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이 지배하는 시대다. 국내 게임시장은 N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매출 규모 1위 넥슨은 물론 2위 넷마블게임즈, 3위 엔씨소프트까지 공교롭게도 회사 영문 이름 첫 글자가 N이다.

N의 전쟁은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탄탄한 모바일게임 생산공정을 구축한 넷마블이 치고 올라오면서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에 밀려 매출 규모 3위로 주저앉았다. 넷마블은 1조 클럽에 넥슨 다음으로 입성했다.

N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넷마블과 엔씨는 위를 바라보고 있다. 넥슨은 더 빠른 속도로 도망갈 태세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엿보였다. 여기에 또 다른 N인 NHN엔터테인먼트까지 가세했다. N의 전쟁은 올해 더 치열할 전망이다.

첫 번째 N, 넥슨: 일회성 비용에 가려진 호실적

넥슨은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그 다음 도전 과제를 찾아냈다. 지난해 매출 1902억6300만 엔(약 1조8086억 원)을 거둔 넥슨이다. 올해는 매출 2조 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일단 시작이 좋다. 올해 1분기 매출 575억 엔(597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상승한 수치다. 수치상으로는 매출 2조 원 돌파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 출처=넥슨

다만 영업이익이 대폭 떨어졌다. 37억 엔(385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83% 감소했다.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계열사 글룹스의 손상차손 금액을 반영한 결과다. 이를 빼면 넥슨의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263억 엔(2817억 원)에 달한다.

넥슨은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최대 게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셈이다. 지난 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했다. 한국과 일본 매출은 각각 39%와 8%에 머물렀다. 중국 시장의 부상과 함께 넥슨의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모바일 사업 부문에서도 넥슨은 웃었다. 본래 ‘모바일’은 넥슨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조직 개편과 함께 모바일에 역량을 쏟으며 변신에 성공한 넥슨이다. 1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나 올랐다.

넥슨은 추격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넷마블은 엔씨보다 넓은 보폭으로 넥슨을 뒤쫓고 있다. 엔씨의 잠재력 역시 여전하다. 그럼에도 우선 중국 시장은 넥슨의 보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구조가 안정화되면서 모바일 사업은 올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N, 넷마블게임즈: 분기 최대 실적 아니어도 괜찮아

넷마블이 올해에도 날아오를까. 넥슨과 마찬가지로 출발이 나쁘지 않다. 1분기에 매출 326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4%가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176억 원 정도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59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3% 오른 수치다. 다만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둔 지난 분기에는 못 미쳤다. 엄청난 추진력으로 매번 실적 기록을 경신했던 넷마블이다. 다만 이번 분기까지 기록 경신이 이어지진 않았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1분기 글로벌 출시 예정이었던 게임의 출시 시기가 밀린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넷마블은 2분기부터 주요 신작 실적에 더해 거점 시장에 진출한 게임이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1분기에 해외에서만 15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 대비 48% 수준이며 사상 최대치다. 넷마블은 올해 약 30종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변수가 없는 이상 넷마블이 올해에도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넥슨과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는 두고볼 일이다. 상장 이슈 역시 관전 포인트다.

세 번째 N, 엔씨소프트: 정교한 반격, 이제 시작

엔씨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넥슨 실적에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탓도 있지만 분명 엔씨 실적이 지난해보다 대폭 개선됐다.

1분기 영업이익은 75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69%나 상승한 수치다. 매출 역시 2408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28% 증가했다. 여러 사업 영역에서 골고루 긍정적인 지표를 얻은 덕분이다.

이번에도 엔씨는 ‘한국’에서 ‘리니지’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일단 지역별로 보면 한국 매출이 1315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북미·유럽(608억 원)이다.

▲ 출처=엔씨소프트

제품별로는 리니지 789억 원, 리니지2 171억 원, 아이온 201억 원, 블레이드&소울 540억 원, 길드워2 30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은 북미·유럽 출시를 통해 역대 최대 분기 매출(540억 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2% 성장한 수치이다.

북미·유럽 매출은 블레이드&소울 출시와 길드워2 확장팩 판매의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136%의 성장을 기록했다. 로열티 매출은 중국 블레이드&소울 IP(지적재산권)의 PC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엔씨소프트의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IP의 견고한 성장 속에 신작 게임의 출시와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는 신작 모바일 및 PC온라인 게임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N, NHN엔터테인먼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꿈

‘N의 전쟁’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NHN엔터가 그 주인공이다. 신사업 추진에 열의를 보여왔던 업체인데, 게임사업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NHN엔터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해도 영업손실이 97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 분기에는 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4% 증가한 2036억 원을 기록했다.

반등 키워드는 ‘모바일게임’이다. 모바일게임 ‘라인디즈니 쯔무쯔무’와 ‘크루세이더퀘스트’가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프렌즈팝’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727억 원인데 지난해 동기 대비 45.7% 상승한 기록이다.

▲ 출처=NHN엔터테인먼트

전체 게임 매출 중 모바일게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60%까지 확대됐다.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44%, 해외가 56%로 해외 비중이 한국을 추월했다.

비게임 영역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기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한 822억 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커머스에서 386억 원, 기술사업에서 193억 원, 엔터테인먼트에서 175억 원, 기타 부문에서 68억 원을 기록했다.

NHN엔터는 거듭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우려감을 자아냈다. 무리한 신사업 추진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탄탄한 게임 사업 실적에 더해 비게임 영역에서도 실적이 가시화되면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N의 전쟁’ 치킨게임 아니다?

N의 전쟁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내년과 내후년까지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N의 전쟁은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는 치킨게임이 아니다. 전장의 N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돌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업을 확장할수록 전체 파이가 커지는 구조다. N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국내 게임업계에 닥친 위기 국면을 벗어날 틈새가 생겨날 여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