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부모들은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 명의의 통장을 만든다고 한다. 이 통장은 부모들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채워가는 통장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독립통장’을 받게 되고 집을 떠나 독립을 하는 것이 보통 겪는 과정이다.

어릴 때부터 독립을 준비하며 생각과 생활 속에서 실제적인 경제 교육을 받는 셈이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몸에 밴 저축 습관은 성인이 되어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여든에도 변하지 않을 저축 습관을 자녀에게 선물하는 것보다 큰 선물은 없다.

저금리 시대, 이제는 평생을 인생 플랜에 맞게 저축하는 습관이 정말 필요한 때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듯 저축상품도 연령대별로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다. 어린이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금융상품을 모아 10대에서 은퇴하는 60대까지 연령대별 성별로 적합한 상품이 무엇인지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① 꿈과 함께 경제교육까지, 10대들을 위한 금융상품

미성년자 명의의 통장 개설은 법정대리인의 자격이 확인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가 대리로 금융상품 가입을 해야 한다.

부모가 19세 미만 미성년자 명의의 금융상품을 대신 가입할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이때 준비할 서류로는 부모의 실명확인증표(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등),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 자녀 명의의 기본증명서(14세 이하), 통장 거래에 사용할 도장(누구 이름이든 관계 없음) 등이 필요하다.

다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통장 개설을 요청할 경우에는 통장 개설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붙여 신청할 때만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신이 청소년 가장으로 직장에 다니거나,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급을 통장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재직증명서와 학생증이나 사진이 부착된 청소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통장을 만들 수 있다.

 

어린이용 금융상품 어떻게 선별하나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키즈 금융상품은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에 생각보다 많다. 전통적인 예금, 적금에 우대금리를 얹어주고 상해보험 무료 가입, 어린이영어교육 할인, 스윙서비스 등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품이 즐비하다.

물론 이런 부가서비스가 선택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어린이 금융상품을 다른 금융과 비교했을 때 사실 상품구조, 투자처, 금리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상품이라고 기본 금리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

어린이 금융상품에는 어린이만을 위한 특징은 분명 있다. 먼저 무료보험 가입, 교육프로그램 할인, 경제·금융교육 혜택, 스윙서비스, 메시지 작성 등의 부가서비스가 있다.

다음은 입학·졸업 등의 특별한 날이나 희망대학 진학했을 때 등에 제공하는 우대금리 등이 두 번째 부가서비스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부모들은 금융상품에서 ‘자녀’라는 포장을 벗기고 제공하는 부가서비스가 꼭 필요한지 그 활용가치를 냉정히 살펴서 확인하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린이 금융상품의 종류도 예금, 적금, 펀드, 보험 등 다양하고, 각 금융상품은 성격에 따라 가입 목적, 운용방법, 그 필요성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각 금융상품을 잘 이해하고, 특히 자녀의 인생목표, 교육 목표 등을 먼저 점검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입학이나 졸업 등 각종 이벤트에 맞춰 만기를 정하고 단기, 장기 상품을 적절히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시 입출금통장 활용하기

은행의 어린이 금융상품은 수시 입출식통장과 적금 상품이 대부분이다. 수시입출금 통장은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저축 금액에 따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어린이용 특화상품이므로 부가서비스가 많다.

KB국민은행의 ‘KB주니어라이프통장’은 50만원까지 우대금리를 연 1.9~최대 2.0%까지 받을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자녀사랑통장’은 예금액 1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기본금리 연 1.55%를 제공한다.

부가서비스로는 △자동화기기 등의 수수료 면제 △수시입출금 통장의 예금잔액이 미리 설정한 금액 이상이면, 그 초과 금액을 자동으로 연결된 적금 통장에 이체하는 스윙서비스(신청고객) △평생고객 계좌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수시입출금통장 거래에서 적금 거래로 유인하기 위해 적금 우대금리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우대서비스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 적립식 상품 가입 등의 우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자료: 각사 홈페이지 캡처)

예금, 적금으로 목돈 만들기

어린이 대상 예금, 적금 금리도 일반 상품보다 그리 높지는 않다. 기본금리는 대체로 1% 중반대,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2%대 초반 등이다. 예치기간에 따라 장기 예치상품일수록 금리도 올라간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조건은 △가족 동반 거래실적 △희망대학 진학 △저축 목표액 달성 △장기간 꾸준한 저축 등이 어린이 상품만의 특징이다.

어린이적금은 매월 정액적립식 상품보다는 명절, 생일 등 특별한 날 받은 용돈을 추가로 저축하도록 자유적립식 상품이 많다. 금융기관에서는 이런 특별한 날 예치한 금액은 별도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의 ‘주니어라이프적금’은 만 18세 미만 고객만 가입 가능하며 계약기간은 1년 단위로 고객이 만 20세가 되는 해까지 자동 재예치가 가능하다. 첫회 10만원 이상, 2회차 이후 3만원 이상 1000원 단위로 매월 5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 가능하다. 기본이율 연 1.9%에 사랑나눔우대이율 연 0.5%p와 자동이체우대이율 연 0.1%p 모두 적용 시 최고 연 2.5% 이율이 적용된다.

