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김현정

 

20세기 초 서양미술사는 다양한 예술사조들이 등장, 격동과 혼란의 시기였다. 당시 등장한 첨단기술이 사진인데 이것을 과감하게 예술로 끌어들인 장본인이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Nagy)다. 인간의 사물을 보는 행위가 빛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각예술은 빛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사진예술은 빛을 이용하는 예술이라는 관점이었는데 이것은 기계의 눈을 통하여 인간의 시각을 새롭게 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의 인식을 대변한다.

“모홀리 나기는 렌즈의 시선을 통하여 로우앵글, 하이앵글 등의 시각의 변화를 통한 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물을 다각적인 방향에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었다. 모홀리 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사물을 인화지에 감광시켜 오브제의 윤곽뿐 아니라 질감까지 표현해 내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그가 창안해 낸 포토그램(photogram)이다. <박신의 著,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홀리 나기’, 디자인하우스, 2002>

 

▲ 라즐로 모홀리 나기

 

그는 자신의 시대에서 새로운 매체와 방법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그것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에 대한 모색을 이끌어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 발상과 다름 아닌 이러한 실행은 사물을 ‘본다는 것’이 사물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반사된 빛을 보는 것’이라는 현대과학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가 시도한 방법인 콜라주와 포토몽타주라는 기법은 한 장의 화면에 여러 장의 사진을 겹쳐서 인화함으로써 여러 시각을 하나로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시각적 투시법을 정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라즐로 모홀리 나기 作=자화상, 포토그램, 1922

 

◇생명력, 해체와 재융합

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이용한 작품 ‘Flying Light1’을 발표한 시점이 2009년이었다. 이후 그 연작을 계속 작업, 발표하던 중 2011년 모교인 상명대 도서관에서 정말 우연히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홀리 나기’였다. 단번에 내용에 빨려 들어갔고 반갑고 고마웠다. 필자의 작업고뇌에 대한 선험적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함의한 자상함에 전율했다.

 

▲ 김현정 作=Flying Light1, 53×37㎝ pigment print, facemount by lamina, 2009

 

나비의 어원이 ‘나르는 빛’인데, 필자는 일관되게 나비를 통하여 ‘생명력’을 담은 ‘빛으로 나비를 표현’하는 작업에 천착해 왔다. 최첨단의 빛이라는 LED를 사용하여 3차원의 공간에 나비를 형상화 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것을 디지털스캐닝방식을 이용하여 2차원의 평면공간에 옮기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원래의 색을 해체한 후 다시 융합하여 새로운 색을 만들어 냈다. 필자가 이러한 프로세싱에서 줄곧 지향해온 것은 생명체가 세포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해체하고 재융합(reunion)하여 생명현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처럼, 생명력의 표현과 다름 아니다.

 

▲필자/나비작가 김현정(Butterfly Artist, Navi Kim)

상명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및 동대학원 조형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백석대학교 외래교수. 그는 회화, 사진, 컴퓨터 등을 포용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MULTIMEDIA ARTIST)로서의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미술작가 나비킴의 힐링나비’라는 주제의 동시대미술 표현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