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인 ‘쏘카’에 등록했다. 이유는 경쟁 PT에서 광고주에게 공유 경제 활용의 한 축으로 카셰어링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추천한 것과 실제 등록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PT 자리에서 공유 경제 이야기를 하면 추천한 당신은 쓰고 있냐고 누군가가 분명히 질문한다. 그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서 등록했는데 아직 써보지는 않았다.

요즘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BMW와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 그룹이 도심 모빌리티 시장(Urban Mobility Market)에 진입하여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미 포드와 GM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비록 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완성차 회사에서 판매가 아니라 공유 서비스라니, 이유가 궁금해졌다.

도심 모빌리티 시장이란 ‘도심 안에서의 이동’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이 시장의 특징은 자동차를 단순한 운반 도구로 본다는 것이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사람 또는 그 어떤 것을 옮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며, 카셰어링 서비스가 대표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쏘카, 그린카 등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렌터카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거나 준비 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출시한 완성차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도심 안의 이동 서비스’라는 도심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는 대중교통이다. 시내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버스나 지하철이 교통 체증 없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단점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나 눈이 올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에 반해 카셰어링 서비스의 장점은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시간만큼 빌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은 사용한 시간만큼 지불하면 된다. 시내에서 짐을 들고 몇 곳을 돌아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편리하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집에서 회사로, 회사에서다시 집으로 매일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여, 같은 목적지로 이동한다. 이처럼 동일한 루트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자신을 이동시켜 주는 도구일 뿐이다 - 물론 자동차의 다른 가치를 제외하고 이동성에만 맞추어 하는 이야기임을 양해 바란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편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하루 2시간 정도의 운행을 제외하고 차고에 그냥 주차 되어있는 자동차를 위하여,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꽤 크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매력적이다. 물론 집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카셰어링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무인 전기 자동차가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호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자신의 차가 없어도 자신의 차처럼 편하게 도심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완성차 업체들이 카셰어링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 이유는 모바일, 스마트폰, 빅데이터, 그리고 전기 자동차나 무인 자동차 같은 첨단 기술과 함께 잉여를 활용하는 공유 경제가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카셰어링의 원래 목적은 사람들의 자동차 소유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 결과 자동차 운행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발생을 줄여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환경적인 이슈보다는, 차 없는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의 사용을 더 증가시켰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셰어링 서비스로 인해 완성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감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의미 있는 시도인 것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로 대표되는 ‘모빌리티’는 자동차 산업의 본질이 될 것이다. 이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소비는 완성차 업계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코즈(Cause)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완성차 업계에서도 UN의 지속 가능 목표(SDGs)를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