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로핀병증이 X염색체 열성질환이라는 이유로 여성 보인자의 유전자 검사를 배제하는 것은 정확한 병의 진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디스트로핀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존재하고 X 염색체 열성 유전(X linked recessive)으로 유전된다. X 염색체 열성 질환이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어도 대체로 임상적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여성 디스트로핀 보인자에게는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

13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최영철 교수팀은 디스트로핀병 유증상 여성 보인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여성 디스프로핀병의 임상적·유전학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디스트로핀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여성 보인자 중 임상적 증상이 있는 보인자군 4명을 발견해 증상이 없는 보인자군 7명과 구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증상이 있는 여성 보인자의 유전학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4명 중 2명(50%)은 중복 돌연변이, 2명(50%)은 결손 돌연변이임을 확인했다.

유증상 여성 디스트로핀병이 드문 임상 유형이나,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면 돌연변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최영철 교수.

디스트로핀병증(Dystrophinopathy, 듀센 및 베커 근이영양증)은 주로 남아에서 3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근이영양증이다. 골격근 구성에 주요 역할을 하는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합성하는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근위약, 확장성 심근병증, 규칙적인 근육통 및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디스트로핀병증 여성 보인자가 임상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평균 나이는 30.6세로 나타났으며 증상의 진행이나 정도는 경미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에게 디스트로핀병증에 대한 가족력, 임상증상 및 검사결과(혈액검사 및 근전도검사) 등에서 의심 소견이 있을 경우 염증성근병증 등 다른 근육병이나 신경병증을 진단하기에 앞서, 디스트로핀 단백 이상으로 인한 증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최영철 교수는 "X 염색체 열성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에게도 디스트로핀병증의 임상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면서 "이번 연구가 원인을 모르는 근육병 진단과 잘못 진단될 수 있는 환자군을 발견하는 후속 연구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은 지난해 대한신경과학회의 영문국제술지인 JCN(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Clinical and Genetic Characterization of Female Dystrophinopathy(여성에게서 유발된 디스트로핀병(듀센 및 베커 근이영양증) 환자의 임상적, 유전학적 특징)'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