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한국지엠

SUV 열풍에 밀려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저마다 굵직한 신차를 출시하고 관련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다. 그 중심에는 한국지엠의 ‘야심작’ 쉐보레 말리부가 있었다.

말리부는 제너럴모터스(GM)의 주력 차종이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16년 4월 27일 한국에 최초로 공개됐다. 영업일 기준 나흘 만에 사전계약 6000대를 넘겼다. 하루 평균 1500명의 고객이 말리부를 찾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있었다.

말리부, 스타일을 입다

신형(9세대) 말리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디자인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의 평범함 대신 세련미를 입었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4925㎜, 전고 1470㎜, 전폭 1855㎜, 축거 2830㎜다. 구형 대비 전장과 축거가 각각 60㎜, 93㎜ 늘었다. 현대차 쏘나타보다 전장·축거가 각각 70㎜, 25㎜ 길다.

▲ 출처 = 한국지엠

외관은 스포츠 쿠페를 떠올리게 한다. 임팔라를 닮은 쉐보레 패밀리룩을 구현했다. 후면부는 비교적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차체에 곡선이 많이 적용됐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을 지녔다. ‘투박한 미국차’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주는 외모다. 2.0 모델에는 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된다.

실내는 마감재가 조금 더 고급스러워진 것이 특징이다. 인터페이스나 버튼 구성 등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새로운 모양의 기어봉이 눈에 띈다. 시트의 착좌감이 상당히 많이 개선됐다. 축거가 길어진 덕분에 뒷좌석 공간도 더욱 안락해졌다.

말리부, 힘을 기르다

시승한 차량은 2.0 LT Z 프리미엄 모델. 국내 판매되는 말리부 중 최고사양이다.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까지 약 60㎞ 구간을 달렸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m의 힘을 낸다. 앞서 캐딜락 CTS에 적용돼 상품성을 검증받은 엔진이다. 6세대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차체 경량화를 통해 공차중량을 1470㎏까지 낮췄다. 공인복합연비는 10.8㎞/ℓ로 나타났다. 고속에서 13.2㎞/ℓ, 도심에서 9.4㎞/ℓ의 효율을 낸다.

▲ 출처 = 한국지엠

초반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다. 중반에 치고 나가는 맛도 충분했다. 3단 기어로 140㎞/h에 가볍게 도달할 정도다. 딱히 스포티한 배기음을 뿜어내지는 않지만, 질주 본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6단 변속기는 253마력의 힘을 품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북미형 말리부에는 8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된다. 국내 판매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6단 부품이 달린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말리부, 단단해지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훌륭했다. 낮고 안정적인 자세를 지닌 덕분에 노면에 달라붙어 주행하는 느낌이 강하다. 중미산 인근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훌륭한 코너링 능력을 보여줬다. 노면 충격 흡수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새롭게 개발된 전륜 맥퍼슨 스트럿 타입 서스펜션과 후륜 멀티 링크 독립현가시스템을 적용해 노면 대응력을 향상시켰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 출처 = 한국지엠

주행 중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을 밟을 때는 강한 경고음이 울렸다. 이와 함께 17개에 달하는 초음파 센서와 장·단거리 레이더 및 전후방 카메라가 적용됐다.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하며 잠재적인 사고를 예방해준다. 또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중을 높이고 고강도 차체설계를 구현했다. 한국지엠 측은 이를 통해 충돌 안전성을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에어백은 8개가 들어간다.

넘치는 힘과 단단한 기본기를 갖춘 차라는 총평이다. 아기자기한 편의사양 대신 굵직한 성능을 강조한 미국차다운 특징도 지녔다. 주행모드 변경 등이 옵션에서 빠졌지만 아쉽지 않았다. 경쟁 모델을 무조건 모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특장점을 잘 살려나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 출처 = 한국지엠

가격은 1.5 터보 모델이 2310만~2901만원, 2.0 터보 모델이 2957만~3180만원이다(개소세 인하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