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사가 쏟아진다. 매체는 우후죽순 생겨난다. 독자는 길을 잃는다. 어떤 뉴스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종이 매체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고사 직전인 온라인 매체는 수두룩하다. 모바일 퍼스트는 거의 모든 매체의 숙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매체 환경은 급변한다.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미디어 실험이 계속되는 이유다. 전통 매체들을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있다. 새로운 뉴스를 서비스하겠다는 미디어 스타트업도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서카(Circa)다. ‘혁신적 미디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600만달러에 가까운 투자금을 조달받았던 회사다. 기대감은 잠시였다. 서비스를 중단하고 회사가 팔려 나가버렸다. 뉴미디어 도전 2년 8개월 만이다. 왜 그들의 도전은 결실을 맺지 못했을까.

 

뉴스를 잘게 쪼개고 다시 조립한다

‘시간은 아끼고 정보는 계속 얻는다(Save Time, Stay Informed).’ 서카가 내건 슬로건이다. 현재 뉴스 생태계의 문제점은 독자가 가장 잘 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들은 방황하고 있다. 찾아야 할 정보를 제대로 찾기가 어렵다. 겹치는 기사와 겉도는 기사가 도처에 깔렸다. 매체들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인정을 받진 못하는 모양새다. 맷 갤리건과 동료들은 2012년 문제의식을 느끼고 서카를 창업했다.

서카는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서카의 뉴스 생산 공정은 전통 언론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다른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수집한다. 이를 팩트, 인용, 통계, 이미지 등으로 잘게 쪼갠다. 여기서 60개 주요 단어를 추출해 서카만의 짤막한 뉴스로 가공한다. 결과물은 일종의 카드뉴스 형태로 보여진다. 뉴스 마지막 페이지엔 인용한 매체의 기사 링크가 걸려 있다. 서카는 일종의 뉴스 요약 큐레이션 서비스를 표방하는 셈이다.

뉴스는 이슈 중심으로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독자가 특정 이슈를 팔로우하면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푸시 알림을 보내준다. 특히 서카는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자별로 읽고 안 읽은 정보를 판별해 새로운 소식만 띄워준다. 독자는 효율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갈 수 있다. 서카 뉴스는 바이라인도 따로 없다. 에디터들의 협업을 통해 기사 업데이트가 계속 진행되는 까닭이다. '뉴스 위키피디아'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구글과 애플은 서카를 2014년 최고의 뉴스 앱으로 선정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뉴스를 보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앱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투자자들도 지갑을 열었다. 총 572만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카는 뉴미디어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 출처=서카

정보 나열만 있고 인사이트는 없다

서카의 도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카가 무기한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맷 갤리건 CEO는 지난해 6월 이렇게 전했다. 2012년 10월 처음으로 등장한 서카는 2년 8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실상 파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실패였다. 서카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현재 서카는 다시 문을 열었다. 회사가 미국 싱클레어 지역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 방송사에 팔려나갔는데 올해 4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비디오 중심의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인데 기존의 정체성은 지워진 상태다. 지금의 서카는 이전의 서카가 아닌 것이다. 이전 서비스만큼의 혁신성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진짜' 서카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서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투자받은 돈은 바닥이 났는데 추가로 자금 조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을 또 끌어모으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투자자들이 서카의 비전을 의심한 까닭이다. 쉽게 지갑을 열던 투자자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서카는 서비스가 혁신적인 것과는 별개로 충분히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서카 안드로이드 앱 누적 다운로드는 10만건에 불과했다. iOS 앱은 다운로드 순위 10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한마디로 인기가 없었다.

▲ 출처=서카

서카 서비스엔 광고가 없었다. 다른 매체들처럼 광고를 덕지덕지 붙여 가독성에 훼방을 놓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다. 기사는 무료로 제공했다. 일단은 독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했으니 돈 벌자고 섣불리 유료화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나중엔 네이티브 광고·스폰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수익모델을 가동하려 했다. 그러나 그 궤도에 오르기엔 충분히 독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자금이 씨가 말랐다.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된 것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서카가 결국 실패한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관점이 없었다. 서카는 기존 뉴스를 요약 전달했을 뿐이다. 고유의 관점도, 고유의 저널리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둘째, 차갑고 논리적이었다. 이런 특징은 SNS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유저들이 주로 소비하는 뉴스는 즐겁고 감성적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카 뉴스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차가워서 인기가 없었다.

셋째, 특화 포인트가 없었다. 서카는 모든 종류·모든 관점의 뉴스를 다뤘다. 반면 다른 뉴미디어 서비스들은 특별한 주제, 특별한 형식, 특별한 관점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러니 서카는 독자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공유에 적합하지 않았다. 공유가 어려우니 독자가 늘어가기도 어려웠다. 이런 특성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됐다.

서카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에 있어 새로웠다. 그러나 콘텐츠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다. 단순히 기존 뉴스를 재가공할 뿐 사안에 대한 통찰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정보의 특종'도 없었고 '해석의 특종'도 없었다. 무채색의 저널리즘이었다. 서카의 실패를 두고 “독자들이 원하는 건 요약이 아니라 분석”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제 뉴미디어 도전자들은 서카로부터 힌트를 얻고 다른 편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