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샤오미

“샤오미 드론은 굉장하고 쿨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조만간 등장할 겁니다.” 지난 20일 샤오미가 공식 웨이보에 이런 말을 남겼다. 드론 실루엣이 얼핏 보이는 티저 이미지도 함께 선보였다. 샤오미가 드론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약속한 날짜는 오는 25일이다.

이상할 것 없는 행보다. ‘만물상’이라고 불릴 만큼 이것저것 다 만들었던 샤오미 아니던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시장에 도전한다고 해서 뜬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영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가 공세를 펼치며 기존 업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샤오미가 가장 두각을 보인 건 스마트폰 시장이다. 한때 초고속으로 글로벌 3위에 오르며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했다. 그렇다면 드론 시장에서는 어떤 회사를 위기에 빠트릴까? 글로벌 소형 드론 시장 70%를 점유한 DJI가 조심스럽게 샤오미의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DJI와 샤오미는 모두 중국에 위치한 회사다. 지금까지 중국 ICT 업체들은 대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업체들과 경쟁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업체들끼리 대결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흥미진진한 대결이 예고된다.

아직 샤오미 드론은 베일에 싸여있다. DJI 드론을 위협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업계 관계자들도 속단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DJI에 샤오미까지 가세하면서 중국 드론 산업에 대한 관심은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드론 아이콘에 도전하는 만물상

샤오미가 만물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런 것도 만들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만큼 안 만드는 게 없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물론 공기청정기, 정수기, 밥솥, 혈압측정기, 스마트밴드, 액션캠 등을 만들어왔다.

샤오미는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3위에 올랐던 샤오미다. 지난해엔 다소 부진하긴 했다. 같은 중국 업체인 화웨이, 비보, 오포에 밀렸다. 그럼에도 반등 여지는 얼마든 남아있다는 평가다.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샤오미를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기본적으로 샤오미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한다. 저가 정책 탓에 영업이익율은 바닥을 친다. 지난해 영업이익율은 고작 0.6%에 불과했다.

▲ 출처=샤오미

R&D에 투자하는 대신 카피캣을 만들어 관련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게 샤오미의 기본 전략이다. 이런 뿌리에서 나올 샤오미 드론 역시도 시장 가격을 무너트리며 시장을 점유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DJI가 어떤 방어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DJI는 어떤 회사인가. 2006년에 설립된 역사가 그다지 길지는 않은 업체다. 그런데 세계 소형드론 시장 1위 회사로 올라섰다.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상이다.

지난해엔 매출 10억 달러(약 1조1550억 원)를 달성했다. 2012년에만 해도 매출은 2600만 달러(약 300억 원)에 불과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으로 평가받는다. 신시장을 선점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DJI의 터닝포인트는 2011년이었다. 그 당시 일체형 드론인 팬텀 시리즈 처녀작을 출시했다. 그 전까지 DJI는 비행 컨트롤 시스템을 주로 제작하는 회사였다.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금은 팬텀과 인스파이어 시리즈로 기억되는 회사다. DJI는 몰라도 팬텀과 인스파이어 시리즈의 모습을 익숙하게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드론 대중화에 기여한 회사라는 얘기다.

▲ 출처=DJI

샤오미 드론, 그래서 얼마나 굉장한데?

샤오미 드론은 얼마나 강력할까? 샤오미가 티저 이미지와 함께 “우리는 멀리 날아가고 싶다”고 적었다.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샤오미 드론을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적어도 오는 25일이 지나야 비교적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드론에 대한 루머는 이미 여러 가지가 나왔다. 성능을 두고는 DJI 팬텀3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했다. 중국 현지 외신은 샤오미 드론이 팬텀3와 비슷한 사양을 갖춘 것은 물론 시리즈 최신작인 팬텀4의 일부 기능도 흡수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체 형태는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쿼드콥터일 가능성이 크다. 티저 이미지를 보면 4개의 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둥근 형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4K(UHD)급 동영상 촬영 기능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실수로 전용 드론 애플리케이션(앱)을 잠시 동안 공개한 바 있다. 앱에서는 샤오미 드론이 4K 해상도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이다. 샤오미 드론의 갸격은 3999위안(약 72만 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드론을 10만 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가격일 수 있다.

▲ 출처=DJI

DJI 팬텀 시리즈와 가격을 비교해보면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팬텀3 프로페셔널은 6499위안이다. 팬텀4는 8999위안이다. 최신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샤오미 드론이 절반 가까이 저렴한 셈이다.

다만 팬텀3 스탠다드가 현재 DJI 공식 스토어에서 2999위안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샤오미 드론의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샤오미 드론이 어느 정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에도 샤오미는 저가 공세로 승부를 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팔아 점유율 극대화를 도모하는 식이다. 여기에 미밴드와 같은 기존 디바이스와의 연동 시너지도 주목된다. 샤오미는 스마트밴드인 미밴드로 드론을 조종하는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번 드론에 이 조종 방식이 적용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특허 20개? 우린 500개 넘는다고!”

샤오미는 이미 드론 관련 특허 2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섣부르게 드론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토대까지도 견고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DJI는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에 두려워하고 있을까.

DJI 관계자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다. “DJI 드론의 핵심인 강력한 플라이트 콘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는 샤오미보다 훨씬 많은 5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DJI는 드론 사업에 역량이 집중된 회사다. 관련 시장을 선점해 일정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에도 성공했다. 때문에 관련 부서 정도를 가동해 사업을 추진하는 샤오미의 접근 방식으로는 DJI를 위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랜드 인지도 역시 적어도 드론 분야에서는 DJI가 압도적이다.

드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드론 디바이스 플랫폼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샤오미 말고도 홍콩 유닉(Yuneec)과 같은 회사가 DJI의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플레이어가 드론 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지점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화권에 기반을 둔 업체라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카피캣을 제작해 해외 선두 기업을 따라가려고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젠 중국 업체들끼리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