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병원에 손가락이 불편해서 내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혹시 류마티스 관절염 아닌가요?” 물론 환자들 사이에선 많이 알려져 있는 질병이지만 가장 흔한 관절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심한 증상과 안 좋은 예후의 관절염 중에 가장 흔하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략 전 인구의 1%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 어느 연령층에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져 65세 이후에는 유병율이 3~5%에 이릅니다. 일반인에게는 노인 질환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니 나이가 젊다 해도 류마티스 관절염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10명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여성 호르몬, 임신, 출산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큰 특징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불편할 정도의 뻣뻣함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위는 손입니다. 일반적으로 좌우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통증과 손가락이 잘 쥐어지지 않는 증상이 있습니다. 이를 ‘조조강직’이라고 부르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만 나오는 증상은 아닙니다. 관절의 염증을 일으키는 모든 질환에서 조조강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힘줄이나 인대 같이 관절 주변 구조에 염증이 있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그 강도가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1시간 이상 지속되어야 류마티스 관절염에 합당한 조조 강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증상과 더불어 피곤하며, 전신적으로 열감이 느껴질 때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관절의 파괴가 일어나서 관절의 변형이 나타나고 기능이 저하되어 영구적으로 장애가 남을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특이한 임상 증상이나 검사 결과 하나로 진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 기준을 이용해 확진하므로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발병 후 2년이 되기 전에 이미 관절 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절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단 후 가능한 빨리 항류마티스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후 평가와 관리를 위해 류마티스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정형외과나 내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지만 그 경과는 매우 다양합니다. 10%내외에서 약물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어 재발하지 않는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20%정도의 환자들은 수년간 증상의 악화와 관해를 반복하지만 장기간 추적해 보아도 관절의 파괴가 거의 없고 기능 장애도 없는 양상을 보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환자들은 경과가 매우 긴 만성 관절염 상태로 지내는데, 약을 쓰는 경우 증상은 경감하지만 대부분 관절의 파괴와 변형이 진행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치료의 목표는 병의 ‘완치’보다는 ‘기능 보존과 병에 대한 적응’에 두게 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크게 통증을 조절하는 항염증제와 관절의 파괴를 조절하는 항류마티스제(면역조절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관절이 붓고 아픈 염증반응을 경감시키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항염증제)를 복용합니다. 흔한 부작용으로 속쓰림 같은 위장장애, 얼굴 및 손발부종 등이 있는데 이는 다양한 종류의 소염제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위장관계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물들이 개발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더 효과적인 소염제이긴 하나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간 필요 이상으로 과량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염제 등으로 염증을 조절해도 관절의 파괴는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항류마티스제(면역조절제)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처음부터 두세 가지 약물을 병용해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면밀한 경과 관찰이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항류마티스제 치료에도 불수하고 관절염증 및 파괴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생물학적 제제 투여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생물학적 제제들이 의료보험이 인정되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만성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그 질환을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치’에 집착한 나머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에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결국 더 불행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로 인해 많은 수에서 만족스런 결과 및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반드시 증상이 의심될 경우 해당 전문의에게 진료받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