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홍춘욱 지음, 원더박스 펴냄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생소한 직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특히 경제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학력자에 실력도 매우 뛰어나며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지만, 이들이 하는 예측의 적중률은 매우 낮다. 경제적 사건들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 제목을 보면 경제를 어떻게 공부하고 분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예측과는 다르게 “관점 취하기”라는 독서법을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바로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 특성 때문이다.

경제예측은 기상예측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어렵다. 날씨는 지금 현재 기상 상황이 어떤가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지만 경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대세에 휩쓸려 가는 일’을 자행하기 쉬운데, 저자는 이런 비합리적인 행위를 지양하고, 다수에 반대되는 목소리도 내면서 보다 합리적인 시각을 가지자고 제안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독서’라는 결론을 내린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하며 60억 인구는 모두 각자의 고유한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그리고 독서는 책을 통해 그 고유한 세계관을 입장을 바꿔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책, SNS, 블로그 등 수많은 창구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공유한다. 저자도 독자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려한다.

저자는 “어쩌면 경제를 배우는 일이란 ‘세계관을 바꾸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요와 공급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것. 나아가 이러한 분석으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어떤 요인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탐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경제를 배우는 과정이라 하겠다”고 말한다.

스포츠 경기만 해도 규칙을 모르는 상태로 보면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플레이할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규칙을 알고 난 다음에서야 선수가 특정한 상황에서 왜 그런 플레이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다음 상황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반칙인지도 알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왜 겪었는지, 환율이 왜 중요한지, 한국이 왜 세계경기에 민감한지, 미국 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제가 내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 맺고 있는지 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 작금의 경제 상황을 두고 위험이 상시화 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동원리, 더 나아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아마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제한된 정보와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 정도만 가지고 이해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제한되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의 위험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부분에 갈증이 있기 때문에 서점에 가면 온통 경제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다만 저자는 역사학도 출신 이코노미스트라는 독특한 이력답게 경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관점을 잘 이해하여 쉽게 풀어 설명하는 한편, 역사에서 경제로 사고를 확장하는 법 등 폭넓은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가 살아오며 재미있고 감명 깊게, 혹은 유익하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23년 넘게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현장의 전문가가 읽고 감히 추천할 만하다고 여기는 책들을 모았다. 그저 책의 목록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어떤 면에서 도움을 주는지 맥락까지 제시하려 노력했으니 경제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독자들에게는 일종의 참고서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6천권을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고르는 기준과 독서방법 그리고 편향된 시선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경제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책들도 풍부하게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공부의 입문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책에는 그가 추천한 경제일반·화폐금융·자산시장·경영이론 등 다방면에 걸친 64권의 책 이야기가 체계적으로 담겨있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의 현황과 미래 이야기를 하면서 ‘세계 경제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알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조선은 그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하는 책을 소개하고 ‘그럼 그 근원이 되는 사회 분위기는 왜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을 소개하는 식이다.

기술적인 업무지식이 아닌 ‘관점 취하기’를 책에서 배우자고 주장하는 만큼 인간이 살아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다루는 심리학, 합리적 사고를 증진시켜 줄 수 있는 과학과 함께 진솔한 자전적 에세이에 이르는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경제’라는 소재를 통해 ‘책을 어떤 식으로 고르고 읽어야 하며, 그를 통해 경제 현상 및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기르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