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화장품주들이 중국 시장에 힘입어 크게 성장하다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모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태양의 후예는 PPL 천국이라고 보여질 정도로 많은 PPL 상품이 등장했다. 드라마 주인공인 송혜교(강모연 역)가 하고 나온 귀걸이와 립스틱 등 관련 상품들은 그 덕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인기를 끈 상품은 '강모연 립스틱', '송혜교 립스틱'으로 불린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라네즈의 ‘투톤 립바'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이 제품은 지난 3월 전달 대비 판매량이 556% 급증했다. 지난달에만 16만개가 넘게 팔렸다. 태후의 영향일까.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부진하던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2% 증가해 1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단위로는 사상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평양'이라는 사명을 쓰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6년 6월 화장품·생활용품·식품사업부문을 인적분할 해 지주회사인 태평양과 사업부문인 아모레퍼시픽으로 나눴다. 이후 2011년 4월 태평양 사명을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으로 바꿨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12월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주회사로 (주)아모레퍼시픽의 35.4%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아모레G와 (주)아모레퍼시픽 두 개 회사가 상장 돼 있고 비상장 계열사로는 (주)이니스프리, (주)에뛰드, (주)아모스프로페셔널, (주)에스쁘아, (주)에스트라, (주)퍼시픽글라스, (주)퍼시픽패키지, 농업회사법인 (주)장원, (주)코스비전, (주)위드림 등 10개사가 있다. 농업회사법인 (주)장원은 올해 3월 7일 농업회사법인 (주)오설록농장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에서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35.40%, 서경배 회장이 10.72%, 국민연금기금이 8.10%로 구성 돼 있다.

'황제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액면분할은 기존 발행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 분할 비율로 나눠 발행주식 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액면분할 실시 전에는 주가가 400만원에 가까워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에 액면분할로 주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었고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22.6%에서 41.3%까지 늘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18일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PBR은 8.27배 수준이다. PER은 41.32배이며 업종PER은 21.12배로 아모레퍼시픽이 업종PER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배당수익률은 0.34%다. 지난 2012년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 영업이익, 세전이익,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 출처=FN가이드

화장품 업계 1위, 자리 지킬 수 있나?

최근 1~2년 사이 한국 화장품 업계를 일으킨 것은 사실상 중국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 비중은 2014년 중반까지만 해도 10% 이하 수준이었지만 2014년 말부터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지난해 중반 이후에는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는 프랑스 제품 수입 비중과 1~2%p 차이밖에 나지 않고 있다.

또 'K-뷰티' 열풍으로 드라마나 광고를 통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에서 한국 제품들을 바구니에 쓸어 담기 시작한 것도 화장품 업계 매출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됐다.

이런 중국에서의 인기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었던 것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LG생활건강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면서 부동의 1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다.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를 내세워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설화수가 중화권에서 올린 매출은 1조원이고 LG생활건강은 8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출 신장률로 따지면 설화수가 전년대비 25% 성장, 후는 전년대비 88%에 달했다.

면세점 매출로는 후가 설화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국내 매출 1위 면세점인 롯세면세점 소공점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한 것은 후로 1309억원 매출을 올렸다. 설화수는 92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서울점에서도 후가 801억원으로 683억원 매출을 올린 설화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1~2년 내로 설화수와 후의 매출 규모가 비슷해지거나 후가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매출 부진을 이어간 아모레퍼시픽의 색조 전문 브랜드 '에뛰드'도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VDL과 비교를 당하고 있다. 에뛰드는 2014년 9%, 2015년 8% 매출이 줄었다. VDL은 매출 규모는 아직 에뛰드 보다 한참 작지만 지난해 80%의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뒤따라오는 업체의 추격에 특정 분야에서는 역전을 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아모레 퍼시픽이 화장품 매출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성장 전략 및 시장 점유율 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여전히 핵심 시장...해외로 뻗어나가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의 모든 브랜드 해외사업은 아모레퍼시픽이 담당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사업에서 중국 시장은 여전히 주요한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장품주의 밸류에이션 평가는 이미 주가에 반영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면세점으로 인한 매출 증가 역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결국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미래 성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 출처=하나금융투자

중국 화장품 시장은 이미 세계 2위 시장으로 손꼽히며 2020년까지 연평균 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인의 인당 화장품 소비지출액은 35달러로 한국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당분간은 화장품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중국 로컬 화장품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사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동시에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도 함께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 '프리미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9%로 추정된다. 2017년에는 3%를 넘을 전망이다. 이에 아모레G는 아모레퍼시픽의 2020년 중국 시장 점유율을 5%대로 잡고 매출 3조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매출이 7500억원으로 추정되고 2017년 목표치가 1조 7000억원인 것에 비하면 2020년 목표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출처=하나금융투자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 '원브랜드샵'을 꼽는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의 경우 국내에서도 1~2위를 다투는 원브랜드샵 브랜드다. 이니스프리의 취급품목수(SKU)는 1000개에 이르는데 그 중 800개가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이며 판매 중인 SKU 중 12~14%는 중국에서만 팔고 있는 중국 자체 라인업이다. 그만큼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 중 중국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이니스프리가 3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라네즈가 30%, 마몽드가 20%, 설화수가 7%, 에뛰드가 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G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국내 원브랜드샵으로는 후발주자에 속했지만 2014년 매출 기준 2위, 영업이익 기준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중국 매출의 37%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내 주력 브랜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동남아에서도 라네즈, 설화수에 이어 3위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 사업 호조로 오는 2017년까지 20%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스킨케어 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색조 부문은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의 영향으로 색조 화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화장품 산업이 초기 단계에 스킨케어로 시작해서 색조화장품, 남성화장품 순으로 발달한 것으로 비추어 중국 역시 화장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색조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색조시장의 성장과 함께 최근 매출 부진을 겪었던 에뛰드가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뛰드는 올해부터 구조조정 및 히트제품 출시로 국내 턴어라운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지만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에뛰드 매장은 18개로 올해부터 본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기대되는 것은 샴푸시장이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수입한 한국 생활용품은 전년대비 139% 증가해 682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생활용품 중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2%로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샴푸 수입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중국의 한국 헤어케어 수입은 전년대비 190% 증가해 538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헤어케어 제품 중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에서 샴푸 매출은 1% 수준이었지만 올해 5%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려' 브랜드가 샴푸를 중심으로 빠르게 매출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려는 지난해 팍슨스 백화점 수입 샴푸코너에서 로레알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모스프로페셔널이 프리미엄 헤어케어 전문업체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로레알 같은 해외 브랜드가 주였던 국내 헤어케어 시장에서 아모스프로페셔널은 2012년 25% 에서 2015년 50%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매출 비중은 13%로 증가했다. 현재는 국내 헤어살롱 위주로 B2B 매출에 집중하고 있고 면세점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추후 해외 진출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한편 중국 시장 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과 미국 지역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성장하고 있다. 북미 시장의 경우 설화수와 라네즈 등이 미국 내 입점 매장을 확대하고 있고 캐나다 시장에 진출 하는 등 전년 대비 39% 매출이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업 중 해외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추후 중국 내에서의 아모레퍼시픽이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동남아와 북미 시장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