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 푸드란 베트남‧태국‧멕시코 등 다양한 민족의 음식을 말한다. 지금까지 에스닉 음식점은 도시의 젊은 화이트 칼라들이 즐기는 매스티지한 외식업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에스닉 푸드가 대중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편이 음식사업에서 실패했는데 베트남 아내의 도움으로 저렴한 베트남 요리로 대박을 냈다’거나 ‘지하의 초미니 음식점에서 현지 조리사가 만든 에스닉 푸드로 핫 레스토랑 반열에 올랐다’ 등의 최근 성공 스토리는 에스닉 푸드 업계의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에스닉 푸드가 그동안 대중화되기 어려웠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비패턴도 문제다. 이국적이라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자주 먹기는 어려운 메뉴로 여겨졌다. 고객층이 좁다 보니 투자형 업종으로 고급스럽게 판매됐고, 이로 인한 만만치 않은 가격도 대중화의 장애요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스닉 푸드 대중화를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전문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베트남요리 대중화를 기치로 내건 ‘베트남노상식당’의 경우 서울 연남동 경인선 숲길 인근에서 월세 130만원짜리, 43㎡(13평)규모 남짓한 매장에서 1일 100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와 식사메뉴 가격이 5000원대. 일품요리 가격이 6000~9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매출이다.

게다가 그곳은 매장 전면이 잘 보이지 않아 그동안 영업했던 음식점들이 실패했던 자리다. 어린 자녀 손을 잡고 방문한 가족 고객, 데이트하는 연인, 외국인, 나이 지긋한 중년까지 고객층이 다양한 것이 불리한 입지 여건에서도 성공한 비결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메뉴 구성이 식사와 술 한 잔 모두 가능하게 구성된 것도 장점이다. 낮에는 돼지고기를 곁들인 베트남식 껌(쌀)요리에 베트남 쌀국수. 그리고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와 샐러드 등 다양한 해산물과 닭고기를 접목한 저렴한 일품요리들은 식사 곁들임 메뉴나 안주로 인기다.

베트남노상식당 측은 대학가와 오피스가는 물론 주택가까지 진출해 에스닉 푸드 대중화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일부러 C급 입지에 출점했다고 밝혔다.

동경야시장이나 대만야시장 같은 포차 주점들도 에스닉 푸드 대중화에 한몫하고 있다. 포차형 에스닉 주점들은 스몰비어처럼 음식 양이 적고 저렴한 곳이 많다.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멕시칸 요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식이나 양식 등에서 에스닉 푸드를 콜래버레이션하는 경우도 많다.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파스타를 판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에스닉 요리 중에서 동남아식의 대중화 속도가 빠른 이유는 우리나라가 다민족 사회가 되면서 그만큼 수요 자체가 늘어났고, 동남아 요리 중에는 우리와 정서가 맞는 맛이 많아 그만큼 소비 회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식 소비자들의 입맛 다양화로 에스닉 푸드의 발전 잠재력은 높다. 미국에서도 에스닉은 셰프들이 선정한 핫 트렌드 키워드에 올라 있다.

다만 에스닉 음식들이 지금보다 더 사랑받고 대중화되려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춘 맛의 현지화와 대중적인 가격이 필수적이다. 강남역에 있는 멕시코 요리 전문점인 무차초의 경우 타코‧브리또‧또띠야 등이 대표 메뉴인데, 김치를 사용한 로컬화한 메뉴 덕분에 더욱 인기가 높다.

베트남 요리를 표준화한 ‘베트남노상식당’이나 태국 거리 식당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경리단길의 ‘카올리포차나’ 등이 기존의 에스닉 푸드 전문점과 다른 점은, 인테리어 등에 투자한 비용을 최소화해 투자비를 낮췄다는 점이다. 이렇게 소자본 창업으로 에스닉 푸드 전문점을 창업할 수 있고 수요도 대중화된다면 외식 창업 희망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얕은 맛을 주의해야 한다. 맛은 우리 입맛에 맞추되 소비자들이 자주 즐기는 음식은 반드시 음식의 기본에 강해야 한다. 그 기본이란 좋은 원재료 건강에 좋은 조리법 청결 같은 것이다. 그래야 이국적인 맛을 자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소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 습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식업의 발전과 변화는 이국적인 맛과 로컬 전통이 결합되는 지점에서 일어났다. 에스닉 푸드의 대중화는 새로운 융합의 창작요리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므로 외식 창업자라면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