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기업 입장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 즉 수요는 일반적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모든 수요가 기업의 이익에 반드시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할인 프로모션 기간에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반품이 잦은 고객, 판매처와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고객 등은 수익 증대에 있어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수요다. 기업에서는 수익 증대에 효율적인 수요에게 서비스가 집중되길 원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수요들을 과감히 마케팅 대상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관점의 마케팅이 바로 ‘디마케팅(Demarketing)’이다.

디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기법으로 우수 고객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마케팅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디마케팅은 우리 주변의 많은 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마케팅 효율성 측면을 중시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고객 차별’이 필요하다는 사고가 깔려있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의 개선 측면에서 디마케팅은 불리한 점들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vs 체리피커(Cherry Picker) 
             
디마케팅의 등장 배경에는 ‘체리피커’가 있다. 체리피커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으면서 소비의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할로윈 데이 시즌에 파티용품을 구매했다가 시즌이 끝나면 이를 고스란히 반품하는 소비자들 혹은 경품 당첨을 목적으로 홈쇼핑에서 상품을 대량 주문했다가 당첨이 안된 경우 구입한 상품들을 반품하는 이들을 ‘체리피커’라고 일컬었다.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소비 없이 원하는 상품을 사용하려는 그들의 ‘얌체’ 행동은 기업 입장에서 클 골칫거리가 됐다. 기업들은 체리피커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디마케팅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세 가지 관점

기업이 디마케팅을 적용하는 관점은 크게 일반적·선택적·표면적 관점 등 3가지가 있다. 일반적 관점은 ‘비용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수요의 제한이다. 미술 전시관 입장객의 연령 제한을 두거나 입장 인원을 정해놓는 것이 이에 속한다. 전시관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관객의 감소를 감수하는 대신 어린아이들의 부주의한 행동이나 과도한 인원수용으로 인해 값비싼 미술 작품의 파손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예방할 수 있다.

선택적 관점은 특정 고객층의 수요를 조절해 소비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대부업체의 ‘여성전용’ 대출, 클럽에서 남성 입장객의 수를 줄이고 여성 입장객의 수를 늘려 남성 입장객들의 소비를 극대화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백화점에서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소비한 고객들을 VIP로 관리하고 그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마련해 두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표면적 관점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수요의 증가를 막는 방법이다. 수요의 감소가 목적이 아니라 수요의 증가를 계획적으로 막음으로써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랑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는 주 1회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라고 광고함으로써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는(?) 패스트푸드점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가장 적합한 사례다. 그 외로도 게임업체가 ‘과도한 게임 이용을 자제합시다’라는 문구를 노출시켜 고객을 배려하고 있음을 강조하거나, 통신업체 광고에 ‘중요한 순간에는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고객 차별의 문제 

디마케팅의 근본에는 효율성에 따라 기업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절을 ‘당하는’ 입장의 소비자들은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폐해는 백화점 명품관에서 직원들이 고객의 복장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디마케팅의 방향성이 잘못 적용되거나 정도가 과하면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는 치명적 오점을 남길 수 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디마케팅의 효과적 도입은 전략적 차원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하며, 그리고 고객들이 상식 선에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고객을 차별할 경우 디마케팅으로 감소한 고객뿐 아니라 잠재 고객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