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6일(현지시각) 개인방송이 가능한 페이스북 라이브의 기능을 확장하고, 끌어올렸다. 영상 스트리밍 생중계 서비스를 표방하며 현존하는 모든 콘텐츠 플랫폼 시장을 조준하고 나섰다. 6일 있었던 발표는 그 연장선상에서 페이스북 라이브의 기능성을 고도화시키는 분위기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단순한 생중계 방송이 아니라 검색 및 필터기능은 물론 영상 스트리밍 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맵 기능도 보여줬다. 시청 자격을 제한할 수 없어도 그룹이나 이벤트를 통해 방송의 영역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피드백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뭘 원하는 것일까?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에서 당연히 일차적인 생태계 확장 복안이 있겠지만, 그 이상의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역사에 단서가 있다.

▲ 최진홍 기자

지상파 방송사 흥망성쇠
흔히 지상 무선국을 통해 전파를 활용한 방송을 제공하는 곳을 지상파 방송사라고 부른다. KBS와 MBC, SBS와 EBS를 비롯해 지역민영방송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도에 따라 나누면 국영방송과 민영 및 공영방송이 있으며 KBS는 방송법 제4장 43∼68조에 의거한 국가 기간방송, 즉 공영방송이다.

MBC는 재원구조로 보면 민영방송으로 볼 수 있지만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설립 기반을 두고 있으며 지분의 70%를 공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가지고 있어 그 경계다 다소 모호하다. 돈 버는 방식은 민영이지만 지배구조는 공영에 발을 담구고 있다고 보면 된다. SBS는 국내 최대 상업방송이며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방송사며 자본금은 전부 정부가 출자했기 때문에 공영방송으로 분류된다. 2500원 수신료를 KBS와 더불어 나눠가지기 때문에(나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지만) MBC보다 약간 '공영'에 가깝다.

▲ 출처=위키디피아

지상파 방송사는 고도경제발전시절 자신들의 영역을 빠르게 키우며 성장했다. 라디오에서 흑백, 컬러에서 HD로 시청 패러다임이 변하며 말 그대로 광속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사가 마련한 직접수신환경에서 제공받았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을 중심으로 유료방송사까지 등장하며 양쪽은 상부상조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지상파는 잠시 주춤거렸다. 물론 이내 경영상의 애로사항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상부상조의 대상이던 케이블 방송사의 사정이 약간 변했다. 대기업 자본이 대거 쏠림현상을 보이며 플랫폼의 SO(System Operator)가 콘텐츠의 PP를 앞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고, 이러한 구조는 24시간 방송 및 미디어렙 규제 완화의 결과로 나타나며 MSO(Multiple System Operator)의 등장을 알렸다. 이어 MSO는 유료방송을 주도하며 MSP(Multiple System Program Operator)로의 변신까지 이뤄낸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불길한 징조다. 플랫폼과 콘텐츠를 모두 가진 상태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직접수신률 50%를 유지했으나 MSO, 혹은 MSP의 등장으로 플랫폼과 콘텐츠적 지위가 약간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플랫폼적 측면에서는 직접수신율 강화를 위해 협력하던 MSO의 입김이 거세지며 직수율이 빠지는 것이 치명타였다. 그 사이에 SO와 비슷한 지위를 점하던 지역의 RO(Retransmission Operator)들은 무너지거나, 아예 MPP의 그림자로 스며들고 말았다.

여기에 통신사의 IPTV가 등장하며 또 한 번의 변화가 시작된다. 초반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VOD에만 매달려 지상파 실시간 방송도 하지 못할 정도의 경쟁력이었으나, 통신사 결합상품판매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 기술로 단숨에 판세를 엎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전체로 보면 케이블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IPTV의 등장은 당장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주파수 문제(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확보된 700MHz 대역 주파수 현안) 및 통신사의 IPTV와 케이블의 조합이라(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근원적인 불안은 직수율 하락에 따른 플랫폼 패권 추락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변화된 시청 패턴이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사람들은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거인의 추락은 미국의 OTT 사업자 넷플릭스의 등장 및 가입자에게 극소형 리모트안테나를 할당해 지상파 방송의 신호를 수신해 온라인으로 동영상 신호를 보내 주는 서비스인 에어리오(Aereo)의 반격으로도 극명하게 보여진다.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 기술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있기에 N-스크린 푹을 런칭하거나 SO 사업자와 CPS 논쟁을 벌일 여지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금은 EBS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카드를 만지작거린 이유기도 하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는 당초 2012년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위해 마련한 DTV KOREA라는 단체를 유지시켜 직수율 제고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나마 움직이는 곳은 KBS 정도다. 총체적 난국이다.

