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I/O 2016이 종료됐다. 흥미로운 아이템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며, 몇몇 아이템은 구글의 미래를 넘어 글로벌 ICT 업계의 비전까지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 출처=유튜브

가상현실부터 인공지능까지

구글은 가상현실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을 공개했다. 가상현실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표방하며 하드웨어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관련 헤드셋과 컨트롤러도 출시될 예정이며 삼성전자 및 LG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다양한 제조사들이 플랫폼에 참여할 전망이다. 고성능 헤드셋과 더불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판’을 깔아버리는 시도도 새롭다.

안드로이드 인스턴트앱도 눈길을 끈다. 사용자가 개발자의 앱에 빠르게 접근하게 만들며 구글 플레이 서비스가 탑재된 젤리빈(4.1) 이후 버전을 실행하는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별도의 앱은 아니지만 업그레이드의 개념으로 풀이된다. 앱과 웹의 경계에서 구글의 방향성을 잘 설명해주는 장치로 보인다. 스마트워치 영역에서 안드로이드웨어 2.0도 발표됐다. 자립형(standalone) 앱을 사용해 블루투스, 와이파이 혹은 무선 전화 연결을 통해 클라우드에 직접 액세스할 수 있어 물리적 공간이라는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정조준한 서비스다.

메시징적 측면에서 인공지능과의 궁합도 기대되는 알로와 듀오도 눈길을 끈다. 알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하는 메시징앱이며 스마트 응답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휘발성 메시징도 가능하. 또 듀오는 화상통화에 특화된 메시징앱이며 ‘노크’ 기능을 통해 전화를 받기 전 상대방의 모습을 먼저 확인하는 기술이 흥미롭다.

백엔드적 측면에서는 파이어베이스 역할론도 관심사다. 특히 구글의 새로운 모바일 앱용 무료, 무제한 분석 솔루션인 파이어베이스 애널리틱스가 핵심적 무기로 여겨진다. 물론 새로운 안드로이드N은 그 자체로 구글의 미래며 유튜브의 기능적 완성도에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인공지능이다. 이 대목에서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공개해 눈길을 모은다. 이를 통해 구글은 자신들이 자연어 처리나 음성 인식, 통번역 분야를 핵심으로 삼아 ‘대화의 맥락을 인지하는 수준’까지 올랐다는 점을 증명했다.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의미하는 앰비언트 사용자 경험(ambient experience)으로 지극히 N-스크린적인 강점도 잡아냈다.

아마존 에코의 대항마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글홈도 모습을 드러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하며 작은 원통형 모양의 스피커다. 음성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객체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나아가 스마트홈의 미래를 보여줄 전망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 구글은 다소 흔들리고 있으나 여전히 상징적인 ‘네스트’의 가능성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쥔 것으로 보인다.

▲ 출처=홈페이지

구글의 방식, “올 땐 너 마음이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구글I/O 2016만 보면, 구글의 미래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국 큰 그림을 그리는 측면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글만의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보인다.

구글은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해 말 그대로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거대한 생태계에 ‘오픈소스’라는 패러다임을 연결, 철저한 중독을 유인하는 방법론을 주로 구사한다. 이 지점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객체는 각자의 능력에 맡는 역할을 부여받는 셈이다.

텐서플로(TensorFlow)용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공개에도 이러한 전략이 엿보인다. 현재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TPU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오픈소스로 풀린 텐서플로의 하드웨어 파트너로 이해하면 편하다.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장치를 모두 여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모으는 구글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오픈소스의 방식은 구글의 DNA를 전제하는 셈이다.

▲ 출처=구글

가상현실 데이드림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 시장에서 각각의 기기에 집중하지 않고 일종의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하드웨어 동맹군을 꾸려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구글의 옛 모습과 오버랩된다. 데이드림 플랫폼 표준 규약을 만들겠다는 주장에도 이러한 구글 DNA 중심의 생태계 확장 논리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대의명분은 오픈소스지만, 진입하는 객체의 강점을 온전히 ‘구글 오픈소스 생태계’에 빠짐없이 참여시킨다.

안드로이드 인스턴트앱도 비슷한 방향성이다. 결국 앱과 웹의 권력을 모두 안드로이드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체화시키는 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앱의 해체까지는 아니겠지만, 나름의 방법론이 기대되는 이유다. 더불어 크롬과 구글플레이스토어의 만남도 PC와 모바일 영향력 시너지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인공지능, 단 하나의 키워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략의 측면에서 작동한다.

결국 구글의 전략은 매우 당연하지만 안드로이드 중심이다. N으로 명명된 새로운 안드로이드 생태계 경쟁력을 탄탄하게 조이기 위해 가상현실과 인공지능를 배합, 넓어진 시장만큼의 내부적 생동감을 잡아내는 것에 구글의 최종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