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DB

급변하는 유통 패러다임에 따라 화장품 산업 지형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K-뷰티를 이끄는 데 일조했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2000년 론칭한 국내 브랜드숍 1호 미샤를 필두로 더페이스샵, 잇츠스킨,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등 다양한 브랜드가 속속들이 생겨났다.

미샤는 론칭 당시 온라인을 통해 ‘3300원’ 가격에 화장품을 판매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어진 로드숍 브랜드 역시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저가’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으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달라진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계속되는 저가 전략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에, 5-6만원대 고가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프리미엄 가격대 라인을 형성한 것이다.

당시 미샤의 제품인 ‘타임 레볼루션 이모탈유스 크림’의 경우 6만원, 더페이스샵의 한방 노화방지 크림 ‘환생고 크림’이 6만8000원에 출시되는 등 3000원 안팎의 화장품을 판매했던 브랜드들이 5만원 넘는 고가 기능성 제품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로드숍 브랜드들은 미백, 주름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 출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 연령대가 기존보다 높아지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난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출 성장이 더뎌졌고,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과 매달 계속되는 할인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로드숍 브랜드들이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미국 유럽까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현재 포화상태인 국내 로드숍 시장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브랜드 한 자리에” 편집숍, 구원투수될까?

해외로 눈을 돌리던 화장품 업계가 다시 국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신, 기존에 운영하던 원브랜드숍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편집숍 형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화장품 편집숍의 선두주자로는 2008년 론칭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있다.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현재 매장 수는 전국 1350여개다.

멤버십 누적 가입 회원수는 1000만명에 달하며 ‘유료 VIP 멤버십’ 회원도 84만명에 이르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독주에 LG생활건강에 이어 에이블씨엔씨까지 편집숍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전국적으로 편집숍 점포망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면세점 입점까지 노리겠다는 포부다.

LG생활건강은 3월 뷰티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영토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대형 뷰티편집숍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면세점에 입성했다.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은 이달 말 신라면세점 장충점에 편집숍을 열고, 타 면세점 입점 계획도 구체적으로 구상중이다.

아울러 보떼·비욘드 등 800여개의 기존 매장까지 네이처컬렉션으로 바꿔 편집숍 매장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편집숍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편집숍 ‘뷰티넷’ 1호점을 열었다. 매장에서는 미샤 40%, 어퓨 40%, 스위스퓨어 20% 비중으로 상품 구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뷰티넷은 에이블씨엔씨의 모든 브랜드를 원스톱 쇼핑할 수 있도록 구성했르며, 빠르게 전국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의 경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편집숍 형태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거나 잇츠스킨의 ‘달팽이크림’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 수딩젤’처럼 매출 효자 주력 상품 발굴 등 지속되는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계자는 이어 “특정 상품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을 경우 경영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주력제품은 물론 다채로운 유통망 확보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