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과전문병원 문성병원 김종철 과장

19년 전 필자가 신경과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신경과를 신경외과 또는 정신과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내과에서 신경성으로 위장이 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경과에 치료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가끔 있습니다.

신경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신경에 생기는 질환과 증상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신경은 크게 중추신경(뇌와 척수)과 말초신경으로 나눌 수 있고 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근육에 발생하는 질환 또한 신경과에서 다루는 분야입니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했고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만약 선반 위 꽃병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고, 책상이 좌우로 흔들리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흔들리고 있음을 몸이 느낄 때, 이 모든 정보는 우리의 뇌(청각중추, 시각중추, 감각중추)로 들어가서 이전에 책에서 학습한 정보와 최근 TV에서 보았던 장면들과 합쳐져 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순간적으로 판단합니다.

우리의 뇌는 책상 밑으로 숨을지, 아니면 가까운 비상구를 통하여 건물 밖으로 나갈지, 어떤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일지 경우의 수를 따져 판단하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최대한 빨리 행동에 들어가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며 이 모든 과정 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 관여를 하는 것이 뇌를 포함한 신경계가 하는 일입니다.

이런 복잡한 일을 단시간에 행하는 인간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으며 뇌의 무게는 약 1.3~1.4㎏입니다. 그런데 체중의 약 2% 정도의 무게를 차지하는 뇌는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15%, 폐로 마시는 산소의 20~25%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무게에 비해 10배 정도의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몸의 여러 장기 중 중요한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량의 혈액을 공급받기 위하여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이 많이 필요하고, 이로 인하여 뇌혈관에 생기는 질환(뇌경색, 뇌출혈) 또한 많습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계도 잠을 잘까요? 아닙니다. 신경계는 24시간 일을 하며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감각을 느끼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고 균형을 잡고, 장기(심장, 폐)를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또한 잠이 들게 하고, 잠에서 깨어나게 합니다. 기뻐하고,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연인을 사랑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뇌에서 하는 일입니다.

신경과에서 다루는 주요 질환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뇌졸중’(뇌혈관질환)은 2014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 사망 원인 3위 질환으로 단일 장기에 생기는 병으로는 심혈관질환 다음으로 중요한 질환입니다(암이 사망 원인 1위이지만 여러 장기들에서 발생하는 것을 합친 것). 뇌졸중은 가벼운 어지럼증과 두통에서부터 팔다리의 마비나 감각장애, 의식소실 등으로 나타나며, 증상이 경한 환자도 있지만 심하면 후유장애를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한 병입니다.

‘치매’는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앓고 있고 향후 노인 인구의 증가와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유병률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가 손상을 입고 이로 인하여 인지기능장애와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갑작스런 과흥분으로 나타나는데,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에서 발생하며 잠깐의 의식소실에서부터 전신근간대성발작까지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손떨림’은 과거 수전증으로 불리던 본태성진전이나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에서 나타나고 간혹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도 나타납니다. ‘두통’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증상으로,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에서부터 뇌출혈이나 뇌종양까지 원인은 다양합니다.

‘어지럼증’은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핑 도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흔히 달팽이관의 이상으로 알고 있는 말초성 현훈에서부터 소뇌의 이상까지 여러 가지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신경과에서는 그 외에도 수면장애, 손발저림, 통증, 안면마비 등의 질환을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