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렉서스코리아

‘강남 쏘나타’라는 말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렉서스 ES 시리즈를 수식한 단어다. ‘국민차’ 현대차 쏘나타처럼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 렉서스는 독일차 기세에 눌려 잠시 주춤해야 했다. 시장이 ‘디젤’이라는 트렌드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상황이 최근 반전됐다.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논란 등을 겪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친환경차를 향하고 있다. 진일보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지닌 렉서스 입장에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렉서스가 선봉에 내세운 차량은 NX300h. 2014년 10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콤팩트 하이브리드 SUV다.

NX300h의 비밀

전기모터와 엔진이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은 ‘시너지’다. 각각의 강점으로 서로의 약점을 감싸야 하는 것. 적절한 화음을 통해 최적화된 효율을 보여줘야 한다. 제작자의 의도가 반영되는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 연비에 초점을 맞출 수도, 달리기 성능에 ‘올인’할 수도 있다. 화합이 중요한 이유다. 전기모터는 전기가 공급되는 순간 최대치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 힘이 무르익는 엔진과는 다르다.

▲ 출처 = 렉서스코리아

이들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렉서스는 비밀스런 전략을 추진했다. NX300h에 ‘네 개의 심장’을 장착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는 엔진에 각각 구동과 충전을 맡은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짝짓는다. 하지만 SUV에는 여기에 전기 모터를 하나를 더 추가한다. 세 번째 전기 모터는 뒷바퀴 구동을 전담하게 된다. 효율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 NX300h는 네 개의 심장을 품었다. 세 번째 전기 모터 덕분에 엔진의 동력을 뒷바퀴까지 전달할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 없다. 전체 구동계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기계적 연결 대신 전기 신호를 이용한다. 반응도 빠르고 정교하다. 또 구동력을 나누지 않고 보태는 개념이라 한층 더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하다.

▲ 출처 = 렉서스코리아

NX300h의 밑바탕이 되는 엔진은 직렬 4기통 2.5ℓ다. 여기에 세 개의 전기모터를 짝지었다. 엔진이 152마력, 전기 모터 세 개가 211마력의 힘을 낸다. 이 네 심장이 어울려 내는 시스템 총 출력은 197마력이다. 2.0ℓ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경쟁 모델의 출력을 넘어선 수치다. ‘하이브리드차는 힘이 없다’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버렸다.

더욱 놀라운 건 최대토크다. 엔진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최대토크는 해당 차종의 가속성능을 가늠할 잣대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NX300h의 시스템 총 최대토크는 62.7㎏·m. V8 4.0ℓ급 대형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만큼 뛰어난 순발력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NX300h의 경쟁력이 또 있다. 디젤 터보 엔진은 최대토크를 뿜는 엔진회전수가 제한적이다. 대부분 1400~2800rpm 정도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엔진이 충분히 돌아가기 전이나 지나치게 많이 돌아갈 때는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반면 NX300h는 전원이 들어온 순간부터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때까지 전기모터가 계속해서 최고 수준의 힘을 낸다. 가속감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엔진이 바통을 이어받는 ‘시너지’를 보여준다.

▲ 출처 = 렉서스코리아

하이브리드의 힘, 뛰어난 효율성

이 같은 특성 덕분에 연비도 뛰어나다. 엔진은 회전수가 낮아 힘이 농익지 못할 때 연비에 불리하다. 렉서스 NX300h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 모터에 기댄다. 디젤 SUV의 경우 스타트-스톱(정차 시 시동을 끄는 기능)을 갖췄어도 완전히 멈춰 서 있지 않는 이상 늘 엔진이 가동된다. 반면 NX300h는 시속 40㎞까지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정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디젤 엔진은 혼합기(공기+연료)에 불꽃 튀기는 대신 강하게 압축해 폭발시킨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숙명이다. 반면 가솔린 엔진은 상대적으로 회전의 결이 잔잔하고 매끄럽다.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때는 엔진이 아예 숨을 거둔다. ‘절대정숙’을 경험하고 나면 다른 차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궁극의 정숙성 때문에 렉서스 차량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 출처 = 렉서스코리아

하이브리드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힌다. 렉서스는 이 시장의 절대 강자다. 플래그십 세단 LS600h부터 소형 해치백인 CT200h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2016년 4월에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2005년 4월 이후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차는 ‘네 개의 심장’을 지닌 NX300h다. 최근 국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SUV’와 ‘친환경차’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다. ‘강남쏘나타’의 뒤를 잇는 NX300h의 새 별명은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