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업체에 이례적인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따라 각양각색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반(反) 우버 전선에 같은 미국 업체인 애플이 합류하면서 우버는 곤란한 표정을 숨길 수 없게 됐다.

투자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3일이다. 이번 투자는 디디가 지금까지 유치한 것 중 단연 가장 큰 규모다. 애플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에 이어 디디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디디는 중국 최대 승차 공유 서비스다. 하루 평균 1100만 건의 차량 호출이 디디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중국 전체 승차공유 시장에서 디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한다. 중국 40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며 전체 이용자는 3억 명에 이른다. 기업 가치는 200억~2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중국판 우버’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을까? 애플은 지난 분기에 13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감소를 경험했다. 특히 중국 사업 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분기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12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8억 달러로 28% 줄었다.

최근 중국에서 아이튠스와 아이북스 서비스가 폐쇄 조치를 당하면서 애플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중국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애플과 중국 정부 간의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애플이 같은 미국 업체인 우버가 아닌 디디를 선택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디디와의 협력을 통해 애플이 자사의 서비스를 중국 시장에서 활성화하려는 생각도 엿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선보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디디의 승차공유 서비스와 애플페이를 연계할 경우 손쉽게 이용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애플이 비밀스럽게 추진 중인 ‘애플카’와 이번 협약에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디디의 주요 투자자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와의 협력 가능성도 애플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디디는 이들 세 회사 외에도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핑안벤처스 등으로부터도 투자받은 바 있다.

한편 애플의 이번 투자로 우버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버는 자체적으로 중국 시장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점유율도 10% 내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애플까지 반(反) 우버 전선에 합류하면서 우버의 중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