▲ 출처=픽사베이

페이스북 라이브는 어디쯤?
지상파 방송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현재 페이스북 라이브를 비교하면 재미있는 지점이 다수 보인다. 일단 단순한 대입을 하자면 지상파 방송사는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활용해 콘텐츠-플랫폼 방송을 실시하지만 페이스북은 시작부터 국가주도형 모델이 아니며, 철저히 자신이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물론 온라인의 근간이 통신사에 할당된 주파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근원적인 교집합은 있지만 일단은 무시해도 된다. 주파수는 지상파 방송사나 통신사의 전유물이 아니며 망중립성 문제까지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방식에만 집중해보자. 페이스북이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는 지점은 지상파 방송사의 역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일한 콘텐츠 및 플랫폼 제공자였으며, 페이스북은 직접수신률 100%를 자랑하는 전대미문의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페이스북은 자사의 방송사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 이상(앞으로도 가능성은 매우 낮다) PD와 기자, 작가가 없이 엔지니어로만 구성된 지상파 방송사로 볼 수 있다.

물론 페이스북을 포함해 유튜브와 같은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을 가진 모든 사업자는 직접수신률 100%를 자랑한다. 온라인 시대의 거대한 트랜드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 지점에서 다소 새로운 점은, SNS 자체가 방대한 소통의 플랫폼이 텍스트에서 시작해 다른영역으로 번지면서 세컨드라이프에 준하는 또 하나의 총체적 콘텐츠의 용광로라는 점이다. 나아가 다른 SNS와 달리 규모의 경제적 측면에서 사진이나 주장 등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순수하게  '소통'이라는 목표로 많은 솔루션을 연결하는 것은 일단 페이스북만의 특징이다.

여기에서 페이스북은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1인 미디어를 비롯해 언론사, 심지어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연예기획사까지 영입하고 있다. 온라인, 아니 모바일의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자신의 판에 등장할 플레이어들을 전사적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을 제외한 PP를 영입하는 순간과 오버랩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한 고지에서 영악하고 똑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사는 가정에 보급된 움직이기 어려운 TV를 플랫폼으로 삼아 발전을 거듭했다. 콘텐츠보다 플랫폼의 시대다. 하지만 콘텐츠의 강점이 부각되며 케이블 MSO와 MSP의 시대가 조금씩 열리는 상황에서 통신사가 그 경쟁력을 포괄적으로 접수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기에 스마트폰을 빠르게 점령한 상태에서 시작부터 직접수신률 100%를 자랑한다. 여기에 지상파의 위기 중 하나인 변화된 시청패턴을 '일단 깔고' 시작한다. 이동하며 시청할 수 있고(지상파DMB의 현 상황과 비교해보라) 몰아보거나 자기 마음대로 쪼개어 볼 수 있는 패러다임을 '이미' 전제했다.

여기에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 제작의 주도권을 만인에게 나누며 소위 '짤'의 대세를 제대로 잡아냈으며 이는 '재미'를 추구하는 분위기와 연결될 수 있다. 당연히 양방향 시청이 가능하고 폐쇄적 미디어 플랫폼도 구현한다. 네이버 브이처럼 소위 셀럽을 활용한 외연적 확대는 가히 화룡점정이다.

정리하자면 페이스북은 세계적 관점에서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소통의 플랫폼을 자신들이 마련한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역사에서 보이는 장점과 단점을 똑똑하게 추려냈다. 콘텐츠 제작자의 지위가 아니라 만인에게 열린 콘텐츠 제작 주도권을 바탕으로 최근의 시청행태에 부합했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패권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유료방송의 등장으로 흔들렸던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생태계 플랫폼은 커지고 단단해진다. 여기에 마크 저커버그가 외쳤던 가상현실의 미래 소통 플랫폼이 더해진다면? 속도부터 다르다.

▲ 출처=페이스북

이제부터 중요하다. 각자의 포지션은?
물론 방금의 시나리오는 페이스북의 강력한 소통 플랫폼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간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힘이 빠지거나 몰락하면 직접수신률 100%의 가능성은 순식간에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보면 라이브는 지상파 방송사의 장점을 확실하게 잡아내어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는 페이스북의 기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중요한 포인트가 보인다. 바로 페이스북 라이브에는 PP만 존재할 뿐, SO는 없다는 것이다.(모바일 디바이스 제작자를 PP에 넣기는 무리가 따른다) 플랫폼에만 집착하는 페이스북의 똑똑한 고집이며,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향해 달려가는 플레이어는 선택지가 좁아진다.

