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상담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사람을 소개해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필자 스스로도 소개 요청을 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주변 사람도 좀 만나서 상담해달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소개받은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만나면 가끔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엘피님. 저는 돈이 없어서 뭔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친구가 그냥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습니다만…. 보험도 많고, 대출도 많아요…. 아이들 교육비도 그렇고 지금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나중에 여력이 되면 그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연히 여유 있고 돈 많아서 걱정인 분들보다 돈이 없고 모으기 어려운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움 받을 게 아니고 도와드려야 될 것 같은데, 현재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상담을 시작하고, 그때부터 고객이 알고 있는 정보나 저축 및 지출 습관, 고치고 싶은 내용들을 상담해드립니다. 상담이 끝나면 대부분 고객은 보험회사의 편견(흔히 보험 아줌마의 강요)에 대해 조금이라도 바뀌었다고 하면서, 그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들과 불필요하게 지출했던 것들을 정리하곤 합니다.

물론, 그 고객들은 스스로도 충분히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해가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지금 자신의 역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세어보십시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다양한 역할을 하고 그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재무설계는 혼자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 용어가 어려울 수도 있고, 정말 이번 달에 급한 어떤 일 때문에 미뤄두는 경우들도 있죠.

▲ 픽사베이

필자가 겪은 일 중에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치과에 가는 것이고, 하나는 헬스클럽에 가는 것이지요. 필자는 스스로 치아관리를 잘하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동네에서 뒷산에 오르거나 강변을 뛰고 식습관 조절을 잘하면 충분히 건강관리가 잘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필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치과에서 검진을 받고 있고, 헬스클럽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전문가가 있다고 생각되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한번 다시 연락을 해서 꼭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점검 받아보십시오.

자신이 살아내려는 인생에 있어서 현재의 위치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조금이라도 재정비해보고 가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분명히 달라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당장 어떤 할인을 받았거나 무슨 포인트로 혜택을 얻었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재무설계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돈이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