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끼고 입지가 워낙 좋아서 개발이 잘 된다면 아파트 가격은 말도 못하게 오르겠죠.”(용산 서부이촌동 A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흑역사’로 남았던 용산 일대 재개발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산 4구역 개발, 지하도시 건설, 서부 이촌동 주택재개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것.

10년 간 개발이 멈췄던 용산역 일대는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5명의 철거민이 희생된 용산 참사, 2013년 총 사업비 31조 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등 여러 악재가 연달아 터졌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용산역 일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이 지역 부동산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용산 4구역 사업부지(면적 5만3066㎡)에 ▲주상복합 아파트 4개 동(31~43층) ▲업무시설 1개 동(34층) ▲공공시설(5층) ▲용산파크웨이(1만7615㎡)가 들어선다.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뉴욕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처럼 고층 건물이 즐비한 구역 한가운데에 시민공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재개발될 예정인 것.

이에따라 햐항곡선을 그리던 용산구 부동산에도 회복기운이 감돌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개발계획으로 한창 떠올랐던 8년전 용산구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2600만원대로 올랐다가 용산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내려앉아 2014년에는 2200만원대로 대폭 떨어졌다. 최근에는 용산 개발관련 대책이 나오면서 4월 기준 2291만원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기대감은 여전

4월 25일 찾은 용산역 일대. 지난해 말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선 후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으로 북적대는 모습이다. 면세점 앞 용산역 3구역에는 지상 40층 2개 동의 래미안 용산이 이미 절반 이상 공사가 진행돼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옆 2구역도 ‘용산푸르지오써밋’(지상 39층 1개동)의 골조가 올라가고 있었다. 용산구 이촌동 W공인업소 관계자는 “개발 발표날 때마다 전화 문의는 늘지만 거래로 성사되는 경우의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빌딩숲이 되어가는 용산역 일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기자

최근 용산 서부이촌동 이촌1구역, 중산 시범 등 공동주택 단지를  재건축을 위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개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일희일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A 씨는 “용산 개발은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주민 요구사항을 시에서 적극 반영하길 바랄뿐”이라고 마음을 비운듯이 말했다. 서부이촌동은 용산 국제업무 개발지역으로 묶이면서 7년간 거래 제한된 동네다. 지난 2013년 개발이 좌초된 이후가 되어서야 재산권 규제가 풀렸다.

▲ 용산구 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불만이 쌓은 주민들을 위해 시와 용산구는 최선의 개발 대책을 고안하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서부이촌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역사적 명소인 새남터성당 인근 유휴공간을 주민 누리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대형호텔,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사업 등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용산 일대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 A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만 잘되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 버금가는 부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 예정 부지에 접해 있는 기존 미군 시설인 유엔사 부지(5만1753㎡)는 4월 22일부터 공개매각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지상 90m, 20층 이하의 고도제한을 받아 고층 건물은 지을 수 없지만, 용산공원 서쪽에 있는 캠프킴 부지(7만8918㎡)는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 초고층 복합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용산역 앞 노점상이 들어찼던 터에는 1만2000㎡(3630평) 규모의 대형 공원을 들어선다. 대형공원 지하에는 ‘리틀링크’라는 이름의 상점들과 주차장, 지하광장 등이 조성되고, 일종의 ‘지하도시’도 건설돼 용산역과 주상복합건물, 호텔 등을 한 번에 연결되도록 만든다는 시의 구상이다.

용산전자상가 관광터미널 부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1730실 서부T&D 용산호텔 3개동이 건립 중이어서, 이 지역 일대가 공원, 박물관, 주상복합, 오피스, 면세점 등이 갖춰진 곳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용산까지 가는 신분당선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용산~강남 복선전철은 총연장 7.8㎞(6개 역사)의 전철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남측으로 신분당선 강남~정자 및 정자~광교와 직결되면서 용산역(1호선), 신사역(3호선), 논현역(7호선), 신논현역(9호선)과 환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개통예정이며, 용산~신사 구간 사업은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대로 착수할 계획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 센터장은 “내리막길을 걷던 용산 부동산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용산역 일대는 장기 호재들이 풍부하고 한강조망, 대형공원, 주상복합, 교통망 확충 등 재료가 좋다”라며 “다만 주택 시장이 좋지 않아서 눈에 띄는 가격상승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