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지방 공장에서 생산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집중 보도한 지방 방송사가 있어요. 일단 보도가 나가고 대표이사와 함께 바로 내려갔죠. 그곳에서 방송사 보도국장과 전부 만났어요. 살려달라고 했죠. 그런데 별로 통하지 않네요….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질문을 들어보면 지방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지역 방송사가 취재를 해서 특종을 한 모양이군요. 해당 공장에는 적절하게 언론창구 역할을 할 조직이나 직원이 없는 것 같고요. 본사에도 홍보 조직이 없나 봅니다. 대표이사와 임원이 직접 지역 방송사까지 내려간 것을 보니까요.

일단 빠르게 방송사 보도라인을 만난 건 잘한 일입니다. 회사가 얼마나 본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단, 문제는 대표이사와 임원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언론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해 그 문제를 ‘공공의 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그룹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지적받은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맞을까요?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일방적 오해에 따른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명은 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누가 봐도 해당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로 정확한 팩트들을 정리해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팩트들만 잘 준비해서 제시한다면 일반적으로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것입니다. 더 이상 부정적인 보도가 나갈 이유는 없게 될 것이고요. 물론 그 심각성에 따라 정정보도 또한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만약 언론에서 지적한 그 문제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까요? 아니면 강하게 법적 대응을 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야 할까요? 사실을 인정하면 회사가 위태로운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었다면 어떤 준비를 해서 언론을 만나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집에서 가장 큰 창문 유리를 떠올려 보세요. 그 창문이 깨진 것입니다. 주먹만 한 구멍이 나고 그 주변이 쩍쩍 갈라져서 불안 불안합니다. 당장 저 창문이 깨져 주저앉아 버린다면 대책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 찬바람을 다 맞고 태풍이라도 오면 집안이 물바다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이 창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창문이 깨지기 전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기도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마법이 생겨나 깨진 창문이 새 유리창문으로 스르륵 바뀔 가능성도 없고요. 그때 가장 첫 목표는 창문의 구멍을 더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창문이 저 상태에서 견뎌내면서 와장창 내려앉지 않게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됩니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일단 견뎌야 하는 거죠.

언론을 찾아간 것은 좋습니다. 만약 언론의 지적이 일부나 전부 팩트라면 회사의 창문에는 큰 구멍이 하나 난 것입니다. 그 언론사가 더욱더 문제를 반복해 지적하고, 다른 언론이 그 지적을 받아 더 크고 다양하게 보도하게 되면 회사의 창문은 더더욱 위태로워집니다.

그렇다면 언론을 찾아가 보도 내용과 관련한 회사의 문제를 적절하게 ‘규정해 인정’해야 합니다. 지적한 부분 중에 우리도 ‘이 부분과 이 부분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 문제들을 이렇게 저렇게 개선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 빠르게 조치해서 더 이상 문제가 없도록 대표이사부터 모두 노력하겠다, 이렇게 언론과 대화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언론을 적으로 생각하여 대응하지 마십시오. 어려울수록 언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응대’해야 언론은 이해합니다. 물론 전략에 기반한 ‘준비된 응대’여야 합니다.

무조건 찾아가보자 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거기에 더해 광고를 지원하면 언론이 좀 움츠려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팩트나 논리 없이, 문제 인정도 없고, 개선이나 재발 방지 의지도 없이 언론을 ‘무조건’ 만나면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더할 조언은 빨리 내부에 홍보 조직을 제대로 갖추라는 것입니다. 위기가 있는데 위기관리를 할 조직이 없다는 건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홍보 조직을 하루아침에 만들기 힘들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십시오. 홍보 조직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준비입니다. 준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