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학자 ▲ 출처= 위키미디아

지난 4월 17일 실시된 삼성직무시험(GSAT) 문제에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의 개념을 묻는 문항들이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로 제시된 기법이 ‘데카르트 마케팅’이었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Tech(기술)와 Art(예술)이라는 단어가 합쳐 만들어진 Techart(테카르트)에서 비롯됐다. 영어식 발음이 프랑스 수학자 데카르트(Descartes, René)의 이름과 유사하다고 해서 학자들은 편의상 데카르트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제품에 예술적 디자인을 접목시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마케팅 활동을 뜻한다.

명칭이 수학자 이름과 같아 개념이 ‘다소 어려울 것 같은’ 감이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데카르트 마케팅만큼 이렇게 실제 사례를 쉽게, 많이 찾을 수 있는 마케팅 기법도 드물다. 이를테면, ‘OO아티스트 디자인 한정판’ 혹은 ‘△△아티스트 협업 디자인 콜라보레이션’ 으로 표현되는 제품들이 모두 데카르트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훔치고, 지갑을 연다 

흔히 데카르트 마케팅 기법의 적용은 유명 화가들의 예술작품이나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제품에 반영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익숙함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 콘텐츠의 인지도다. 적어도 디자인 원작자의 이름 또는 작품, 또는 관련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어야 한다. 너무 난해하거나 소수지향적인 디자인의 반영은 대수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일부 매니아들에게 각광받을 수도 있겠지만, 데카르트 마케팅의 주된 목적은 대중이 느끼는 브랜드 호감도의 개선이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 명품 패션브랜드 ‘프라다(PRADA)'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생산한 ’제너시스 프라다‘ 한정판을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세계적 브랜드와 협력한 '명품 자동차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지펠은 지난 2010년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마시모주끼(Massimo Zucchi)’의 디자인 제안으로 만들어진 냉장고 ‘지펠 마시모주끼’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4개월 만에 1만대가 넘게 팔려나가며 그 해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됐다. 

▲ 탤런트 이승기를 모델로 앞세운 삼성전자 지펠의 냉장고 마시모주끼. 출처=삼성전자

‘오바마 스마트폰’으로 잘 알려진 IT업체 블랙베리(Blackberry)는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Porsche)가 디자인을 맡아 생산한 스마트폰 ‘P9938’을 출시했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고가의 스마트 기기, 가전제품과 같은 고가 품목뿐만 아니라 식품이나 장난감에도 적용됐다.  

2007년 해태제과는 파이 제품 ‘오예스’의 포장에 심명보 작가의 ‘백만송이 장미’를 그려넣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해 오예스의 연 매출은 약 30% 이상 증가했다.

▲ 디자인 베어브릭 제품들. 출처=flicker.com

장식용 아트토이로 전 세계 매니아들에게 각광받는 베어브릭(Bearbrick) 시리즈는 해마다 세계 유명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중에는 당대의 인기 영화나 만화 캐릭터 디자인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제품들은 출시 되자마자 매진돼 경매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곤 한다. 참고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KILL BILL) DVD 출시 기념으로 제작된 베어브릭은 한 경매 사이트에서 원래 가격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비용대비 효과,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다 

인지도가 있는 디자인의 IP(지적재산권) 활용에는 대개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디자인 원작자의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을수록, 혹은 디자인이 유명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리고 디자인이 유명하다고 해서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적용에 앞서 비용대비 효과를 싱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마케팅 실행 사레들에 가려져 의외로 실패사례도 많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인지도나 기업이미지 측면에서 데카르트 마케팅은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으나, 콘텐츠 활용에 따른 마케팅 초기 비용이 일반 마케팅보다 큰 점은 적용상의 리스크가 크다”며 “기업은 단순히 디자인 콘텐츠 인지도에 의존해 제품이 ‘업혀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 차별화로 인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