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매 초당 지구에 공급하는 에너지는 100와트 전구를 4조개 켜놓은 정도의 밝기라고 한다. 이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태양열을 거울로 집광해서 액체소금(Salt)을 가열하고 그 잠열을 이용해서 증기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이다. 태양열이 충분한 적도지역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반도체 성질을 이용해서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바꾸는 태양전지 방식이다.

온대지방에서는 태양전지 방식을 활용한다. 햇빛이 반도체에 비치면 태양광 입자가 원자에 묶여 있던 전자들과 충돌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의 에너지가 높아져 원자에서 벗어날 정도가 되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전자가 된다. 이 자유전자들의 흐름이 바로 전류이다. 반도체의 종류에 따라서 자유전자가 되는 에너지 크기가 각기 다른데 이를 반도체의 밴드 갭(Band Gap) 에너지라고 부른다. 반도체에 따라서 밴드 갭 에너지가 각기 다르고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에너지 변환효율도 모두 다르다.

밴드 갭 에너지에 따라서 계산해낸 이론적인 최대 전환효율 값들을 쇼클리-콰이져 한계치(the Shockley–Queisser Limit)라 부른다. 반도체마다 밴드 갭 에너지가 다르므로 S-Q한계치도 다르다. 한 가지 반도체 소재로 태양전지를 만드는 경우 가장 효율이 높은 밴드 갭 에너지는 1.34 eV로 효율이 33.7%이다. 태양에너지(~1000W/평방미터)의 33.7%(337W/평방미터)를 태양전지가 흡수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손실된 67%의 에너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계산에 의하면 47%는 열로 변해 버리고, 18%는 광자들이 태양전지를 통과해 버리고, 2% 정도는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가 소멸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태양전지의 효율은 반도체 특성에 달려 있다

통상 사용하는 실리콘 반도체는 밴드 갭 에너지가 1.1 eV인데, 이 경우엔 이론적으로 계산된 S-Q한계치가 32%이다. 하지만 실제로 태양전지 표면에서 빛의 일부가 반사되어 소실되므로 순도가 높은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라 해도 실험실에서 측정된 전환효율은 24~25% 정도에 불과하다. 시판되는 태양전지 모듈의 전환효율은 이보다 더 낮은 20% 정도인데 이는 제조과정에서 불순물들이 혼입되기 때문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밴드 갭 에너지가 1.1 eV이므로 이보다 적은 에너지를 함유한 높은 파장(1100㎚ 이상)의 전자파나 라디오파 그리고 일부 적외선은 모두 태양전지를 통과해 버리고 파장이 짧은 광선들만 흡수된다. 또 가시광선 중에도 파장이 짧은 영역과 자외선 영역에선 에너지가 넘쳐서 상당량이 열로 흩어져 버린다. X선이나 감마선과 같이 에너지가 높은 광선은 태양전지에 전혀 흡수되지 않는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설비의 성능을 높이려면 실리콘 반도체가 흡수하지 못하는 파장 영역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다른 반도체를 함께 채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상당량의 여분의 광 에너지가 열로 변하기 때문에 열에너지를 수확하는 태양전지를 결합해도 좋다. 그런 면에선 양자점(Quantum Dot)을 활용해서 광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법은 서로 다른 태양전지 판을 겹쳐서 적층하는 다층형 태양전지 방식이다. 태양광은 자신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밴드 갭과 강하게 작용하므로, 가장 짧은 파장을 잡는 반도체를 가장 상층에 놓고 통과한 빛이 다음 순서의 파장을 잡는 반도체를 만나는 식으로 가장 긴 파장을 잡는 반도체를 가장 밑에 위치하도록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겹쳐서 쌓은 태양전지가 바로 다층 구조의 태양전지이다.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면 두 가지 적층한 태양전지의 최대전환효율은 42%이고 세 가지 전지를 적층한 경우는 49% 정도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다층형 태양전지에서 측정된 최대 전환효율은 다섯 층을 쌓아 만든 경우에서 43%를 얻었다. 다층형 태양전지라도 모듈로 제작한 경우엔 효율이 38.9%가 기록이다. 제조단가가 너무 높아서 현재는 우주선에서만 사용된다.

