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두바이 관광청

지난 4월, 사막 한가운데 ‘꿈의 왕국’을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발을 뗀 곳은 두바이 국제공항(DXB)이다. 이곳은 현재 전 세계 국가의 90% 이상이 취항하고 있는 만큼, ‘모든 하늘 길은 두바이 공항으로 통한다’라는 말에 어울리게 거대한 규모와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인종이 북적였다. ‘중동의 허브’로 자리매김한 두바이의 현주소를 공항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두바이 공항을 이용한 국제여객 수는 7801만명으로 세계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2014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을 제치고 처음으로 국제여객 수 1위를 차지한데 이어 2년 연속 해당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두바이 국제공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여객 수는 전년(747만명)에 비해 10.7% 증가한 것으로, 두바이 국제공항을 취항한 항공편은 지난 한 해 모두 40만4000편으로 하루 평균 1106편으로 조사됐다.

차를 타고 다운타운 중심가로 이동하면서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두바이다. 히잡을 쓴 여성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의 화장 기술과 옆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수 냄새는 숨겨진 미에 대한 관심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두바이 시내에는 고층 높이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수많은 건물들이 건설 중에 있었고, 이제 막 또 다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강력하게 인상에 남았다. 특히 상당한 규모의 호텔 건립이 눈에 띄었고, 웅장한 호텔들 사이로 인공 강이 흐르고 그 위를 달리는 수상택시를 보니 사막 위에서 일어나는 기적에 새삼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석유 의존국 탈피’ 두바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 출처: 두바이 관광청

두바이는 세계 최대 공항인 두바이 국제공항, 중동 최대 항구인 제벨 알리, 2020년 두바이 엑스포 개최에 맞춰 확장 중인 알막툼 국제공항까지 인적·물적 교류 교두보로서 역할의 중심에 있다.

또 전체 인구의 약 20%밖에 안 되는 자국민에 대한 지원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곳이 두바이다. 자국민이 결혼을 하면 국왕이 지원하는 집과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월급의 50%를 렌트비로 내야 할 정도로 물가가 비싼 나라이기도 하다. 중동은 20%의 부유한 자국민과 80%의 일하는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20%의 자국민을 중심으로 두바이가 만들어낸 기적이 놀라운 따름이다.

두바이는 영국의 속박에서 벗어난 이후 1971년 7개 부족이 연방공화국가(UAE)를 세웠다. UAE의 수도는 아부다비로 석유가스 매장량의 93%를 차지한다. 연방공화국가 중에서 두바이는 자원이 부족한 작은 도시로 여겨졌지만,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뤄 ‘사막의 기적’, ‘꿈의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도시이기도 하다.

이미 2000년에 자원 부족과 석유 고갈에 대비해 ‘비전 2010’을 수립,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기 위한 사회 전반에 걸친 발전 계획을 세웠고, 석유 의존 경제구조로부터 탈피해 다양한 산업에 나서고 있다.

두바이는 전통적 주도 산업인 석유화학, 건설, 플랜트는 물론 다양한 분야로의 산업 다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ICT, 헬스케어, 신재생 에너지, 할랄식품, 화장품, 바이오, 미디어, 항공 산업, 일반 제조업, 물류 등 산업 전반에 걸쳐서 비즈니스 기회가 풍부해 중동과 아프리카 수출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의 역경을 딛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루어 낸 ‘한강의 기적’과 황무지 두바이에서 만들어 낸 ‘사막의 기적’은 매우 흡사해 보인다.

이제는 2020년 엑스포를 겨냥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마이스(MICE)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 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불리는 신조어다.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으로, 넓게는 참여자 중심의 보상관광과 메가 이벤트 등을 포함하는 융·복합산업을 뜻한다.

각국에서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층의 방문은 도시 홍보와 마케팅 유발 효과가 크다. 아울러 1인당 소비 역시 일반 관광객보다 월등히 높고 회당 방문 규모 역시 크기 때문에 수익적인 면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이 불황 극복의 열쇠로 MICE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이에 두바이에서는 중저가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호텔과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 등이 이미 준비되어 있고 새롭게 오픈을 앞두고 있는 등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두바이는 지난해 기준 호화로운 7성급 및 5성급 호텔에서 스탠다드 호텔아파트까지 모든 카테고리의 분야를 포괄하는 677개의 다양한 취향에 최적화할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춰나가고 있다.

올해 두바이 호텔업계에는 3성 및 4성급에 해당되는 다수의 새로운 호텔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두바이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는 중급 호텔 브랜드로는 메리어트(Marriott)의 코트야드(Courtyard), 노보텔(Novotel), 머큐어(Mercure), 아파트호텔 아다지오(Aparthotel Adagio), 힐튼 가든 인(Hilton Garden Inn), 시티맥스(Citymax), 이비스(Ibis) 그리고 홀리데이 인(Holiday inn) 등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 문을 연 두바이 이마 호스피텔리티(Emaar Hospitality)의 로브 호텔(Rove Hotels), 스타우드(Starwood)의 어로프트(Aloft)와 엘리먼트(Element) 브랜드 등이 있다.