결국 페이스북 월드에서는 모두 콘텐츠 제작자다. MSP는 커녕 MSO도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길은 MPP밖에 없는데, 당연히 1인 미디어 집합체인 MCN과 겹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방향성이 필요할 전망이다. MCN이 페이스북에 특화되어 전용 MPP로 재탄생하느냐, 아니면 다양한 플랫폼을 찾아 가능성을 모색하느냐. 전자는 페이스북이 원하는 방식이나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며 후자는 구글 유튜브 등의 반격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월드에서 또 다른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유튜브처럼 모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스탠스지만, 빨라지는 분위기의 중심에서 한 번은 생각해야할 지점이다. 주도권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방송의 역사와는 다르다.

'페이스북 라이브가 생각하는 중요한 콘텐츠 제작자는 누구일까?'라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 누구일까? 1인 미디어? 아니면 전문가 단체?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초반에는 전문가 단체 및 콘텐츠 공신력이 있는 쪽과 협력해 생태계 유입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짜핵심은 1인 미디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등은 있겠지만 1인 미디어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확보하지 못한 양방향 시청패턴의 핵심이며 콘텐츠 제작사이며 소비자다. 그룹 및 페이지 초대를 통한 비공개 방송은 1인 미디어의 '욕망'을 적절하게 겨냥한다. 물론 초반에는 지인 중심의 방송이지만, 비공개 방송 자체는 1인 미디어에게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일종의 무기를 제공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비공개 방송에 결제 솔루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즉, 페이스북은 라이브를 통해 자신들의 판에서 자신들만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매력적인 장터를 열었다. 온라인의 지상파 방송 플랫폼이 되겠다는 뜻이며 일체의 플랫폼 경쟁자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 출처=위키디피아

해결해야할 요소 세가지
페이스북 라이브가 넘어야 할 산은 없을까? 먼저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플랫폼 경쟁력과 함께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동력이다. 이런 측면에서 페이스북도 연예기획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초반 질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방점을 찍겠지만, 문제는 1인 미디어다.

마크 저커버그가 라이브를 발표하며 "페이스북 방송으로 일반 시민들이 시민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에 집중하자. 결국은 풀뿌리 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뜻이며, 1인 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동맹이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의 콘텐츠가 엄청나게 강력할까? 페이스북 코리아는 라이브 기자회견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콘텐츠에서 희망을 봤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의 범위를 전문적인 MCN 구성원이 아닌 일반 네티즌의 영역으로 넓히면 그 강점은 다소 흐릿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페이스북이 의도한것처럼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이 새로운 시대의 콘텐츠 강점이 된다면 상관은 없지만, 반대의 경우 플랫폼 경쟁자가 없는 또 하나의 모바일 지상파 방송사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 문제로 제휴를 통한 공적인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피키캐스트의 분위기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연예기획사와 같은 전문가 집단과 협력하는 방식은 가장 안전하지만 페이스북이 원했던 방향성은 아니다. MCN까지에만 가능성이 주어지면 라이브의 확장성은 새로운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원대한 꿈에서 멀어질 전망이다.

라이브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정치적인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혐오방송 및 저작권 이슈에 대한 공공성의 가치를 강요당할 수 있다. 일단 페이스북은 신고버튼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했으나 아직 이 지점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 초반이기에 무리한 걱정일 수 있으나 성공을 전제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폐쇄적 생태계의 명암이다. 라이브는 페이스북을 전제로 운영되기에 그 운명은 온전히 페이스북의 소통 경쟁력에 달렸다. 그러나 더 생각해야할 대목은 최근 페이스북이 개인의 사생활 정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대목이다.

7일(현지시각) 테크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은 사생활 정보가 줄어들고 비즈니스 및 마케팅적 측면에서 정보가 오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 및 큐레이션 기능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양방향 서비스의 중요한 무기가 사라질 개연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라이브의 경쟁력도 양방향 및 큐레이션 방송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인프라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라이브를 통해 제작하는 쪽이 아니라 소비하는 쪽을 겨냥한 정교한 핸들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이 라이브를 발표하며 콘텐츠가 제작되고 '공유'되는 방식에 집중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유가 되려면 받아들이는 쪽이 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