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15일 동안 열린 이세돌 9단과 AI(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은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함께 주목받은 것이 AI 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AI 전문가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AI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AI는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로봇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 돼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알파벳·IBM·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추후 미래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과 그 뒤를 빠르게 쫓고 있는 중국은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AI 선도하는 미국, IBM·NVIDIA

AI가 관심을 받으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들은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의 ICT 기업들이다. ICT 기업들은 개인비서 서비스를 잇따라 내면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왔다. 2차 인공지능 경쟁은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이어졌다. 현재는 아마존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IBM·구글 등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업계에서는 3차 인공지능 경쟁은 자율주행차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이후 기업들의 AI 기술 발전 정도는 기업 인수·합병(M&A)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AI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 했던 것은 지난 2014년 딥마인드 인수 경쟁을 뚫고 인수에 성공한 것이 컸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AI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ICT 기업들 중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두 개를 꼽았다. IBM과 NVIDIA다.

IBM은 최근 인공지능 '왓슨'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IBM은 기존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해체하고 인지 컴퓨팅 솔루션과 클라우드 플랫폼 제공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왓슨은 대표적인 인지컴퓨팅 플랫폼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컴퓨터 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방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IBM은 많은 혁신 역량을 축적해 왔고 신사업 성과가 서서히 보이고 있으며 애플과 같은 주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다 세계 5위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어 전망이 좋다는 분석이다.

IBM은 올해 왓슨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규모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업 인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의료부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헬스케어 분석 전문 업체 Explorys와 Phytel을 인수했다. 또 미국 민간 일기예보 업체인 The Weather Company의 데이터 사업부문을 2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무엇보다 IBM의 인공지능 사업이 실제로 상용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했던 ICT 기업들은 사실상 AI 기술 자체의 상용화 보다는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어서 AI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IBM은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IBM은 인공지능 사업에 대해 'Strategic Imperatives'라고 명시하고 별도 매출을 공시해왔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은 290억달러로 전년대비 26% 증가했다. 그 중 왓슨이 포함된 분석 부문 매출은 180억달러, 클라우드는 100억달러로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2013년 22%에서 지난해 35%까지 증가해 꾸준히 늘어났다.

IBM측은 왓슨을 AI로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36개국 17개 산업군 270여개 기업에 도입된 왓슨으로 인해 기존 인력이 대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따른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는 정도로만 왓슨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왓슨이 AI 영역에 들어가든 아니든 추후 IBM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 받는 것은 분명하다. IBM의 미래는 기존 사업과 동시에 인공지능과 같은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적으로 운영될 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 출처=IBM

NVIDIA는 그래픽 처리 컴퓨팅 산업군의 팹리스 반도체 설계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외장형 GPU 시장의 81.1%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GPU란 컴퓨터 그래픽 카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최근 GPU가 활용되는 분야는 GPGPU인데 기존 CPU(중앙처리장치)에 비해 100~250배 향상된 속도를 보인다. 이러한 GPU 컴퓨팅은 인공지능·자율주행·로봇공학·슈퍼컴퓨터·가상현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된다.

특히 GPGPU의 경우 딥러닝 환경 구축에 효율성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2년 구글이 브레인 프로젝트를 실시할 당시 1만 6000개의 CPU를 가지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 3일간 유튜브에서 200X200 필셀 크기의 이미지 1000만개를 뽑아 분석한 뒤 사람과 고양이 사진을 분류하는 데 성공한 프로젝트다. NVIDIA는 자사의 GPU 가속화 서버를 3대 사용하면 구글 브레인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능은 같지만 설치 비용 및 전기 소모량 등이 슈퍼컴퓨터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것이다.

NVIDIA는 GPGPU 분야에 빠르게 진출했으며 TESLA라는 GPGPU에 특화된 그래픽 카드 라인업과 CUDA라는 자체 솔루션을 가지게 됐다. CUDA를 활용해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면 NVIDIA GPU로 딥러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UDA의 경쟁 상품으로는 애플이 개발한 OpenCL과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Compute가 있다. 또 전 세계 외장형 GPU 시장에서 NVIDIA와 경쟁하고 있는 AMD도 FireStream이라는 GPGPU 제품군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07년부터 GPGPU 시장에 뛰어든 NVIDIA의 경쟁력은 경쟁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과 이익도 높고 R&D 투자도 더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NAVIDIA는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IBM 인공지능 왓슨에 GPU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향후 NVIDIA의 성장 동력은 VR·딥러닝·AI·자율주행차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NVIDIA가 보유하고 있는 '드라이브 PX'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과 GPU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는 차량용 슈퍼컴퓨터 플랫폼이다. 현재는 BMW 등 주요 자동차 회사에 제공되고 있지만 아직 시뮬레이션 단계로 조만간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NVIDIA는 가상현실·인공지능·자율주행차를 핵심 사업으로 GPU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CUDA 개발자가 4배 늘었으며 포춘 상위 500개 기업 중 NVIDIA 시스템을 채택한 기업 비중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기업들이 GPU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NVIDIA의 기술력이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뒤를 무섭게 따라가는 중국, 바이두

아직까지는 미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세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다. AI 분야에서는 특히 선진국과 그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식재산권 조사기관인 팻스냅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중국이 AI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는 총 6900건으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공지능 시장은 약 12억위안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0년이면 91억위안 규모로 성장해 전 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음성·이미지 인식 등 응용 측면의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많은 중소형 벤처기업들이 응용 분야에 위치해 있으며 AI칩·감응기 등의 기초 기술 분야에는 바이두를 중심으로 대형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같은 대기업들은 기술분야부터 하드웨어까지 산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으로서 가지고 있는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금융결제·전자상거래를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 음성·이미지 인식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iFly Tek, Megevii, Deepglint 세 기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iFly Tek는 심청 증시에 상장 돼 중국 내 음성인식 상용화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Megevii는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알리바바와 함께 할리페이의 안면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eepglint는 행동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최근에는 NVIDIA와 합작으로 보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UB Tech, 추먼원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 UB Tech의 경우 춤추는 로봇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약 60%의 제품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먼원원은 스마트 워치를 만드는 대표적 로컬 비상장사다. 구글은 중국에 직접 진출이 어려워지자 추먼원원에 투자해 우회적으로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무엇보다 AI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바이두다. 2013년 딥러닝 리서치기관 IDL을 설립했고 2014년에는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앤드류 응(Andrew Ng)을 영입해 본격 인공지능 분야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바이두는 다양한 AI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무인주행 자동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무인주행 자동차를 만들어 테스트하는데 까지 성공했다. 이후 무인주행 독립 사업부를 설립, 2018년에 무인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실현하고 2020년에는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단가가 너무 비싸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바이두는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모든 제품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많은 산업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했듯 AI 분야에서 얼마나 무섭게 성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