었다”고 전했다. 기존 업체들은 배터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 활용을 하려고 대부분 트렁크나 뒷좌석 사이 등 빈 공간에 배터리를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원통형은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배터리와 배터리 사이에 생기는 공간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이 공간이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이 공간을 통해 바람이 통하면서 열 조절이 가능하다고 보는 해석도 있고 각이나 파우치 형태보다 A/S(애프터서비스)가 편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가 원통형을 배터리로 선택한 것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원통형은 특별한 생산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에 있어서 특정 배터리 생산업체의 기술에 좌우하지 않겠다는 테슬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대량생산이 가장 용이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은 ‘비용’인데 원통형 전지는 양산 생산능력(Capa)이 다른 형태의 전지에 비해 높아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출처=Taina Sohlman, Shutterstock.com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단형 모델인 ‘모델S’와 SUV인 ‘모델X’가 몇 차례나 출시를 연기해 주문 날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에 대해 일본 파나소닉과만 계약을 맺었는데 업계에서는 파나소닉의 생산 능력으로만 주문 물량을 모두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델3’은 돌연 사전 계약 차량 중 1만2200여대가 선주문을 취소하면서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모델3’은 빨라야 2017년 말에 소비자가 차량을 받아볼 수 있는 데다 아직 양산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고 설계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3’의 취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모델S’나 ‘모델X’처럼 주문 날짜를 맞추지 못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품질에 대한 의문도 있다. 최근 테슬라는 SUV 차량 모델인 모델X를 자발적으로 리콜하기로 했다. 미국에 판매될 2700대에 대한 리콜이었다. 이는 세 번째 열 좌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모델S’의 서스펜션에 결함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출시한 제품의 품질 측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세계 최대 생산 공장이 될 기가팩토리가 오는 7월부터 준공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려졌고 완전 가동이 되면 연간 50만대 생산이 가능하지만 그 시기는 2020년이 돼야 한다. 현재 테슬라의 생산 능력은 연간 5만대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을 많이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는 이 물량을 제때 내보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아직 기존 주문에 대한 생산을 마무리짓지 않은 단계에서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봤다. 테슬라는 세단형인 ‘모델S’의 입문 모델인 ‘모델S 60’을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차량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성향은 주로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인데 예를 들어 먼저 주문한 ‘모델S’를 받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신모델이 나온다면 얼리어답터 특성상 나중에 나온 모델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며 “테슬라가 주문 물량을 다 맞추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자금 때문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는 5억달러의 적자를 봤으며 재정이 넉넉하지도 않다.

이렇듯 테슬라의 생산 능력, 제품 품질, 자금 부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테슬라에 대한 기대도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테슬라를 이끄는 앨런 머스크에 기대를 거는 부분도 있다. 앨런 머스크가 ‘혁신’을 추구하고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는다는 점에서 테슬라가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기대다.

배터리 생산 업체들도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로 완벽한 전기차를 생산해낼 수만 있다면 이는 ‘혁신’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파나소닉과의 계약만으로 물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다른 배터리 생산 업체들과 추가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혹은 배터리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물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에도 그 수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