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즈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해상일. 출처=리젠트 세븐시즈 크루즈

대부분의 크루즈는 출항한 뒤 바다 위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낸다. 그러고 나서는 하루 꼴로 매일 다른 곳을 돌며 이동하는 것이다. 이때가 배 안에서 얼마나 할 게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단 둘째 날부터 기항지 관광이 시작되면 기항지에서 돌아다니면서 쌓인 피로 때문에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어버리기 십상이니까.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뷔페 식당에는 각 나라별로 다양한 칼로리대의 음식이 고루 준비돼 있고, 거의 24시간 운영된다. 크루즈에는 이런 곳이 반드시 하나 이상 있다. 식수(미리 준비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와 술을 제외하면 인심도 후해서 한 번에 몇 접시를 먹어도, 하루에 몇 번을 가도 상관없다.

 

▲ 크루즈 여행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저녁 정찬. 출처=크루징코리아

사실 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크루즈 스타일의 정찬이다. 메인 다이닝 룸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고, 예약을 해도 계단 2개 층에 걸쳐 늘어진 줄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에피타이저인 샐러드와 스프, 메인 코스와 디저트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얼마나 많은 음식을 얼마나 다양하게 주문하는지에 대한 제한도 없다. 승객의 기호에 따라 일반 메뉴 외에도 저칼로리식이나 피트니스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특별식도 요청할 수 있다. 가장 반가운 사실은 (술과 음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뉴가 크루즈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선사마다 스페셜 레스토랑, 즉 ‘유료’ 식당을 같이 운영하기는 하지만. 원한다면 뷔페식으로 세 끼 모두를 해결할 수도 있다.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뷔페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각을 접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안에는 적게는 10곳에서 많게는 20곳 이상의 먹고 마시는 공간이 존재한다. 대개는 바다가 보이는 창과 환상적인 라이브 음악이 있고, 기항지 중심의 특별 메뉴가 있어 추가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

 

▲ 배위에서 심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집에 두고 와도 좋다. 면세점과 카지노는 물론 수십, 수백 가지 선상 프로그램이 있다. 출처=크루징코리아, 아자마라 크루즈

배를 채우고 나서 할 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곤 한다. 이를테면 10시에 데크13 갑판 위에서 요가 강습, 데크 14 선미에서 암벽 등반, 데크7 라운지에서 스페인어 초급반, 데크6 스타더스트 극장에서 기항지 관광 오리엔테이션이 동시에 열리고 1시간 뒤에는 아이들의 축구 토너먼트가 시작되고, 스시와 사케 테이스팅(추가 요금 15달러)도 열리는 식이다. 실제로 크루즈 안에서는 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매일 가동된다. 이걸 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 일정은 매일 밤 객실로 배달되는 선상 신문에 모두 나와 있다. 크루즈 생활을 즐기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으니 자기 전에 꼼꼼히 읽어보고 다음 날의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이다. 오후의 선내 프로그램은 주로 유익한 세미나와 강좌이다. NCL의 배를 타면 특히 ‘NCL U’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크루즈에서 잘 지내기 위한 가이드는 물론 온갖 취미와 레저 등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과 침술 강연, 유럽산 맥주 테이스팅, 마티니 테이스팅, 블랙잭 강좌 등 선상 커리큘럼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몰이 시작되는 5시 이후부터는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뷔페 식당과 메인 다이닝 룸 앞에 줄이 길게 서고 극장식 쇼와 가라오케, 디스코텍, 파티가 이어져 배는 자정 넘어서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꼭 이맘때 거쳐 가게 되는 카지노와 면세점 또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배가 움직이는 동안에만 운영되는데, 카지노에서 번 돈으로 면세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온다는 계획은 종종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지중해의 일출을 맞이하며 갑판 위의 조깅 트랙을 도는 감격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 1만 톤 급 크루즈 선은 보통 트랙 한 바퀴가 300m가 넘는다. 세 바퀴 반을 돌면 1km를 도는 셈이다.

 

▲ 크루즈 여행의 반이 완성되는 기항지 여행.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중해 크루즈가 빛을 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처=크루징코리아

크루즈 여행의 나머지 반은 기항지에서 완성된다. 보통 배가 기항지에 정박한 시각부터 평균 7~10시간 정도의 여유가 주어진다. 지중해 크루즈에서는 독특한 자연 경관이나 유적지를 보는 프로그램은 물론 지프 사파리(99달러)와 승마(109달러)부터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299달러), 하늘에서 바라보는 몰타(360달러)까지 다양한 레저 활동도 가능한 몰타의 기항지 관광이 단연 눈에 띈다. 나폴리에서는 말로만 듣던 카프리섬이나 소렌토를 다녀올 수 있고, 치비타베키아에서는 9시간 동안 로마를 둘러볼 수 있다. 리보르노는 피렌체와 피사가 가까이에 있어 쇼핑이나 유적지 관광이 동시에 가능하다. 칸에서는 잠시나마 니스(Nice)와 에즈(Eze), 모나코로 이어지는 환상의 해변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솔깃하다. 기항지 관광은 추가 요금이 드는 옵션이고, 원할 경우 지도를 들고 항구 주변을 산책하다(비용은 커피 값과 왕복 택시비 정도면 충분하다) 배로 돌아오거나 아예 배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배 안에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배 안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하거나 (거의) 벌거벗은 채로 온천욕을 즐기거나 내기 테니스를 치거나 선 베드에 누워 책을 보다 잠드는 것으로 육지에 오르기를 대신하는 사람도 많다.

 

▲ 베테랑 크루저일수록 휴식에 큰 비중을 둔다. 출처=크루징코리아

(여행이 대개 다 그렇듯이) 당신이 있는 곳이 바다 위고, 배 안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할 때쯤 승객도 승무원도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배에서 내려야 할 시간, 머릿속은 이미 다음 크루즈 여행 계획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짐을 맡기려면 미리 짐 싸놓은 뒤 짐표를 붙여 하선일 전날 자정까지 문 앞에 놓아야 한다. 그 짐표의 색깔은 곧 배에서 내리는 순서를 의미한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짐을 맡기지 말고 직접 들고 내리면 된다. 배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될 내역이 상세하게 적힌 편지가 도착해 있을 것이다. NCL 서부 지중해 크루즈의 경우 물 서너 병과 인터넷 접속료, 스시 몇 접시, 기념품 몇 가지를 합쳐 두 명이 473달러이다. 이중에는 매일 24달러씩(1인당 12달러) 자동으로 지불된 선상 팁도 포함돼 있다. 인천-바르셀로나 왕복 항공권(1인당 160만원)과 바르셀로나에서의 1박(약 22만원), 크루즈 탑승권(1인당 약 125만원) 등을 모두 합치면 이번 여행에서 1인당 323만원의 경비가 든 셈이다. 물론 환율과 여행 시기에 따라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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