 

실리콘 태양전지만으론 한계가 있다

최근 태양전지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99.9999999%(9-nine) 이상인 초고순도 제품이다. 실리카(모래)를 환원시켜 얻은 98~99% 순도의 금속 실리콘을 원료로 하여 정제과정을 거쳐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으로 만든다. 이를 다시 녹인 후 아주 느린 속도로 결정을 성장시켜야 실리콘 단결정이 얻어지므로 웨이퍼 제조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이 대단하다. 태양전지판의 단가를 낮추려면 웨이퍼 제조공장의 전기료를 낮춰야 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생산물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웨이퍼 단가가 계속 낮아지긴 힘들다. 따라서 태양전지판의 단가를 낮추려면 에너지 전환효율이 높은 새로운 태양전지를 개발하거나 제조공정이 단순해서 가격이 저렴한 태양전지의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 불리는 결정이다. 이 소재는 부도체·반도체·부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물질로 AMX3 화학식(A, M은 양이온, X는 음이온)을 갖는 결정체이다. 납, 요오드, 브롬 등과 유기화합물을 혼합시켜 만든 결정구조가 잘 알려져 있다. 화학적으로 다양한 성분원소의 조합으로 쉽게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합성할 수 있고 제조원가도 매우 저렴하다. 페로브스카이트의 놀라운 점은 태양전지 소재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인 에너지 전환효율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4년 동안에 15%(Snaith), 17.9%(석상일), 19.3%(Yang), 20.1%(석상일), 22.1%(서장원, 석상일)로 급속히 높아져 왔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가 흡수하는 태양광 에너지 스펙트럼은 실리콘 결정이 흡수하는 영역과 많이 겹치지 않아서 상호 보완적이다. 따라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실리콘 결정 위에 적층시키면 에너지 효율을 쉽게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홍콩이공대학 연구진은 실리콘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층시킨 결과 전환효율이 25.5%인 태양전지를 얻었다. 이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제조원가도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0.50/W)에 비해 $0.35/W로 30%가량 저렴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를 주목한다

지난 3월 말에 미국 앨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3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였고 215개 주제의 논문발표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전지 관련 전문가들이나 기업들은 거의 모두가 PSC에 관심이 높다. 이런 모임이 가능한 점으로 보아 이젠 PSC가 실험실을 벗어나 상용화 시점이 다가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PSC는 주로 폴리머나 유리판 위에 인쇄를 하거나 용액으로 코팅하는 방법으로 시편을 제조했다면, 앞으로는 유연한 필름 형태로도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도록 두루말이(Roll-to-Roll) 인쇄공법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호주의 CSCIRO연구소에 근무하는 박두진 박사가 30㎝ 폭의 두루마리 인쇄설비를 이용해서 전환효율 15%급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을 제조했다고 전한다. 고속 대량생산방식의 연속 두루마리 방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고순도 박막 페브로스카이트가 일정한 두께로 형성되도록 정밀 제어하는 기술이다. 결정박막의 안정성, 습기에 대한 저항성, 첨가원소의 유독성, 그리고 연속공정에서의 열처리 등도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이다. PSC 성분원소 조합은 밴드 갭 에너지가 1.0~1.6 eV 영역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태양전지의 흡수파장을 임의로 설계할 수 있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교 화학과 조교수인 캐루나다사(Karunadasa)와 동료인 마오(Mao)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에 압력을 가하면 결정구조가 변해서 햇빛에서 흡수하는 에너지의 파장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태양전지가 다양한 파장의 에너지를 흡수하려면 여러 종류의 반도체 p-n접합들을 적층시켜야 하므로 다양한 밴드 갭 에너지를 갖는 고가의 반도체들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저가의 원소들과 유기화합물을 혼합시켜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에 압력을 가해주면 마치 다른 종류의 반도체처럼 흡수하는 파장의 에너지가 변한다는 사실은 획기적이다. 이 말은 원하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반도체를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으로 맞춤설계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즉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에 압력을 가해주면 압력 크기에 따라서 원자 간 간격이 변하고 흡수하는 파장도 변한다고 짐작된다. 연구자들의 말에 의하면 압력을 부가하지 않고 화학적 수단으로 결정구조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팀들이 에너지 전환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다층형 태양전지를 개발해 왔지만 가격이 높아서 범용 태양전지로 채택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존의 실리콘보다 제조원가가 극히 낮은 PSC를 이용해서 다층형 태양전지를 값싸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발전소는 궁극적으로 태양광 발전소로 대체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바야흐로 태양광 에너지 혁명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