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들은 통신 시장의 저성세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사업 모델들을 발굴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통신사들은 데이터 이용을 장려하는 다양한 융합사업을 도모하며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저마다 사물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 헬스케어, 보안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폭을 넓혀가는 추세다.

여기에서 궁금해진다. 해외 통신사들은 어떤 탈-통신, 신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북미, 아시아, 유럽의 사례를 모았다.

미국, 집 안으로 들어온 통신사

▲ AT&T 디지털 라이프. 출처=AT&T

미국의 통신사들은 ‘집’(家)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총 가구 수가 1억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AT&T는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16에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홈시큐리티’와 ‘홈오토메이션 서비스’, ‘커넥티드카’를 통합한 AT&T 드라이브 플랫폼을 공개했다.

AT&T의 자동차에의 사물인터넷 사업인 커넥티드카는 북미에서 포르쉐와 함께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우디, 제너럴모터스의 오펠 자동차에 대해서도 커넥티드 개발을 협력하기로 했다. 인텔과 협업을 맺고 드론에도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AT&T는 2014년 이미 ‘디지털 라이프’라는 슬로건 아래 ‘홈시큐리티시스템’과 냉난방기, 보일러, 조명 등의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시스템’ 을 선보였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가 뉴스와 음악, 실시간 교통량, 내비게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시스템 AT&T 드라이브'도 공개했다. 2016년엔 이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들고 나왔다.

 

2014년 9월 ‘디지털 라이프‘를 도입한 이래로 AT&T 가입자 14만명, AT&T 드라이브 가입자 200만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MWC 2016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인텔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 도시에선 특정 지역에서 차량들의 와이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관련 데이터가 기상청 중앙컴퓨터에 전달돼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운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될 전망이다.

AT&T는 스마트 도시 구축을 위해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시범지역으로 필라델피아주 노리스타운의 몽고메리 카운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 힐 등을 지정했다. AT&T의 파트너 글로브컴은 4월 25일(현지시각) 원활한 사물인터넷 연결을 위해 데이터를 인공위성에서 직접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Verizon)도 조지아 테크(Georgia Tech)와 기술연구 관련 동반 관계를 체결하고, 미국의 대형 가전사 GE가 주도하는 산업인터넷 플랫폼 프로젝트 프레딕스(Predix)에 참여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미디어 광고 시장을 노리며 2015년 AOL을 44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버라이즌의 의도는 명쾌하다. ‘프로그래밍 광고 기술’(자동으로 온라인 광고를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시스템)을 특허로 보유하고 있는 AOL을 자신들의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에 결합해 모바일 광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버라이즌은 또 2016년 4월 18일 마감한 야후 인터넷 핵심 사업 매각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디지털 광고’ 및 ‘동영상’ 부분을 강화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버라이즌은 통신·케이블TV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가입자가 정체하는 추세다. 케이블 TV시장에서도 넷플릭스·아마존닷컴 등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자들의 강세로 고전하고 있다.

아시아, 스타트업 키우며 투자에 집중하는 통신사들

▲ 소프트뱅크 '페퍼'. 출처=소프트뱅크

일본 통신사들은 스타트업과 경쟁하기보다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신사의 스타트업 투자는 양쪽에게 윈-윈 게임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투자를 받게 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신뢰를 줌으로써 훗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일본의 NTT 도코모는 2012년부터 통신사업 외에도 ‘스마트라이프 파트너’라는 슬로건 아래 미디어 콘텐츠, 커머스, 헬스케어 관련 사업자 M&A를 추진해왔다. 자체 콘텐츠 마켓인 ‘d마켓‘도 가지고 있다. NTT 도코모는 2014년 상반기 가입자 총 780만명, 새로운 사업인 d마켓, 헬스케어, 결제사업을 포함한 매출 3630억엔(YoY 13% 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

NTT 도코모는 자회사인 도코모 캐피탈을 통해 스타트업 비즈니스도 육성하고 있다. 이미 2011 년부터 100억엔 규모의 ‘도코모 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 펀드들과 제휴한 바 있다. 2013년엔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인 ‘도코모 이노베이션 빌리지’를 론칭했다.