럭셔리 호텔 분야에서는 비세로이 두바이 팜 주메이라(Viceroy Dubai Palm Jumeirah), 샹그리라 팜 타워(Shangri-La Palm Tower) 및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새로운 호텔 주메이라 알 나심(Jumeirah Al Naseem)을 포함하는 마디낫 주메이라(Madinat Jumeirah) 증설까지 총 25개의 새로운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울러 2020년 엑스포를 앞두고 흥미로운 개발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먼저 ‘두바이 파크&리조트(Dubai Parks & Resorts)’는 20개가 넘는 놀이기구와 볼거리를 포함하는 1500백만 평방피트의 실내 테마파크다. 이곳은 가족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세계적인 명소로서 두바이의 매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공간이다. 올해 오픈 예정인 ‘더 두바이 오페라(The Dubai Opera)’는 오페라, 극장, 콘서트, 아트 전시회, 오케스트라, 영화, 스포츠 행사 및 계절성 프로그램들을 위한 2000석 규모의 무대를 갖춰 선보여진다. 2018년 완공될 ‘미래 박물관(The Museum of the Future)’은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블루워터 아일랜드(Bluewaters Island)’에 들어서게 될 ‘두바이 아이(Dubai Eye)’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명소인 라스베가스의 ‘하이 롤러(High Roller)’를 뛰어 넘는 높이로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강의 기적 이후,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우리나라 역시 최근 MICE 산업의 일환으로 중국 아오란 그룹의 약 6000여명이 참여한 ‘치맥파티’로 한류 관광을 통한 MICE 산업 활성화에 불씨를 당겼다. 중국 대기업의 단체관광객 방문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3월 방문한 중국 아오란 그룹 포상관광단은 304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아오란그룹 포상 관광단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80만원으로, 당초 예상한 260억원보다 16.9% 많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MICE 관광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쇼핑이나 관광에 대한 소비 금액이 일반 관광객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인프라 경쟁력은 낮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MICE산업 인프라 구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회의 개최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회의 장소, 숙박, 교통 등 인프라 시설은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기준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249건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송용주 한경연 연구원은 “국제회의 개최가 가능한 서울시의 컨벤션센터 면적은 7만1964㎡로 2013년 세계 20위권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송용주 연구원은 “최근 중국은 광저우(34만㎡), 충칭(20만4000㎡) 상하이(20만㎡) 등에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개장하는 등 MICE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MICE 산업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중국에 수요를 뺏길 우려마저 있다”는 견해이다.

▲ 출처: 두바이 관광청

한편 숙박과 교통 인프라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 수는 우리나라가 0.2개로 조사 대상 141개국 중 97위를 기록했다. 또 항공과 육상 교통 인프라 부문 역시 각각 세계 31위와 21위 수준에 그쳤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는 라스베가스, 싱가포르처럼 대규모 부지에 컨벤션센터,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선 복합리조트가 없어 부가가치 창출이 미흡하다”며, “국내 MICE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후방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컨벤션센터와 주변 관광 인프라의 융복합화를 통한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역 북부, COEX-잠실, 인천 영종도를 중심으로 복합리조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민자유치 실패와 기관 간 이해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송용주 연구원은 “현재 지연되고 있는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의 민자유치를 유도하려면 강력한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컨벤션센터, 호텔, 쇼핑몰 등은 도심에 토지·건물을 소유하는데 따르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납부 금액이 크므로 세금을 감면해 투자자의 수익성을 일부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공급 부족이 심각한 서울시의 전략 지역인 서울역 북부와 코엑스(COEX)-잠실 지구를 국가에서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해 기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등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현 한남대 컨벤션학과 교수는 두바이가 진행하고 있는 MICE 등 일련의 사업에 대해 ‘생각의 전환이 빠른 나라’라고 평가하며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 사막에서 즐기는 스키 두바이, 각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호텔 설립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MICE를 위해 영문으로 행정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과 외국인 출입국절차 간소화까지 적극적이고 과감한 추진력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게 윤 교수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MICE 관련 투자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약 15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노하우와 매니지먼트 능력 등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은 국제화가 덜 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는 가까운 나라에 위치한 중국으로 진출하는 해외 기업이 많은 지리적인 조건도 이유에 포함된다. 이에 지금까지는 국내 중심의 MICE가 주로 진행되는 편이지만, 향후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선진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윤 교수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 컨벤션이 있다”면서 “출발은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시설을 늘리고 공급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파워 인재들을 흡수해 글로벌한 MICE 환경을 만드는 등 인력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41만4205㎡가 오는 2025년 서울의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선도하는 국제 비즈니스 교류의 핵심공간으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축을 담당할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마스터플랜과 시설별 가이드라인을 발표, 2019년부터 3단계에 걸쳐 단계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 교수는 “이처럼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면 한국의 인력으로만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글로벌 조직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시장 규모를 넓히면 그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 등 국내 MICE의 글로벌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전문가는 “두바이의 기적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나은 강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경제 발전을 도모해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라면서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대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두바이와 한국은 정치 형태, 인구 구성과 지정학적 위치까지 굉장히 다른점이 많다. 이에 정부의 수입을 상당 부분 세금에 의지해야 하고 민영화 태세인 한국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부분 자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한국과 활발한 개발 사업으로 외국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 이동이 많은 두바이가 가진 문화적, 지리적 입지 조건 등을 잘 고려해 우리만의 특징과 강점을 부각하고 활용해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