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플랜트사업은 민자발전사업(IPP/민간자본을 활용해 발전소를 건설하고 일정기간의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간주도형 발전사업)으로 이뤄지는데, 금융기관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3조는 받아야 하거든요.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내주겠어요. 사실상 사업 진출문이 막힌 거나 다름없죠.”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고 3개월이 지난 최근 모 건설사 관계자가 한 얘기다. 올해 1월 이란 시장의 문이 열리고 국내 건설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담은 기사가 계속 흘러나왔던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어서 안타까운 맘부터 들었다.

이란 시장 진출은 국내 건설사들이 ‘제2의 중동특수’를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주춤했던 해외건설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당시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가 향후 이란에서 발주되는 분야 중 특히 플랜트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이란의 플랜트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유럽 등 타 경쟁국에 비해 자금력이 약하다. 이란의 경우 인프라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해 건설사의 PF를 함께 요구하고 있어서, 자금동원력이 약한 것은 사실상 수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수주 전쟁이 가시화 됐고,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 유럽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을 벌여 이란 진출을 꿰찼다.

반면 국내건설사는 자금력을 제외하더라도 장단기적인 걸림돌이 여러 개 더 있다. 달러 결제가 막혀 공사대금을 어떻게 받느냐의 문제다. 미국이 여전히 국내법에 따라 이란과의 무역 거래에서 달러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미국이 허용한 통화인 유로화나 엔화로 결제해야 하는데 달러화를 주로 이용하던 국내 건설사는 위험부담이 크다. 또 이란입장에서는 유로화와 엔화결제가 가능한데, 굳이 원화결제계좌에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또한 이란 진출을 놓고 건설사와 정부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인프라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반면 건설사들은 비교적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석유, 화학 플랜트 수주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란 정부의 자금력, 저유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결국은 우리 건설사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들어갈 건지, 상대적으로 파이낸싱 분야가 약한 국내 건설사들이 어떤부분에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이란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려면 정부와 건설업계간 상호소통을 원활히 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