일본의 KDDI는 2014년 5월부터 시작한 자체 O2O커머스/결제 서비스 에이유 지갑(au WALLET)을 시작했다. 일본 전역에 2500만개가 있는 au점포에서 통신판매를 위한 전용 태블릿PC를 설치해 통신 판매를 해 확장하고 있다. KDDI는 2016년 3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어린이용 웨어러블 기기 ‘쥬니버토키’를 출시했다. 쥬니버토키는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일본에서는 ‘마모리노워치(지켜주는 시계)’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7년간 9%p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장해온 흔들림 없는 강자다. 순수 통신사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행보도 눈여겨 봐야 한다. 소프트뱅크는 통신시장의 몰락에 대비해 ‘로보틱스 산업’으로 눈을 돌리며 스타트업 및 제휴 기업 투자에도 열중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구글의 전 부사장인 니케쉬 아로라(Nikesh Arora)를 영입해 배트맨 시리즈를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4년 미국 내 아시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드라마피버’를 인수했으나 2016년 2월 워너브라더스에 인수를 결정했다. 물론 소프트뱅크가 엔터네인먼트 분야를 떠난 것은 아니다. 2016년 3월 할리우드 배우 벤 에플렉과 맷 데이먼 등의 소속사인 미국 연예기획사 WME-IMG에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를 출자했다. WME-IMG는 크리에이티브아티스츠에이전시(CAA)와 더불어 세계 양대 연예기획사로 불린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인도판 ‘카카오 택시’인 ‘올라캡스(Ola Cabs)’에 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고 2015년에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4억달러를 더 투자했다. 인도 온라인 장터인 스냅딜(Snapdeal), 인도네시아 온라인 장터 토코피디아(Tokopedia) 등에도 투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인도의 스타트업에 10년간 100억달러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초 한국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6월 첫 감성인식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를 출시하기도 했다. 페퍼의 글로벌 출시를 위해 중국의 알리바바, 대만의 폭스콘과 함께 합작회사인 소프트뱅크 로봇홀딩스를 설립했다.

페퍼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2년 프랑스의 알데바란로보틱스를 인수하고 난 후 탄생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네스카페는 2014년 12월에 페퍼 1000대를 구입해 일본 내 자사 커피머신 판매 매장에 배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도쿄에 새로 문을 연 휴대전화 판매업체에 10대의 페퍼가 배치됐다.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Sprint)에도 페퍼를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의 국영 이동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은 2014년 미션을 달성하면 모바일 데이터로 전환 가능한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데이터 교환 앱 ‘리우량바오’를 출시했다. 차이나유니콤도 데이터 은행 ‘리우량잉항’을 출시해 실제 사용자 80만명을 한 달 만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신사업 펼치는 통신사들

▲ 보다폰 '드림랩'. 출처=보다폰

영국의 통신사 보다폰(Vodafone)은 MWC2016에서 스마트카, 트래킹 시스템, 차량 관제 서비스 등의 기기 기반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 보다폰의 ‘키피(Kippy)’는 위치 기반 서비스(LBS)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애완동물 트래킹 서비스다. 목걸이형의 단말기와 스마트폰 서비스가 제공된다. 보다폰은 또 쥐가 들어오면 신호를 전송해주는 쥐덫 시스템도 시연했다.

보다폰은 차의 상태나 관리 정보, 운전자 운전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웹 기반 '차량 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콜(긴급통화) 서비스용 단말기, 차량 도난 방지 단말기, 차량 데이터 수집 단말기, 온보드진단기(OBD-II) 등을 통해서 종합적인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보다폰은 모든 단말기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보다폰은 이미 2014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심혈관 질환을 치료 개선해 줄 모바일 의료(mHealth)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보다폰은 최근 암 리서치에 도움이 되는 ‘드림랩’이라는 무료 앱을 출시한 바 있다.

▲ 텔레포니카 '스마트 목걸이'. 출처=텔레포니카

텔레포니카 스페인(Telefonica Spain)은 MWC2016에서 농업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 텔레포니카는 스테플라(STEPLA)와 협력해 목장의 소에 스마트 목걸이를 장착해 소의 위치, 온도, 움직임 등을 감지해 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시간 데이터는 클라우드틀 통해 관리 가능하며 소 사육 및 관리용 빅데이터에 중요하게 쓰일 전망이다. 현재 유럽에서 사육 중인 소의 규모는 8800만마리 정도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 전역의 큰 시장으로 확산이 기대된다.

텔레포니카는 또한 중요한 빅 데이터 산업 중 하나로 ‘날씨 정보 서비스’를 선보였다. 텔레포니카는 팀데브(TEAMDEV)와 협력해 온도, 풍향 등의 기본적인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데 현재 이를 이탈리아 농업 사업에 적용 중이다. 텔레포니카는 사물 인터넷 기술과 농업에 관한 이해가 동시에 이루어진 융합 산업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박유리 ICT혁신정책그룹장은 “현재 전 세계의 통신사들이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비통신사 분야로 진출하며 새로운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며 "해외에서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시작하지 않은 사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모두 걸음마 단계라 어느 국가가 더 잘하고 있다 아니다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