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부담이 급증한 데 따른 대책으로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야심차게 내놓았다.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과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주택을 올해와 내년 계획보다 5만 가구 더 공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대책은 과거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의 획일적인 임대주택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 다양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뉴스테이든 행복주택이든 모두 월 주거비 지출이 기본이 되는 월세주택들뿐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전세난 해소 방안 해결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정부의 핵심 정책인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건설에만 집중되면서 ‘실적 쌓기’란 지적을 사고 있다.

실제 뉴스테이의 경우 최근 1차 지구가 선정만 됐고, 아직 지구 지정도 안 된 상황에서 3개월 만에 2차 3개 지구를 추가로 선정했고, 행복주택도 서울 강남·양천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행복주택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서둘러 공급 목표부터 발표한 감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전셋값을 잡는 데 실패하자 ‘월세시대’로의 전환을 정부가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임대차 방식으로, 전세 제도 자체가 고금리와 고성장이라는 과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임대차 방식이었다. 세입자들에게는 전세 보증금인 목돈을 거치하고 그 기간에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집주인들에겐 문턱 높은 은행을 대신해 주택을 담보로 세입자로부터 무이자 조건으로 목돈을 빌릴 수 있는 사금융의 기능도 있었다.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대란은 전세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진 탓이 크다. 저금리로 인해 집주인들에게 전세 제도가 더 이상 이득을 주지 못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계약 종료 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다는 다달이 일정한 금액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

물론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대한 서민들의 목마름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세입자들의 입장에선 전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다달이 집세를 내야 하는 월세 제도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세제도가 사라지면 임대차 시장은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이렇게 되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난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주거는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전세난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정부도, 주택업계도 아닌 사시사철 살 집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무주택 서민들이다. 정부는 장기적인 밑그림 없이 월세 중심의 대책에 올인하기보다는 현재의 전월세 전환 과정에서 연착륙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들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