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소형 2차전지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은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PC 등의 IT 기기다. 이 제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작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돼 왔다. 이 과정에서 리튬이온전지를 많이 쓰게 됐다. 전체 리튬이온 2차 전지 중 소형전지 출하량은 80%를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마트폰(22%)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2014년부터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2020년 소형 IT 기기용 리튬이온 전지 시장 규모는 18조5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소형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IoT(사물인터넷)와 웨어러블(Wearable)을 꼽았다. 또 Non-IT 분야도 주목하는 시장이다. Non-IT 분야는 전동공구·전기자전거·골프카트 등의 제품을 말한다. 소형전지는 원통형·각형·파우치(폴리머)형이 있는데 Non-IT 분야에서는 주로 원통형 배터리가 사용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소형전지 시장에서 업체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전동공구 시장이다. 국내에도 지난 몇 년간 DIY(Do It Yourself) 열풍이 불면서 ‘DIY족’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나왔다. 전동공구는 크게 건설·DIY·원예 세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프리도니아그룹(The Freedonia Group)이 발표한 ‘세계 전동공구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동공구 수요는 매년 4.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요가 증가한 것은 미국 시장 회복과 개발도상국 수요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전동공구 수요는 선진국에서 비중이 크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전동공구 주요 생산국이면서 소비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능이 아주 좋거나 비싼 제품은 주로 유럽 시장이 우세하며 저가 제품의 경우 중국 시장이 크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전 산업군에서 전동공구가 쓰이기 때문에 산업 시장 추세에 따라 수요도 움직이는 현상을 많이 보인다. 특히 건설과 부동산 산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요는 DIY처럼 문화나 소비 트렌드,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시장이 형성된다.

리튬이온 소형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는 블랙앤데커(Black&Decker), TTI, 마키타(Makita), 보쉬(Bosch), 히타치코키(Hitachi-Koki) 등이 있고 국내에서 소형 2차 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LG화학과 삼성SDI가 있다. 두 기업 모두 2차 전지 중에서도 소형전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 형성돼 있는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려면 점유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소형전지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IoT와 웨어러블 시장이다.

IoT는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IoT가 발전하고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2차 전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키나리서치(MaChina Research)는 세계 IoT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21.8% 성장률을 보이며 1조2000억달러(약 1404조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IoT의 영향을 받는 각종 전자기기 및 사물의 종류와 숫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IT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는 인터넷과 연결돼 쓰이는 사물의 숫자는 2014년 기준 100억개였지만 2020년이면 300억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자기기나 IT 서비스 분야 등이 2020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의 약 3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커브드 배터리가 적용된 삼성전자 '기어핏'/ 출처=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시장 역시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단순히 IT 기기뿐만 아니라 의료, 헬스케어, 군사·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는 올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6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Sullivan)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44.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018년이면 시장 규모가 370억달러(약 43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2차 전지 개발도 한참 진행 중이다. 현재 생산되는 원통형·각형·파우치형 외에 휘어지는 커브드(Curved) 형태 배터리나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플렉서블(Flexable) 배터리 개발이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기기에 쓰일 수 있는 헥사곤 배터리를 만들었다. 또 옷이나 신발 등에 들어갈 수 있고 밴드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선 형태의 와이어 배터리를 개발했다. 삼성SDI는 커브드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밴드인 ‘기어핏’ 제품에 커브드 배터리가 사용됐다.

▲ 커브드 배터리/ 출처=삼성SDI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에서는 그동안 일본이 선두에 있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중국이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시장조사기관 B3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소형 2차 전지 시장에서 26.5%의 점유율을 달성, 2위에 올랐다. 일본은 25.3% 점유율로 3위에 밀려났다. 1위인 한국은 42.2% 점유율이지만 전년 대비 4%가량 낮아진 수치다.

업체별로는 삼성SDI가 25.2%, LG화학이 17% 점유율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은 ATL이 11.4%로 4위, 리센이 6.5%로 6위에 오르는 등 다섯 개 기업이 10위 안에 들었다. 그만큼 소형 2차 전지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중국 내 리튬이온 소형 2차 전지 수요가 많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는 관세가 높게 붙는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로 수입할 때는 관세가 거의 붙지 않는다. 이는 결국 중국 시장에서 국내 생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국내 대표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증설하는 것으로 중국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