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참패했다. 야권 분열 속에서도 과반확보에 실패했다. 원내 1당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자기정치와 옥새파동으로 대변되는 끊임없는 자중지란과 당청갈등 끝에 부동층 확보는커녕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을 받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새누리 텃밭 영남의 낮은 투표율로도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최대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1도 건지지 못했다. 영남에서도 상당수 의석을 빼앗겼다. 박근혜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이 당선됐고, 부산에서도 야권과 무소속에 6석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은 물론 여당의 텃밭에서도 선전하면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통적 야당 지지기반인 호남을 잃었다.

반면 국민의 당은 호남을 석권하며 야권 적통(嫡統)을 계승하게 됐다. 20년 만에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그러나 호남 이외에서는 당선자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총선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 졌다. 더욱 강력해진 여당을 기대했던 박근혜 정부로서는 임기 후반 예기치 못한 난관에 처하게 됐다.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을 복당시키더라도 과반 의석을 채우긴 힘든 실정이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거야(巨野)가 의회의 주도권을 잡고 정치적 대결국면을 조성해갈 경우 박근혜 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하면서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대권주자들도 극명히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적전분열의 장본인이 되어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옥새 전쟁'을 벌이며 당내에 논란을 일으켰고,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을 3곳에 새누리당 후보를 내지 않는 해당행위에 가까운 선택을 밀어붙임으로써 보수층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이다. 이는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급락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표의 위상도 한동안 흔들리게 됐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지원에 나섰던 호남지역 선거구에서 더민주 후보의 승리가 별로 없었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내상을 입었다.

안철수 대표는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게 됐다. 작년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정당사에 남을 만한 ‘녹색혁명’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강철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단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더민주의 선전을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본인 생각과 무관하게 사실상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이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탈당 후 높은 득표율로 당선돼 여권의 선두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김문수 오세훈 등 여권의 잠룡들은 선거의 문턱에서 탈락하며 대권경쟁에서 멀어졌고, 지역구도를 깬 새누리당 이정현과 더민주 김부겸 당선자는 대권가도의 새 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지지층이 전에 없던 움직임을 보여줬다.

여당 지지층은 새누리당의 내분에 실망해 소극적으로 투표에 임했다.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야당 지지층은 야권분열을 우려해 전략적으로 투표에 임했다. 야당 지지층은 수도권에서는 더민주에 표를 몰아주면서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표를 던졌다.

지역구 후보로는 더민주를 찍고, 비례후보로는 국민의당을 선택해주는 교차투표에도 적극 나섰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책경쟁도, 심판론도, 선심공약도 아니고 오로지 지지정당의 속사정만 살피다가 투표해야 했던 20대 총선은 이런 숫자로 끝났다.

'새누리당 122석, 더민주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한편 개표후 각당은 이렇게 반응했다.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안형환 대변인)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실책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국민이 표로 심판했다. 현 경제상황 극복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

"우려했던 야권 분열에 따른 야권의 패배는 없었다. 오히려 2012년 총선·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합리적 보수 유권자가 상당히 이탈해 우리를 지지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