우리은행 어린이적금은 만 13세 이하(1인 1계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가입기간은 1년제 이다. 매월 적립금액도 월 10만원 이하로 상한선이 있으므로 큰 부담이 없다. 금리는 연 2%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적금을 들 경우 5월과 12월에는 5.5%의 고금리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 아이행복 적금’의 가입 가능한 나이는 0세부터 만 5세까지이고 월적립식 상품으로 만기는 1년이다. 최대 4회까지 자동 재예치가 가능하며 입금액은 1000원 이상 최대 월 20만원까지다. 기본금리는 세전 연 1.3%이다. 우대금리는 패밀리 우대와 보너스 우대까지 더하면 최대 연 0.8%p의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

세부조건은 신한아이행복카드의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할 경우 연 0.5%, 주택청약저축 가입 시 0.3%, 키즈플러스통장 가입 시 0.2%, 만기 저축원금 50만원 이상일 경우 0.2%, 장애아동수당 수급자통장 가입 시 0.4% 등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기업은행, 우리은행과 함께 2010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영유아가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융바우처 1만원을 제공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바우처를 받을 은행(우리은행 또는 IBK기업은행)을 선택한 후, 자녀 이름, 생년월일, 핸드폰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면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이 쿠폰을 통장 개설할 때 은행 영업점 창구에 내면 된다. 어린이 1명에 한 개의 바우처 쿠폰만 사용할 수 있다.

▲ (자료: 각사 홈페이지 캡처)

 투자상품으로 더 넓게 투자하기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에서 운용하고 있는 어린이용 투자상품도 다양하다. 특히 일반적인 투자상품으로 펀드가 있다. 어린이용 펀드는 은행, 증권사를 포함해서 47종류나 된다.

모든 금융상품의 우선 선택 기준이 수익률이지만 펀드는 수익률 못지않게 보수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어린이용 펀드의 경우 보수율이 2.0~2.6% 정도로 일반 펀드에 비해 보수율이 높다. 보수율이 높은 이유는 어린이를 위한 특별행사로 어린이경제교실, 해외 유명학교 탐방, 기념품 제공 등의 제경비가 상품보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율은 클래스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멀티클래스 펀드의 경우 장기투자를 할 때는 선취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가 유리하다. 자녀의 펀드투자기간이 2~3년 이상으로 길 것 같다면 A클래스가 유리하다. 여기에 인터넷 전용(c-e)상품이나 펀드슈퍼마켓 전용(S)상품은 보수율이 더 저렴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운용이나 판매보수에서 일정 부분을 적립해 가입한 아이들을 위한 경제교실이나 해외탐방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경제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으며, 가입한 펀드에 대한 자산운용보고서 또한 발송해줘 아이들 교육에 좋다”고 전했다.

눈여겨 확인할 대목은 또 있다. 어린이펀드는 일반 펀드보다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제로인에 의하면 27개 어린이펀드 중에서 운용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가 10개나 된다.

규모가 작으면 독자적 운용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펀드 규모가 작아 전담 인력이 없이 운영되는 등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더구나 운용자금이 50억 미만인 소규모펀드는 정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해지하거나 다른 펀드와 합병하거나 모자형 펀드 전환 등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비과세 해외펀드 활용하기

어린이펀드로 비과세 해외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저축방법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1인당 3000만원까지 2017년 12월 말까지 가입하면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어린이펀드로 활용할 경우 적립식펀드로 가입한다면 10년간 분할 적립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배우자, 아들, 딸의 명의로(증여신고를 하고) 가입하면 온 가족이 10년 비과세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셈이다.

세금 혜택을 간략하게 계산하면, 3000만원의 원금으로 10년간 15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경우, 현재 기준에서는 231만원의 세금이 붙게 된다. 하지만 해외 비과세 통장을 통한 수익이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매매익과 평가익, 환차익에 대해 모두 비과세한다.

비과세 해외펀드의 또 다른 장점은 언제든지 중도환매가 가능한 점이다. 중도환매 시에도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 금융상품은 장기간 예치를 목표로 한다. 10년 동안 예치할 경우 수익 전액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언제든지 중도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 면에서도 매우 유연하다.

 

10년간 적립식펀드로 예치하면 증여세도 비과세

비과세 해외펀드를 어린이 펀드로 이용할 경우에는 적립식으로 예치하면 증여세 부분에서도 세제 혜택을 또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속증여법에 따라 19세 미만 자녀에 대해서 10년간 투자액의 2000만원까지는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공제한도를 넘는 투자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펀드 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은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한꺼번에 24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같은 금액으로 매달 20만원씩 10년간 자녀 앞으로 어린이펀드에 넣는다면 세법에서 정한 이자율로 할인받아 증여가액 2400만원은 약 1725만원으로 계산된다.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런 이유에서 자녀 명의로 어린이펀드에 가입해 증여세를 아끼려는 경우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