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이후, 2013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사람들을 누르고 최종 우승한 IBM 왓슨이 언급되면서 알파고와 왓슨을 비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또한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알파고와 왓슨이 대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것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더구나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1996년 체스 세계챔피언인 카스파로프에 이긴 딥블루를 만들기도 한 것이 IBM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비교도 어려운 일이다. 같은 인공지능 분야에 속한다는 것 외에는 하는 일도 다르고 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인간과 컴퓨터와의 게임으로부터 학습하기 위해 기계학습과 트리검색을 결합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트리검색은 현재 바둑판에서 이길 확률을 계산하는 가치망(Value Network)과 현재 바둑판에서 어느 위에 두는 것이 좋은지 위치별로 점수를 계산하는 정책망(Policy Network)을 딥러닝으로 구현해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어느 정도 능력에 도달하면 게임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강화학습을 사용하여 또 다른 딥마인드와 많은 바둑게임을 두게 했다.

IBM 왓슨은 정해지지 않은 분야의 질의응답을 위해 첨단 자연언어처리, 정보획득, 지식표현, 자동추론, 기계학습 기술을 사용해 자연언어를 분석하고, 정보원을 확인하고 가정을 찾아서 생성하고, 증거를 찾고 점수를 매기고, 가정들을 합치고 순위를 매기는 1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구글의 주장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IBM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과는 달리 분야를 가리지 않는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기계학습과 신경과학의 기술을 결합해 특정분야에 상관없는 모델 자유(model-free) 강화학습의 딥러닝 알고리즘 구현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구글 딥마인드가 게임(스타크래프트 등), 헬스 분야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IBM 왓슨은 의료계에서는 방대한 종양학 연구 자료와 임상시험 사례를 학습해 종양학자에게 가능한 치료 옵션을 제안하거나 방사선 전문의를 도와 의료 영상을 분석하고, 왓슨을 탑재한 로봇 '코니'(Connie)는 힐튼호텔에서 호텔 안내와 여행정보 등을 알려주는 컨시어지 서비스에 투입됐고, 유통 분야에서는 고객 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등 많은 분야의 응용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IBM은 왓슨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자연스런 소통을 할 수 있는 인지컴퓨팅(인공지능)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과 같이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처리해 인간이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알파고는 시스템 자체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 시스템'이지만 왓슨은 인간이 더 우수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구글 딥마인드와 IBM 왓슨은 많이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 둘이 바둑이나 퀴즈로 대결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당장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둘 모두 분야에 상관없는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응용분야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멀지 않은 장래에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메시징 서비스 킥(www.kik.com), 그룹미(www.groupme.com)와 트위터(twitter.com/TayandYou/)를 통해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채팅봇 테이(Tay)를 선보였다가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하는 일도 생겼다. 당연히 학습의 문제였을 것이고,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욕만 하던 우리나라 심심이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적인 IT 3사의 인공지능 채팅 봇이 바둑에 대해 토론하는 TV중계를 우리가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인간과 가까운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었음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