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종료된 통신사 주파수 경매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2일차 8라운드만에 전광석화처럼 각 주파수의 주인이 정해지는 신묘한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통신사들의 경쟁은 훈훈한 이심전심으로 정리됐다.

실제로 경매 전 으르렁거리며 날을 세웠던 D블록 2.1GHz 대역은 막상 경매가 시작되자 LG유플러스가 단독으로 입찰해 여유롭게 따냈으며 B블록(1.8GHz), C블록(2.1GHz), E블록(2.6GHz 20MHz폭)은 통신3사가 화기애애하게 하나씩 가져갔다. 그나마 경매가 벌어졌던 곳은 D블록(2.6GHz 20MHz폭)만 유일했으며 A블록(700MHz 40MHz폭)은 유찰됐다.

결론적으로 통신3사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주파수를 각자 사이좋게, 그것도 큰 금액적 지출없이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D블록(2.1GHz)이야 경매가 시작되기전 LG유플러스가 가져갈 가능성이 컸기에 차치한다고 해도, 그 외 나머지 대역에서 통신3사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파수를 가져간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확률을 뚫고 이뤄낸 쾌거다. 막대한 세수를 기대했던 정부만 김이 빠졌다.

유찰, 700MHz 대역 주파수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관심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유찰에 집중되고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가 어떤 주파수인가. 통신이 사용하던 다른 주파수와는 달리 지상파라는 공룡과의 전투에서 일부 확보한 황금 주파수가 아닌가. 회절성이 좋고 커버리지가 넓으며, 투자비용도 다른 주파수에 비해 저렴한 주파수다. 그런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는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 중 유일하게 저주파 구간이라는 장점에도 힘입어 같은 용량의 2.6GHz 보다 비싼 7260억 원에 나왔다.

그런데 결론은 유찰이다. 다양한 이유가 나오는 가운데 주파수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700MHz 대역 주파수는 108MHz폭 대부분이 말 그대로 누더기다. 698MHz폭부터 803MHz폭 중 방송용 2개 채널에 698MHz폭에서 710MHz폭, 이후 710MHz폭에서 718MHz폭까지 보호대역, 그리고 국가재난망이 718MHz폭에서 728MHz폭이다. 이후 경매에 나온 통신용 728MHz폭에서 748MHz폭이 있고, 다시 보호대역 748MHz폭, 753MHz폭이 나온다. 이후 방송용 채널 2개로 753MHz폭에서 771MHz폭, 이후 보호대역 771MHz폭에서 773MHz폭, 다시 국가재난망 773MHz폭에서 783MHz폭이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통신용 783MHz폭에서 803MHz폭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폭에 무려 3개의 용도가 들어갔다. 방송용이 2개, 국가재난망이 2개, 통신용이 2개며 각각의 보호대역은 3개다. 108MHz폭을 쪼개고 쪼갠 결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재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1차적으로 지상파, 2차적으로 지상파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치적으로 주파수 문제에 접근한 국회를 질타하고 있다. 통신용 주파수로 사용되어야 할 곳에 무리하게 방송용을 할당하다보니 이러한 누더기 주파수가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바로 '700MHz 대역 주파수가 반드시 통신용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당초 700MHz 대역 주파수는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에 사용되던 주파수다. 하지만 2012년 12월 31일 전국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주파수는 공식적으로 정부에 반납됐다. 이를 전후로 해당 주파수 할당을 위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지상파는 최초 직접수신률 제고를 위해 해당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이미 지상파 UHD 플랫폼을 위해 해당 주파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는 통신사는 통신 트래픽 증가에 대처하고 통신기술발전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분수령은 최시중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이었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주파수 영토를 개척한다는 취지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바탕으로 당시 방통위는 지난 2011년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0MHz 폭을 우선 통신용으로 배정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문제는 당시 할당방식이다. 통신용으로 배정하며 40MHz폭을 한 번에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20MHz폭씩 2개로 나눠 상하위 718MHz폭에서 728MHz폭, 773MHz폭에서 783MHz폭으로 배정했기 때문이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주파수는 다른 활용처가 서로 붙어 존재할 수 없으며, 그 특성상 다른 활용처가 비슷한 대역에 존재하려면 보호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스페이스 등의 활용처가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보호대역은 버리는 대역이다. 그런 이유로 당시 지상파는 방통위가 의도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 40MHz폭 분할할당을 결정해 궁극적으로 전체 대역을 통신에 넘기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지상파와 통신사의 공방전은 몇 차례의 변곡점을 거치며 지상파가 국민행복700플랜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모두 지상파에 할당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대역이라도 보존해 이를 적극적으로 지상파 UHD에 활용하겠다는 절충안이다. 하지만 이는 무시됐다.

그리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이 발표되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필요성이 대두된 국가재난망이 700MHz 대역 주파수에 할당되며 상황은 미묘하게 돌아갔다. 이 지점에서 국회가 방송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지상파의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지금의 700MHz 대역 주파수는 누더기 옷을 입기에 이르렀다.

미래부와 통신사의 잘못도 크다
왜 700MHz 대역 주파수는 누더기 옷을 입었을까? 1차적인 책임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수립한 당시의 방통위, 그리고 이를 정책적으로 계승한 미래창조과학부에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일찌감치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지상파 UHD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답은 통신으로 정해졌다'는 결론을 초반에 너무 성급하게 내리며 지상파와 통신의 충돌을 야기했으며, 이는 현재의 파국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부의 판단미스도 문제다. 최초 700MHz 대역 주파수 논쟁이 벌어졌을 당시 미래부는 통신사 모바일 트래픽이 너무 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700MHz 대역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직 700MHz 대역 주파수만 가지고 있던 지상파가 이를 뱉어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다.

하지만 지금 주파수 경매의 결과는 어떤가. 유찰이다. 통신사들에게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유일한 해결방안이 아니었던 셈이다. 공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선마이크 혼선대역 문제도 미래부의 정책미스의 한 단면이다.

2차적인 책임은 지상파와 통신이 져야 한다. 대안없는 싸움을 벌이며 '무조건 확보하고 보자'고 사안에 뛰어들었던 것은 양쪽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책임이 국회다. 국회는 국민의 공공을 위해 활동해야 하며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다. 당연히 공공적 가치에서 논의할 수 밖에 없기에 무료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을 주장했던 지상파에 힘을 실었던 것은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으며, 결론적으로 누더기 주파수에 일조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700MHz 대역 주파수 유찰을 둘러싼 책임공방은 모두에게 있다. 지상파와 국회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이 부족했던 미래부와 트래픽 우선주의만 지나치게 내세웠던 통신사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K-ICT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방침이기는 하지만 냉정해지자. 우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